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의 꿈

지속 가능한 일하기 방식에 대한 또 하나의 토론이 시작됐다. 주 4일 근무의 기적은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주 4일 근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의 반응은? 일주일 중 무려 3일을 쉴 수 있다는 설렘, 일을 못하는 하루가 생겼을 때 늘어날 노동강도에 대한 걱정, 혹시 월급이 줄지 않을까 하는 불안 등등. 이 질문을 듣고 떠오르는 생각은 MBTI의 문제가 아닌 당신이 처한 노동환경, 고용 형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진다. 뉴스와 SNS 등에 자주 등장하는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한 가운데 노동자인 우리는 희망과 걱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1주 근로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한 40시간’이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연장 근무 최대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 근무 정책이 완성됐다. 2018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에 기업은 근무 형태를 다양하게 구성해 나름의 방법으로 새로운 노동문화를 안착시켰다. 여기에 근로시간 하루를 뺀 주 4일,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며 32시간을 근무했을 때 떠오르는 의문은 하나다. ‘이 많고 많은 남은 일은 누가 다 할까?’ 주 4일 근무의 이상적인 모델은 ‘월급 삭감 없이 주 4일을 일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조건이 충족될 때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동자가 감당할 업무량을 ‘100’으로 본다면, 근로 일수 단축과 비례해 이를 80으로 줄일지, 100을 유지할지, 90 정도로 타협할지를 정해야 한다. 업무량을 100으로 유지했을 때 노동강도가 올라간다면 주 4일 근무의 목표인 직원 복지 향상, 생산성과 효율성 증대, 조직 경쟁력 강화는커녕 모두의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고, 80으로 낮춘다면 고용주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임금 삭감, 추가 고용 같은 연쇄적 문제가 발생한다.

일찍이 근로와 복지가 활발히 논의된 해외에서는 주 4일 근무에 대한 논의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 공공 부문에서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했고, 임금 삭감 없이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노동인구의 51%가 주 4일을 포함한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 벨기에와 뉴질랜드 역시 주 4일 근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들이 경험한 바뀐 제도의 장점은 일과 삶의 균형, 동기 부여와 몰입도 향상도 있지만, 빈번한 병가 사용이 감소하고 전기와 종이 등 비용 절감,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방지, 업무 공유와 인계 적응 속도가 강화돼 핵심 인물이 조직에서 빠지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겪는 위험의 감소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다. 독일 전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Christian Lindner)는 “역사상 덜 일하며 번영한 조직은 없다. 번영의 열쇠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며 전투적으로 주 4일 근무를 반대한다. 산업의 성격과 노동 특수성을 고려하면 일부 업계에서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 2022년 영국에서 6개월간 회사 61곳, 직장인 2900명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큰 규모의 ‘주 4일 근무’ 실험을 진행했고, 실험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이 실험이 끝난 후에도 주 4일 근무를 유지할 정도로 결과가 긍정적이었는데 이 설문조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여러 전문가가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규모와 산업의 성격이 제한적이었기에 이 결과가 대표성을 띨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고용 형태의 직업인에게 주 4일 근무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프로젝트와 마감 일정을 기준으로 일을 하고 휴일 근무는 물론 주 7일 근무에도 익숙한 미디어·광고 업계 종사자는 ‘주 4일 근무’라는 단어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오히려 일할 때 불편함만 가중될까 걱정하기도 했다.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혜택이라 느낀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직장인 역시 희망보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휴일이 많아지는 건 좋지만 그에 상응하는 업무 강도에 대한 고민, 지금의 업무 소통 방식 속에서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일과 삶에 가치를 두는 사람의 구분이 분명해져 업무 양극화가 심해지는 걸 걱정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00시간대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요일에는 4시간만 일하는 통칭 ‘주 4.5일’로 불리는 제도를 지난 6월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아직 그 결과를 알 수 없지만 지속 가능한 일하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어린 시절 아빠를 보며 토요일 출근의 당연한 풍경이 어색해진 것처럼,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한 한국식 ‘주 4일 근무’를 꿈꿔본다. 

    일러스트레이터
    신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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