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리부트에 힘입어 글로시 립 메이크업 트렌드가 돌아왔다. 건조한 날씨와 마스크 때문에 지친 입술 컨디션과 좀 더 세련된 윤기를 위한 에디터의 선택은 립 오일이다.

 

모델의 입술은 두 가지 컬러의 틴트와 디올의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오일’ #001 핑크와 #015 체리를 활용해 매끈한 윤광이 돌도록 연출했다.

립 오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려면 에디터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때는 1999년. 당시 여중생들은 방금 튀김을 한 접시 클리어한 듯한 번들거리는 입술로 학원가를 활보했었다. 그 시절엔 ‘자고로 입술은 번들거려야 제 멋’이었으니까. S.E.S와 핑클의 대결 구도 속에 김현정, 이정현, 스페이스A의 노래가 방송가를 장악할 때이기도 했는데, 그들의 과거 이미지를 살펴보면 이런 ‘번들 입술’ 트렌드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나 1990년대 메이크업이 돌아왔다. 얇디얇은 아이브로, 브라운 계열 립스틱과 함께 그때의 글로시한 립 텍스처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마 마스크 착용만 아니었다면 이런 글로시 립 트렌드는 이미 작년부터 정점을 찍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걸림돌이 있음에도, 1990년대를 향한 향수는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오히려 끈적이지 않고, 더 고급스러운 윤기를 내는 제품의 등장을 부추겼다. 다시 에디터의 학창 시절로 돌아가보자. 유일하게 화장품을 샀던 곳은 아파트 상가 구석에 자리한 화장품 가게. 그곳에 가면(혹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기도 했다) 계산대 바로 옆에 립글로스가 있었다. 지금의 립 오일과 언뜻 비슷하게 생겼지만, 제형은 실제 오일처럼 묽었고, 딸기나 포도 향이 났으며, 구슬 형태 어플리케이터가 있었다. 입술에 잔뜩 바르고 나면 윤기(기름기라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한) 하나는 끝내줬지만, 밀착력이 거의 없어 옷이나 휴지가 스치기만 해도 지워지기 일쑤였다. 그 다음엔 튜브 형태 립글로스가 등장했다. 점성이 강한 젤 형태로 그 당시 트렌드였던 ‘도톰해 보이는 유리알 입술’을 연출하기 제격이었다. 하지만 너무 끈적거린다는 단점 때문에 금세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 특히 니트를 입거나 목도리를 두르는 계절엔 입술에 실오라기가 잔뜩 붙거나, 옷에 립글로스가 묻어 당혹스러운 일이 많았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통통한 패브릭 솔이 달린 립글로스는 그 이후에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역시 끈적이고 광택이 부담스러워 양 조절이나 도구 사용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최신의 립글로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플럼핑 효과를 더해 필러 시술을 받은 듯 통통하고 글래머러스한 입술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끈적이고 광택은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매트 피니시에 흠뻑 빠져 살 때와 달리 1990년대 바이브가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입술에 윤기를 주는 방법을 고민해보게 됐다. 에디터가 찾은 그 대안은 바로 립 오일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입술 피부 컨디셔닝 효과는 기본

립글로스는 제품 카테고리명 그대로 입술에 윤기와 광채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속촉’을 외치는 립스틱이라도 오일의 진한 영양과 보습과는 비교불가다. 립 오일은 입술 컨디셔닝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메이크업 효과 때문에 바르기도 하지만, 잠들기 전 입술 케어를 위해 발라도 된다는 이야기다.

맨입술과 립스틱을 바른 입술, 어디에나 발라도 OK

최근엔 립 오일도 다양한 컬러로 출시된다. 맨입술에 바르면 약간의 생기를 추가해주고, 립스틱을 바른 뒤 덧바르면 고급스러운 광을 더해준다. 제형이 너무 묽거나 되지 않아 어떤 립스틱 위라도 뭉치거나 지워지지 않고 잘 펴 발린다.

하이브리드 새틴 광 연출

예전이나 지금이나 광이 나는 것은 같다. 하지만 광의 레벨이 다르다. 최근 출시된 립 오일은 번들번들이 아닌 매끈하고 반질반질한 새틴 광을 선사한다. 광의 강도만으로는 예전보다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입술이 도톰해 보이는 효과는 여전하다. 결국 립 오일을 사용하면 세련되게 1990년대 바이브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뿐인가? 낮 시간에도 립 오일의 컨디셔닝 효과로 아무리 건조한 날씨에도 입술 각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예뻐 보이면서도 피부 건강을 생각하는 메이크업이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인 시대다. 그런 점에서 립 오일은 새로운 카테고리는 아니지만,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진정한 트렌드세터 아이템이라 할 수 있겠다. 립 오일의 다음 레벨은 어떤 모습일까?

 

RECOMMENDED LIP OILS

클라랑스의 립 오일 쉬머 #버건디 와인
입술 트리트먼트에 진심인 클라랑스의 립 컴포트 오일에 미세한 펄을 더해 하나만 발라도 강력한 메이크업 효과를 전하는 제품이다. 상반되게 느껴지는 펄의 반짝임과 입술 영양 공급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것. 7ml 3만2천원대.

 

에스티 로더의 퓨어 컬러 엔비 나이트타임 레스큐 립 오일-세럼
다른 립 오일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은 묽은 제형이다. 고광택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추천한다. 제품명처럼 수면 시간 입술 케어용으로 사용하거나, 낮시간에는 틴트 위에 덧바르면 촉촉하고 고급스러운 광택을 연출할 수 있다. 9ml 4만원대.

 

디올의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오일 #001 핑크
체리 오일 성분이 입술에 영양감과 보호 효과를 주고, 컬러 리바이버 테크놀로지 적용으로 어떤 입술 톤에도 어우러지는 핑크빛 틴티드 효과를 선사한다. 입술에 강력하게 밀착되는 얇은 막을 형성해 촘촘한 광택을 더해준다. 6ml 4만5천원대.

 

쌍빠의 어딕트 프렌치 립오일 #히비스커스
입술 변색 걱정이 없는 천연 색소를 넣은 2016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 높은 립 오일계의 강자다. 광택감이 높은데도 전혀 끈적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환절기 대표 뷰티 아이템으로 꼽히기도 한다. 12ml 1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