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수
쉴 새 없이 작품을 이어가던 중, 드디어 <허수아비>로 만나게 됐네요.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중간중간 쉽니다. 작품 끝나면 한 2~3개월 꼭 쉬는데,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기는 해요. 저희 가족도 제가 안 쉰다고 생각하니까.(웃음)
그 시작을 거슬러가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이하 <슬빵>)이 있죠. 이제는 필모 중에서 드물게 따스한 작품이 됐네요. 그때는 참 선량해 보였는데요.(웃음)
정말 따뜻한 작품이죠. 진짜 애착이 많은 작품입니다. 지나고 나니까 더 많은 위로가 되네요. 이후로는 악역을 많이 주셨죠. 저와의 온도 차는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오늘 함께한 이희준 씨와의 <악연>도 그런 작품 중 하나죠. 악역의 끝판왕 같은 역할이었지만, 그해 최고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진하게 찍긴 했어요. 구성이나 여러 부분이 되게 좋았지만, 연기하면서도 끔찍했어요.(웃음) 저는 또 후반에서 분장이라는 가면을 크게 쓰니까 그걸 쓰면 못할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욕을 달고 살아서 평소에도 좀 거칠었던 것 같아요.
그런 두 분이 <허수아비>로 다시 만났으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잘하고 싶습니다. 오늘 화보도 개인적으로 기대돼요. 남자 둘이 찍는 게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워낙 친하니까 형 앞에서 멋있는 척하는 게 내가 부끄러울까 봐. 그래도 ‘브라더 러브’, ‘우리 형 사랑해’까지는 갈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홍보를 제일 많이 한 것 같아요. 저희 작품 특성상 <용감한 형사들>도 나갔어요. 프로파일러 교수님도 뵙고, 연락처도 받아왔습니다.(웃음)
이번처럼 형사 역할을 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받을 생각인가요?(웃음)
희준이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인터뷰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작품을 할 때마다 관련된 인터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프로파일링이라는 게, 배우가 캐릭터 연구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며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그런 것들을 보고 배우려고 했어요. 쉽게 배울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이번 ‘강태주’ 역할을 위해서는 어떤 인터뷰를 자처했나요?
예전 실제 사건이 모티프이다 보니 자료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자료가 엄청 방대하더라고요. 자료를 보고 또 보고, 만날 수 있으면 만나기도 했어요.
연구의 과정이 연기에 반드시 필요한가요? 어떤 배우는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해 오히려 찾아보지 않는다고도 하죠.
제게는 분명하게 필요한 작업이에요. 안 하면 선입견이 생기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면 확실히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고요. 그런 게 재밌죠.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 흥미로웠나요?
고민 많이 했어요. 솔직히 이 작품 할 때 쉬고 싶었어요. ‘더 뜨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들어오는 작품을 보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작은 벽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좀 쉴까?’ 하다가 이 작품 대본을 받은 거예요.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작품이겠다, 싶었나요?
꽤 열심히 레슨 받고, 작품에 대해 토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보려고 했어요. 보다 보니 ‘내가 대본을 보는 선입견이 있었구나’ 느껴졌어요. <허수아비>는 제 삶에서 다음 단계로 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세련되게 연기하고 싶지도 않았고, 진짜 그냥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오히려 투박하게.
이 작품이 전환점이라고 말했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좀 더 선명해질 것 같은데, 인물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조금은 더 열리지 않았을까. 배우들 대부분이 다 자기 성향이랑 반대되는 걸 할 때 더 재밌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 강태주의 30여 년을 만들어가는 건 어땠나요?
강태주는 한 인간으로 계속 장애물을 만나고 또 계속 부서져요. 그렇게 부서지기만 해요. 사건을 막 시원하게 해결하지도 못하거든요. ‘내가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참여한 작품이에요. 1988년 사건이 있었을 때 이후로 30년을 건너뛰어서 2019년의 현실이 교차하기 때문에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이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느냐가 중요했어요. 상상을 많이 해봤습니다.
같은 모티프인 영화 <살인의 추억>도 그런 형사의 무력감을 다루죠.
또 희준이 형이 연기하는 ‘차시영’ 검사는 제 과거의 트라우마 같은 인물이죠. 그걸 극복해야 하는 개인적 사정도 있으니 그냥 막 부서지는 거예요. 그 당시에 제가 휴대폰 메모장에 ‘이런 어른이고 싶다’는 장문의 일기를 썼어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겠구나. 그런 사람들이 그래도 기둥이 됐고, 그래서 버텨왔겠구나.
강태주의 어떤 면이 맘에 들었나요?
참 훌륭한 친구다. 옆에 있으면 진짜 든든할 친구. 짱돌 같은 성격이 있는데, 선택하는 기준이 깨끗하면서도 ‘이야, 이렇게 선택한다고?’ 싶어요. 곽선영 씨가 또 제 친구로 나오는데, 정신적 멘토 수준의 친구예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진짜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런 친구들 사이에 보기 싫은 친구 차시영이 껴버린 거죠. 친구라고 하고 싶지도 않은데, 사건을 해결하려면 또 같이 가야 되는 열받는 상황이.(웃음)
그런 ‘혐관’을 표현하는 건 어땠어요?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진짜로 친했을 것 같아요. 사실 둘밖에 없었겠죠. 그러다 보니 더 증오하게 됐고요. 여러 애증 관계가 있지 않았을까요? 결국 우리가 정말 증오하는 사람은 가장 친했던 친구일 수도 있어요. 희준이 형 역할도 중반부에 갈수록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드러나요. 누구나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시절에 자신의 생존이 중요하느냐, 타인의 생존에 대해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했느냐 그런 문제를 계속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강태주는 가장 강한 사람 아닐까요? 그 모든 것을 겪으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그런 것 같아요. 그냥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희준이 형이 그런 얘기를 했어요. 아직도 해결 안 된 부분, 지금의 숙제를 계속 얘기하는 부분이 있으니 우리가 드라마적인 캐릭터로 판단하고 접근하면 안 되겠다. 이건 정말 들어가야겠다. 이런 얘기를 초반에 했어요. 희준이 형과도 진하게 했습니다.
대본 100번 읽었나요?
100번 넘었을 것 같은데.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100번 읽는 거?
아까 희준 씨가 꼭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말씀을 들어보니 이 작품은 그런 모든 고민과 후회에 섬세하게 접근하는 작품 같아 기대됩니다.
배우라면 100번은 읽어야죠.(웃음) 정말 그런 작품이에요. 저 또한 이번에 섬세하게 가보고 싶었어요. 또 대본을 섬세하게 썼고, 연출도 그랬어요.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저희는 아직 알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제 인생에서는 중요한 작품이고, 꽤나 큰 인물이었어요. 표현하면서도 정말 힘들었고, 반면 재미도 있었어요. 희준이 형과의 ‘케미’는 뭐, 말할 수 없이 좋았죠. 쉬는 시간에도 서로 계속 연습했어요. 신이 어려울수록 연습을 많이 해야 나중에 더 쉴 수 있거든요. 엄청 고맙죠.
1980년대로 돌아가는 현장이 그렇게 더웠다면서요?
날씨에 관한 건 진짜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허수아비>는 체감온도가 40℃까지 올라갈 때 촬영했거든요. 끔찍할 정도로 더웠는데 논밭이 배경이라 해를 가릴 수가 없으니까. ‘허수아비’라.(웃음) 박준우 감독님이 유일하게 서머타임 제도를 도입했죠. 또 80년대가 매력적이잖아요. 낭만의 시대죠. 촬영하면서 저 일고여덟 살 때 보던 차들이 기억나더라고요. 제 차가 르망이었는데, 길게는 못 움직여요. 뙤약볕에서 60km로 갔더니 바로 퍼지더라고요.(웃음)
먼 훗날 배우 박해수 특별전을 하면 <허수아비>가 포함될까요?
진심으로 <허수아비>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화 <양자물리학>과 초반에 찍은 <슬빵>.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는 아니고 ‘저 때가 있었다~.’ 근데 이런 건 있어요. 제가 제 작품을 그냥 궁금해서 찾아볼 때는 <양자물리학>을 보게 돼요. 연극도 그렇고, 매체도 늦게 들어왔으니까 쌓여 있는 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참 열심히 했다, 되게 여러 가지 했다 싶어요. 이번 9월에는 연극 <벚꽃동산>으로 뉴욕에 갔다 와야 해요. 기념비적이고 엄청 감사한 일이죠. 3주 동안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에서 한국어로 공연해요.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자막도 잘 안 보는 분들 앞에서 연극을 한국어로 한다는 게.(웃음) 자랑스럽습니다.
작품을 자랑스러워는 마음이 진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진짜 예능감이 없는데, <허수아비>는 유입이 돼서 좀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보시고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얘기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작품 알리려고 오늘도 여기 있고, 이제 사진 찍는 게 걱정이에요.
하하, 같이 촬영할 땐 한 분이 더 적극적이 되는데, 그게 누가 될까요?
그런 게 있어요? 둘 다 못할 건데.(웃음)
이희준
한동안 <직사각형, 삼각형>의 이희준 감독으로 만났죠. 다시 배우 이희준으로 돌아오니 어떤가요?
역시 재밌는 건 배우인 것 같아요. 연출할 때는, 제가 책상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쓴 이야기를 보시면서 관객분들이 웃는 소리를 극장에서 듣는 행복감이 크고요. 또 이렇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새삼 깨달았죠.(웃음)
매번 작품을 만드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 같나요?
그럼에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겨야 되는 것 같아요. ‘이거 만들어볼까?’가 ‘에이, 이 얘기를 하려고 그런 노력을 내가 다 해야 돼?’를 이기면. ‘그럼에도 불구하이 이야기를 사람들과 같이 공감하고 싶어’라는 욕구가 이기는 거죠.
<직사각형, 삼각형>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배우들과 함께해서 더 가족극 같더군요. 마치 지난 설에 모인 우리 가족 같아서 스트레스도 받고.(웃음)
정말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모습이 너무 웃기지 않나?’ 이런 걸 영화화하고 싶었어요. 우리 한국 가족에만 있는 모습. 우리나라만 너무너무 사랑해서 다르게 말하잖아요. 너무너무 걱정돼서 부정적인 말만 해요. 연출하면서 매일 반복한 말이 있어요. 이 가족은 서로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다음 주에 또 만날 거다. 이렇게 싸워도.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OST 작사까지 했죠. 노래가 좋아서 종종 듣는데 가사가 단순하면서도 심오해요. ‘너는 너야 나는 나잖아’ 인생을 살면서 화합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 쓴 것 같아요.
이 영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적어주면 노래로 만들어보겠다고 해서 솔직하게 제 생각을 썼는데, 그걸 노래로 만들어주셨어요. <핸섬가이즈>의 음악감독님인데 천재예요. 저를 가장 많이 반영한 캐릭터가 진선규 형 캐릭터인데, 그런 모습도 담고 싶었어요. 108배를 지금 10년째 하는데, 그걸 마친 직후에는 정말 평온하고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 들거든요. 너무 평온한데도 또 금세 화가 나요.(웃음) 그래서 선규 형 캐릭터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 평온한 척. 행복한 척.
108배를 꾸준히 하면서 깨달은 게 있나요?
나 자신을 알아줘야 돼요. ‘그랬구나.’ 제가 108배 하는 모든 주제는 어제의 불편했던 나를 알아주는 거예요. 그때 되게 불편했구나. 나를 알아주는 순간이 되게 중요해요.
작품에선 어떤가요? 배우는 필연적으로 여러 현장과 여러 사람을 경험하고 매번 화합을 이뤄야 하잖아요.
여전히 어렵죠. 사람과의 관계는 어려우니, 늘 배려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을 잘 믿는 편이이에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이번 <허수아비>도 믿음에 대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과거의 ‘악연’이 있던 형사와 검사가 함께 사건을 해결하려고 한다. 이 중에서 검사 차시영을 맡았죠. 이번 작품은 어떤 면에 마음이 끌렸나요?
친하지 않은 검사와 형사가 결국 한 팀이 돼서 범인을 잡는다. 이런 장르에서는 이런 방식이 가장 노멀한 방향일 텐데, 그다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들었을 때 놀랐어요. 단순히 공조의 차원이 아니라, 실제 억울한 피해자에 대한 위로도,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까지 담겨 있어요. 4부까지 대본을 보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그 이후 이야기를 듣고 더 끌렸어요.
80년대로 되돌아가는 건 어땠나요? 연기적으로도 시대를 고려했나요?
스태프분들과 미술팀이 고생 많이 했어요. 웬만하면 건물들이 들어서 있으니까 미술팀이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고증에 고증을 거듭했죠. 그 시대 말투를 재연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것보다 인물 간의 관계나 그 사건을 대처하는 방법에 집중했어요. 30년 뒤의 나이 든 모습도 나오니까 ‘이런 사람이라면 30년 뒤에 어떻게 진화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요.
박해수 씨와 <악연>에 이어 또 함께하게 되었네요. 뛰어난 작품이고 아버지를 살인 청부하는 패륜아의 모습을 무섭도록 현실적으로 연기했습니다.
제 캐릭터에 대한 각광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웃음) 배우의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일상생활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가상이지만 금기를 넘어본다는 게 엄청 무섭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데, 배우니까 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박해수 씨와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시작하기 전에 둘이서 얘기한 것 중의 하나는, 전 국민이 아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사건인 만큼 우리 배우들은 ‘척’하는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 한순간도 척하는 순간을 만들지 말자. 그런 얘기를 했어요. 가짜 연기를 하지 말자고 했죠.
친한 사람과 연기를 하면 호흡이 다른가요?
너무 재밌죠. 일단 사이가 좋으면 대사 맞춰보고 리허설하기가 참 좋아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나누고, 서로 연기에 대해서 드는 생각도 얘기해줄 수 있고. 친하지 않으면 사실 어렵거든요. 서로의 차에 가서 같이 맞춰보기도 하고, 틈나는 대로 우리끼리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정말 친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시대극이고, 실화를 다루니 현장도 조심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 중에 인간적인 부분,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배려하는 수장으로서는 최고인 것 같아요. 함께한 감독님들 다 좋으시지만, 이번엔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배경이 80년대라서 개발되지 않고, 마을에 논밭이 많은 곳을 찾다 보니 주로 해남에서 찍었어요. 정말 그늘 하나 없는 곳이었고 엄청 더웠어요. 그래서 가장 뜨거울 때,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는 촬영을 쉬었어요. 그 시간에도 사실 제작비는 나가는 거죠. 너무 더우니 동네 목욕탕비도 내주셨죠. 온몸이 시뻘걸 정도로 더운 날 촬영하고 목욕탕을 가면 냉탕에 남자 스태프 40명이 다 목만 내놓고 있어요. 저도 같이 들어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시간이 참 잊기 어려운 추억인 것 같아요.
하하! 노동권에 대한 보장이 있었군요?
복지가 정말 훌륭했어요. 그런 진심이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감독님이 원하는 걸 적극적으로 해주려고 하는 기운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장면이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도 다 감독님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 현장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맡은 차시영은 꽤 복잡한 사람인 듯 합니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더 재미있나요?
복잡해요. 작가님이 공을 많이 들였어요. 인물이 단순하지도 않고. 정말 복잡하고 치밀하게 잘 만들어서 인물들이 매력적이에요. 해수 캐릭터도 그렇고 제 캐릭터도 그렇고, 관계나 이런 것들이 매력적이어서, 시작하면 계속 볼 수밖에 없으실 겁니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이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은 뭔가요?
성장 환경이 이 사람을 욕망 가득한, 출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이런 캐릭터를 만나면 참 재밌죠. ‘이런 상황에서 컸다면 이렇게 될 수 있겠구나’ ‘이런 사람이 또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늙을까?’를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밌어요.
매번 작품을 할 때 인물에 어떻게 접근하나요?
그건 영업 비밀인데.(웃음) 하나 분명한 건 대본을 계속 본다. 100번은 봐요.
많은 누아르 장르를 경험했는데, 여전히 이 장르에 애정이 있나요?
그래서 지금 로맨스를 좀 해야 되는데. 영화 <귤레귤레>가 마지막 로맨스였는데 이것도 제가 고봉수 감독과 만들어보자, 하고 했어요. 좋아하는 영화 중에서<펀치 드렁크 러브>가 딱 겹쳤어요. 상처가 많고 좀 루저인 남자의 멜로를 해보자고 해서 <귤레귤레>를 만들었죠. 로맨스를 하기엔 제가 좀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만약에 한다면 저는 멋있는 멜로 말고, 진짜 우리의 멜로를 하고 싶어요.
정말 너무 설레는 표정이네요. 요즘 로맨스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이제 무서운 거 좀 덜 하려고요. 조금 착한 쪽으로 고르고 있습니다. 지금 촬영하는 <코리언즈>도 착한 쪽입니다. 6월에 또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꽃, 별이 지나>라는 공연을 하는데, 다음 주부터 연습이 시작돼요.
1년이 부족하네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극단 활동도, 매체 연기도 있고, 연출도 해야 하고.
이렇게 일로 다 채워져 있으니까 아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진짜 휴식이고 행복감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정말 여덟 살로 돌아간 느낌? 행복한 타임머신인 것 같아요. 아이가 어려서 제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연말에는 뮤지컬을 하는데, 8세 이상 관람가예요. 최초로 8세를 해서 너무 뿌듯합니다. <허수아비>도 15세거든요.
이 작품은 어떻게 남을 것 같아요?
관객분들,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요. 재미도 중요하지만. 후반에는 억울했던 피해자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거든요.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배려를 담고 싶다는 진심을 많이 느꼈어요. 그게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 포토그래퍼
- 김민주
- 스타일리스트
- 이명선(박해수), 박선용(이희준)
- 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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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크업
- 공탄(박해수), 김정남(이희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