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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SHE IS / 표예진

조용하지만 강단 있게 빛나는 표예진이라는 세계.

코발트 블루 니트 카디건은 아르켓(Arket).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후드 디테일과 부드럽게 떨어지는 래글런 핏이 매력적인 하프 슬리브 사다멜릭 코듀로이 다운재킷과 크로스, 숄더 투웨이 연출이 가능한 토리아나 시티 백은 듀베티카(Duvetica). 카고 스커트는 앤 앤델만(Ann Andelman). 퍼 시어링 부츠는 어그(Ugg).

피부 톤을 흐리게 하는 근본 원인을 잡아주는 글루타치온과 탄력을 더하는 PDRN이 만나 건조하고 칙칙한 피부를 속부터 촉촉하게 채우고 밝혀주는 ‘글로우 테라피 앰플’은 글루타넥스(Glutanex). 블루 니트는 클로브(Clove).

자외선 차단과 미백, 진정 보습을 동시에 잡은 올인원 선케어 솔루션. 피부 톤을 균일하게 해주는 고순도 글루타치온은 물론, 열감이 오른 피부를 빠르게 쿨링해줄 카밍 효과까지 더한 ‘글로우 선크림 라이트 SPF50+/PA++++’는 글루타넥스. 블라우스는 클로브.

은은한 매트 소재와 오버 핏 판초 실루엣, 허리선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허리 드로스트링과 오픈 슬릿이 특징인 에우리피데 다운재킷은 듀베티카. 워싱 데님 쇼츠는 더 일마(The Ilma).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대중이 보기에는 1년의 공백이 있어서 궁금해할 것 같아요.
실은 틈틈이 일하고 있었어요.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 있어서 대중분들에겐 휴식을 취하는 걸로 보인 것 같아요. 잠깐의 여유도 생겨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도 하고, 그동안 못 쉰 걸 좀 쉬기도 했고요.

데뷔 후로는 거의 쉼 없이 달려왔잖아요. 오랜만에 맞이한 진짜 휴식은 어땠어요?
쉬어본 사람이 쉴 수 있다는 말을 제대로 체감했어요. 직장을 다니면, 평일과 주말이라는 루틴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게 없다 보니 일하고 나서 그 직후만이 쉴 수 있더라고요. 마냥 쉰다고 그게 휴식은 아닌 거죠. 그래서 늘 말하는 게 ‘걱정이 없는 하루’가 쉼인 듯해요. 그런데 그렇게 되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못 쉬는 것 같아요.(웃음)

그 걱정 없는 시간을 갖는 게 어려운 일이죠. 배우로서도 표예진으로서도요.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도 일이고요.
맞아요. 그게 늘 고민이에요. 시간이 갈수록 표예진으로서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일을 계속하다가 문득 멈출 때, ‘내가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에 압도될 때가 있어요. 데뷔 초엔 배역에 흠뻑 빠져들면서도, ‘원래의 나’가 더 컸다면, 지금은 ‘배역의 나’가 너무 커졌달까요? 연기하지 않을 때의 나 자신도 중요한데,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 고민의 시기에 다시 <모범택시> 현장으로 돌아왔죠. 시즌 1, 2에 이어 3가 확정됐을 때 감회가 어땠나요?
시즌이 다시 이어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시즌 2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서 ‘설마, 혹시? 하는 기대감은 있었는데, 확정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뻤죠. 그래서 방영이 끝날 때도, 촬영이 종료될 때도, 헤어진다는 마음은 안 들었어요. 이미 가족처럼 똘똘 뭉쳐 있기도 했고요. 마치 명절 되면 다시 모이듯 ‘우리 다음 시즌에 또 만나겠네?’ 하면서 기분 좋게 헤어진 것 같아요.

장장 5년을 함께한 작품이기도 하죠.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래 한다는 건 배우로서도 흔치 않은, 값진 경험이라는 걸 잘 알아요. 저한테는 성장 앨범 같은 작품이에요. 이번에 저도 다시 정주행을 했는데, 초반부터 보니까 감정이 또 새롭더라고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찍었구나’ 기특하기도 하고요. 특히 시즌 1의 안고은은 지금보다 훨씬 어린 결의 캐릭터였고, 연기도 조심스러웠어요. 그게 나름의 매력이기도 하지만요(웃음). 시즌이 거듭될수록 모두 단단해지고, 서로 합도 더 좋아졌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시즌이 이어지면서 안고은에게도 변화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 머리를 짧게 자른 것도 그 연장선인가요?
저희 드라마가 시즌 3까지 오다 보니까, 극 중에서 시간이 꽤 흐른 설정이에요. 그래서 안고은이라는 인물도 좀 더 성숙하고 든든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시즌 1에서도 짧은 머리였지만, 이번엔 단정하고 강단 있는 인상으로 보이고 싶었달까요. 물론 MZ세대인 건 변함없습니다.(웃음) 제가 먼저 작가님이랑 감독님께 제안드렸고, 다들 긍정적이셔서 바로 잘랐어요.

오랜 시간 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감정의 온도가 달라질 것 같아요.
그렇죠. 시즌이 거듭될수록 고은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훨씬 깊어졌어요. 이제는 연기할 때도 ‘이 친구라면 이렇게 하겠지’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처음엔 역할을 해석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그냥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할 때 감정의 결이 더 넓어졌고, 공감하는 지점도 많아졌어요.

여전히 마음이 머무는 장면이 있을까요? 시즌 통틀어서도 좋고요.
저는 시즌 1 마지막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장 대표님이 ‘우리 해체해야 할 것 같아’라면서 위기가 찾아오는데, 그 뒤로 누군가는 떠나고, 또 어떤 사람은 새로운 걸 시작하면서 ‘잘 지내’라고 작별하는 신이 있어요. 또 울컥하더라고요. 서로 무언의 인사를 나누는 얼굴들과 정서가 너무 좋았거든요.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 신은 여전히 애틋해요. 볼 때마다 감정이 올라오는, 애절한 포인트예요.

<모범택시>의 안고은을 한동안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언젠간 끝이 있기 마련이기도 하고요.
<모범택시> 팀이 2년 간격으로 돌아왔잖아요. 시즌이 끝날 때마다 ‘진짜 끝인가?’ 하는 마음보다는, 어디선가 고은이는 여전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끝이 오더라도, 여전히 누군가의 고은이로, 어딘가의 무지개운수 팀으로 존재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 인물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저도 여전히 <모범택시>의 팬이거든요. 그래서 더 쉽게 보내지 못할 것 같지만, 언젠가 고은이를 다시 만날 날이 오겠죠. 늘 그렇듯요.

그만큼 애착을 갖고 임한 작품이라서 완성된 결과물을 볼 때 감정도 남다를 것 같아요.
보기 전에는 항상 걱정돼요. 그런데 막상 보면, 제가 우려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구나, 내가 한 것보다 멋지게 완성되는구나’라는 걸 느껴요. 감독님은 물론, 편집과 음악까지 모두 더해져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는 걸 모니터링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요.

배우 중에는 본인 작품을 잘 못 보는 분도 있잖아요.
저는 꼭 봐요. 자기반성을 위해서도 그렇고요.(웃음)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니까요. ‘안 보면 어떡해, 봐야지’ 하는 마인드 세팅과 함께요.

본인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네요. 그럼 온전히 시청자로 보는 작품은 어때요?
새로 나오는 작품은 일단 다 보는 편이에요.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연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초반부는 거의 다 보고요. 제 취향은 휴머니즘, 실생활에 가까운 이야기예요. 제가 하는 연기 장르와도 맞닿아 있고요. 근래 본 것 중에서는 <폭싹 속았수다>가 정말 감동적이었죠.

작품을 고를 때도 그런 현실적이고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에 끌리나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도전할 수 있는’ 역에 마음이 잘 가는 것 같아요. 기존에 한 것보다 좀 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은 캐릭터를요. 그리고 그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도 중요하고요. 요즘은 도파민이 가득한 자극적인 쇼츠가 많은 시대라, 빨리 감기를 하거나 몇 배속으로 보는 분도 많잖아요. 그래서 1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인 작품이라도 자신 있게 ‘봐달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역할이 왜 나한테 왔는지 고민해보기도 하나요?
궁금해요. ‘어떻게 절 믿고 이걸 주셨을까?’ 한 번도 물어보 적은 없지만요. 그저 감사히 받고 충실하게 임했어요. 그동안 제가 했던 ‘작은 순간’이 쌓여서 기회가 온 거겠지, 그렇게 생각해요.

굉장히 건강한 마인드의 소유자라는 게 느껴져요. 번아웃이나 매너리즘이 올 수 없을 만큼요.
저는 하루하루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이에요. 가끔은 ‘너무 수동적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웃음) 데뷔 초에는 ‘나는 언제쯤 저 사람처럼 될까?’ 하는 갈증이랄까,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작품 하나씩 해가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또 다음이 생기더라고요.

시간이 해결해준 케이스군요.
맞아요. 예전엔 불안한 시기도 분명 있었어요.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 연기하는 게 가장 좋고, 그게 되면 저는 그걸로 됐어요.

그 마음의 전환점이 된 시기가 있었나요?
<VIP>를 할 때까지는 욕심이 많았어요. 작품이 잘되고 주목도 받으니까, 당연히 더 좋은 다음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연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오랜 기간 쉬게 됐어요. 그 당시는 불안했는데, 1년 뒤 <모범택시>를 만나면서 ‘아, 내가 쌓아온 게 사라진 건 아니구나. 조금은 기다려도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그 이후로는 기다릴 줄도 알게 됐고요. 내가 하는 모든 거는 다 쌓인다는 확신과 함께요.

지금의 표예진을 완성한 건 결국 그 시간들이네요. 앞으로의 시간은 어떻게 채워가고 싶어요?
예전에는 조급한 마음이 많았는데, 지금은 달라요. 모든 건 쌓이고 흘러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다음을 만들기보다는 지금을 잘 채우려고 해요. 내가 좋아하는 현장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일하고 싶어요. 그게 잘 쌓이면 언젠가 또 새로운 시간이 올 테니까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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