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해외 갤러리와 한국의 오디언스를 연결하는 조소영
프리즈 서울 기간에 하우저앤워스, 리슨 갤러리의 부스를 찾으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독립적으로 일하며 해외 유수의 갤러리와 한국의 오디언스를 연결한다.

아트페어의 뜨거운 매일, 조소영
당신이 하는 일은?
독립적으로 일하며 해외 갤러리의 전시 기획과 홍보를 담당한다. 현재는 하우저앤워스와 리슨 갤러리, 레이지 마이크를 맡고 있고, 글래드스톤, 에스더쉬퍼, 마이클 워너, LA의 커먼웰스앤카운슬과 일했다.
하우저앤워스는 ‘세계 3대 갤러리’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대형 갤러리다. 프리즈 서울 외에 이들 갤러리와 어떤 일을 하나?
해외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를 소개하는 등 한국 프레스와 오디언스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방문하게끔 한다. 하우저앤워스는 가깝게는 홍콩에 지점이 있는데, 새 지점을 오픈할 때 큰 행사를 하기도 했다.
프리즈 서울을 통해 한국에 지점이 없는 갤러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프리즈 서울을 준비할 때 하는 일은?
프리즈 서울이 시작되면 갤러리를 소개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사전 행사로 프레스 컨퍼런스 등을 열고 있다. 갤러리는 그림 판매는 물론, 교육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운영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소개하려는 의도도 있다.
‘아트페어’는 기본적으로 ‘세일즈’의 장이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도 세일즈 리포트가 매일 발행되는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세일즈 리포트는 첫째 날과 둘째 날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날의 세일즈 리포트에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때 총 작품 판매 개수와 가격을 대략 공개한다. 한국에서는 아마 프리즈 서울을 시작하며 접했을 텐데, 해외 아트페어에서는 기본이다. 오후 3~4시까지의 세일즈를 투명하게 공개해 어느 갤러리의 어떤 작품이 가장 고가에 팔렸고, 합계 금액이 얼마인지 알린다. 수많은 갤러리가 3박 4일이나 4박 5일 이내에 많은 작품을 팔아야 한다. 페어라는 것 자체가 그들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일즈 리포트가 곧 그날의 성적표다.
프리즈 서울로 인해 가을은 아트의 계절이 됐는데. 여러 반응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다. 직접 느끼기엔 어떤가?
프리즈 서울이 시작되면서, 한국 오디언스가 아트페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예전부터 한국 미디어에서는 해외 아트페어를 많이 다뤘고, 컬렉터들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일반 오디언스에게는 결코 문턱이 낮지 않았다. 한국에서 프리즈 서울이 열리며 미술 관람이 좀 더 대중화되고, 일상화된 부분이 생겼다고 본다.
해외 갤러리에게는 세일즈 외에 어떤 장점이 있나?
만약 그 갤러리가 신규이거나 젊은 작가 위주라면, 자신의 갤러리에 속한 젊은 한국 작가를 짧은 기간 안에 전 세계적으로 소개하는 플랫폼이 된다. 갤러리로서는 그게 가장 큰 장점이다. 꼭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지 않더라도 해외에 있는 뮤지엄, 재단 관계자도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다. 작품을 직접 보고, 작가를 만나는 기회가 늘어났다. 전시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페어마다, 나라마다 기호가 다르다. 문화별로 페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려면,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긍정적인 영향이 생긴다. 기획자에게는 아시아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게 장점이다.
오디언스의 만족도는 어떤 것 같나?
예를 들어 세계 3대 갤러리의 부스, 프리즈 마스터 섹션 등을 통해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감상할 좋은 기회다. 일부러 여행을 가야만 만나는 작품을 하루에 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거 같다. 내가 본 한국 오디언스는 갤러리는 잘 몰라도 작가를 잘 아는 경우가 많다. 조지 콘도가 하우저앤워스 소속 작가인데, 하우저앤워스는 몰라도 조지 콘도는 잘 안다. ‘GD가 좋아하는 작가’라고 아는 분도 있고. 그러면 프리즈 서울에 와서 조지 콘도의 작품을 찾아본다. 자연스럽게 하우저앤워스라는 갤러리도 알게 된다.
항상 프리즈 서울이 끝나면, 오디언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 반해 거래량은 많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프리즈 서울만의 특징일 수 있는데.
항상 경기가 좋을 수는 없다. 꼭 많이 오신다고 해서 많이 팔리는 건 아니다.(웃음)
올해가 4년째다. 초기와 비교해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
‘프리즈 하우스 서울’도 오픈 예정이듯이 여전히 새로운 뉴스가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4년째를 맞이하며 정리될 게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차분해진 느낌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것에 끓어오르는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파티 등 여러 행사도 줄어든 거 같다. 이제 페어에 대한 가치도 생각하고 지식도 생겼다. 4년째 참여하는 갤러리는 한국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해외 갤러리도 한국 시장에 맞는 프로그램과 작품을 고려하게 됐고.
올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가?
해외 갤러리와 일하고 있지만, 한국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가 더 많은 나라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품고 있다. 예를 들어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를 위한 부스다. 그런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프리즈 서울 기간에 이어지는 전시 대부분이 한국계 작가가 많은데, 작가와 작품이 해외 오디언스, 해외 구매자에게 더 널리 알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맛있는 걸 보면 친구한테 막 보여주고 싶고, 맛있는 집 가면 여기 누구 데려오고 싶고 하는, 그런 마음이다.
올해 이불 작가가 하우저앤워스와 전속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 부스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나?
물론이다. 또 리움미술관에서도 전시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한국 작가로는 첫 전속 작가라서 너무 놀라웠고 기뻤다.
‘아트’ 영역이 갤러리 공간을 벗어나 라이프스타일로 크게 확장되고 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게 너무 재밌다. 내가 맡은 것 중에는 니콜라스 파티가 수영장 바닥 타일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르 시레누스의 예술가들(Artists at Le Sirenuse)’ 프로젝트인데, 이탈리아 르 시레누스 호텔 수영장을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한 거다. 지하철역 같은 공공장소를 유명한 작가가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 같은 게 해외에는 굉장히 많다. 한국에서도 그런 걸 해보고 싶다.
독립적으로 다양한 갤러리와 일하고 있는데, 한 갤러리 소속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항상 드는 고민이다. 장단점이 있다. 혼자서 많은 갤러리와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하는 게 아직은 재미있다. 갤러리마다 성향이 다르고 작가도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좋다. 미술관 프로젝트도 해보고, 재단 프로젝트도 해보고, 작고 큰 갤러리부터 영 갤러리까지 할 수 있으니까.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프리즈 서울이 끝나도 프리즈 런던도 있고, 아트바젤 파리도 열리니 바쁘다. 하나의 일이 계속 다른 일로 연결된다. 일은 기획에서 시작해 홍보로 끝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많은 경험을 쌓아 영역을 더 넓히고 싶다.
- 포토그래퍼
- 차혜경
- 헤어&메이크업
- 장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