“당신이 빗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빗이 당신을 선택하는 겁니다.”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가 선보인 신제품은 향수도, 보디로션도 아닌 헤어 콤(빗)이다. 머리를 빗는 이토록 사소하고 단순한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만큼 빗이라는 오브제가 특별한 걸까?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플로리안-엘리 바즈(Florian–E′lie Vaz)를 만나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근래 참석한 론칭 행사 중 빗이 주인공인 가장 ‘파격적인’ 행사였다.
오늘날의 뷰티산업은 온갖 포뮬러와 기술적 혁신, 즉각적 효능으로 포화되어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었다. 빗이라는 제품이 아닌 머리를 빗는 행위로 돌아가는 것 말이다. 빗은 너무나 일상적이라 존재감마저 잊히기 쉬운,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모든 도구보다 앞서는 인류 최초의 그루밍 도구이자, 엉킨 머리카락을 다듬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행위 그 자체로 깊은 자기 돌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반복되는 몸짓의 미학을 아는 한국이라면, 빗이라는 오브제를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우리의 진심을 받아들여줄 것이라 믿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정의하는 ‘빗질’이라는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
머리를 빗는다는 건 단순히 엉킨 곳을 정돈하는 기능적 행위를 넘어선다. 무엇을 사용하느냐(제품)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행위)에 오롯이 집중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이는 일상의 긴박함에서 잠시 떨어져 흐트러진 스스로를 가다듬고, 다시금 정돈된 모습으로 세상을 마주할 준비를 하는 하나의 정교한 리추얼이다.
시중에 출시된 일반적인 헤어 브러시나 빗은 디자인과 기능이 유사하다. 불리의 빗만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소재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그 답이 될 것이다. 우리는 손에 닿는 순간 그 품질이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오브제를 만든다. 그 핵심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식물 유래 고분자 소재)’는 밀도가 높고 부드러우며 정전기를 일으키지 않아 모발 섬유를 극도로 섬세하게 보호한다. 머리카락이 걸리거나 손상되기 쉬운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달리 머리카락 사이를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통과하는 감촉이 특징이다. 또 불리의 모든 빗은 장인의 세심한 손길로 하나하나 연마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는 모발 손상을 방지하고 완벽하게 매끄러운 마감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디테일 하면 불리’라고 할 만큼 브랜드의 섬세함은 정평이 나 있다. 헤어 콤에도 디테일을 숨겨놓았을 것 같은데.
불리의 빗 하나가 완성되기까지는 총 14단계의 공정이 수반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동화된 기계식 조립 라인이 아닌, 유럽에 마지막으로 남은 공방에서 장인들의 정교한 손길을 거친다. 커팅부터 폴리싱,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과정과 날을 세우는 샤프닝까지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공정은 단 하나도 없다. 수십 년간 열정으로 이어온 그들의 노하우가 깃든 결과물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다. 그래서 두피와 모발에 닿는 감촉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큐레이션된 제품 중에서 가장 아끼는 모델은?
단연코 아이브로우 콤이다. 이 빗은 털로 덮인 신체 어느 부위도 우아하게 빗을 수 있다. 콧수염과 눈썹은 물론 손가락이나 손등 위의 털마저도 빗을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다.
70여 종에 달하는 선택지 앞에서 고민하는 고객을 위해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는 가이드가 있다면?
자신의 무의식을 믿어보길 권한다. 프랑스에는 “도서관에서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격언이 있다. 빗 역시 마찬가지다. 빗마다 부여된 의인화된 이름과 그 고유한 형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유독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빗이 당신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불리가 제안하는 ‘가장 완벽한 빗질의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일상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어 머리를 빗는 바로 그 순간이다. 빗이 머리카락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갈 때, 비로소 우리의 움직임은 차분해지고 흐트러진 마음의 질서가 다시금 정돈된다. 이 단순한 몸짓의 반복을 통해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 그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순간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