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뷰티 업계도 불안하게 만든다?
트럼프 신행정부의 출범은 미국의 화장품 규제 법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22년 12월, 미국은 인체에 더 안전한 화장품 개발을 목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감시 권한을 강화하는 화장품 규제 법안 모크라(Modernization of Cosmetics Regulation Act, MoCRA)를 제정했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사이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해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의회까지 장악했다. <얼루어 US>는 모크라 제정 당시 인터뷰를 요청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연락을 취했다. 화장품 규제 완화와 FDA 예산 삭감에 대한 소문을 확인하고, 이 법안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관계자는 모크라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했다. 하지만 FDA에 할당되는 인력과 예산 감축이 법안 시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탈크(Talc) 함유 화장품에서 석면 검출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시험법 제정이 마무리되어야 했어요. 1년 정도 미뤄진 셈이죠. 항알레르기 유발 물질 공개를 의무화하는 화장품 기재 표시 지침도 늦어졌죠.” EWG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 멜라니 베네시(Melanie Benesh)가 설명했다.
모크라의 미래와 개별 규제가 언제 시행될지에 대한 타임라인은 해당 법안 제정의 일등 공신인 패티 머리(Patty Murry) 상원의원조차 답할 수 없을 정도로 뿌연 안갯속이다. 머리 의원은 <얼루어 US>에 보낸 서면에서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모크라 시행을 연기하거나 적절하게 시행하지 못할 경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무분별하게 미국 시장에 유입되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법안의 전체 규정 중 일부는 이미 발효되었지만, 그 외 규정은 시행 전으로 검토와 조정 단계입니다. 확실한 건 상원과 하원 모두 관련 규제 개혁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규제 완화를 외치는 트럼프 신행정부의 FDA 관련 정책이 이를 지연시키고 있죠.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분명 처참한 결과를 야기할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에 맞설 것이고,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모크라의 규정 중 하나인 제품 등록 부분은 이미 발효되었다.
2024년 7월 1일부터는 제품 등록을 마친 제품만 미국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다. FDA는 새로운 의무적 제품 등록 규정이 시행되면서 예상보다 시장의 규모가 큰 것에 놀랐다. 제품 등록 확인을 위해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물질적 자원 외에 관리자, 성분의 안정성을 평가할 역량을 갖춘 과학자, 새 규정을 작성하는 법조인 등 대규모의 인적 자원이 받쳐줘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 신행정부가 감행하는 인력 축소는 해당 규정 시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것.
화장품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모크라의 지지자라면 최근 뷰티업계의 움직임이 반가울 것이다. 많은 화장품 회사가 새 규정에 부합하는 제품을 출시하려고 큰 예산을 기꺼이 지출하고 있고, 시중에 출시된 제품 중 상당수가 이미 국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다는 게 화학자 페리 로마노프스키(Perry Romanowski)의 설명이다. 베네시에 따르면, 모크라 법안 제정 전, FDA의 부재 속에서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 화장품 유해 성분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하고 있었다. 이는 화장품 회사들이 포뮬러를 재배합하거나 성분을 전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이끌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0여 가지의 화학 성분 사용을 금지했고, 오리건주에서는 성분 기재, 표시 의무화 규정을 통과시켰으며, 콜로라도주와 메인주, 미네소타주, 워싱턴주에서는 ‘영원한 화학물질’이라 알려진 과불화화합물(PFAS)이 첨가된 제품을 금지했다. 또 뉴욕시에서는 수은 성분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주에서 소비자 안전을 위해 화장품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지속적으로 발의하는 중이다.
“의회에서 개입해 훼방을 놓지 않는 한 이런 규제 강화 움직임은 주 단위에서 계속 이어질 거예요.” 베네시가 말했다. “미국 공화당이 백악관에 이어 연방 상원과 하원까지 모두 장악한 ‘트라이펙터(Trifecta, 3연승)’가 염려되기는 하지만, 그들이 방해하더라도 우리는 맞대응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더 안전한 화장품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곳이 ‘그’가 지배하는 미국일지라도 말이다.
- 글
- ELIZABETH SIEGLE, DEANNA PAI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