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의 수도 키갈리가 세계 미식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적어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식 도시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키갈리가 이렇게 급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UPCOMING KIGALI
“우리의 철학은 아프리카 재료를 알리는 데 있습니다.” 키갈리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메자 말롱가(Meza Malonga)의 셰프 디외빌 말롱가(Dieuveil Malonga)가 말한다. 그는 히비스커스와 비트 가루를 뿌린 쇠고기 타르타르 옆에 코트디부아르산 버튼 버섯이 담긴 병을 내놓는다.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자욱해 거의 보이지 않지만, 이집트산 블랙 레몬 향이 부룬디산 트리 토마토 셔벗과 어우러져 은은하게 퍼진다. 이제는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 나는 육두구의 일종인 ‘론델(Rondelle)’을 살펴볼 차례다. 흙 내음과 마늘 향이 어우러진 강렬한 풍미의 이 향신료는 콤부차에 절인 당근 리본과 가나산 시토 크림을 섬세하게 얹은 몸바사산 새우 요리의 주인공이다.
“이곳은 유럽 파인 다이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아홉 코스가 끝날 무렵 내 입맛은 대륙을 탐험한 듯 풍부해진다. 콩고 출신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자란 말롱가는 아디다스 모자를 뒤로 쓰고 개방형 주방을 지휘한다. 레스토랑 안에는 상패가 가득하다. 핀셋으로 재료를 다듬고, 소스를 얹고, 접시를 닦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유려한 춤처럼 펼쳐진다. 2020년 키갈리에 메자 말롱가를 열기 전, 그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46개국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테이스팅 메뉴에 녹여냈다. 새로운 소식도 있다. 키갈리에서 2시간 떨어진 무산제(Musanze)의 한 농장에 자신의 꿈을 담은 캠퍼스를 개장한다. 이곳에는 레스토랑, 향신료 박물관, 음식 연구소와 요리 학교가 들어선다. “르완다에서는 음식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브라질까지 오로지 음식을 위해 여행합니다. 아프리카도 내세울 게 있죠.” 말롱가가 말한다.
아프리카 미식의 중심
지금 키갈리에서는 매력적인 음식 문화가 성장하고 있다. 고릴라 트레킹을 위해 고급 산장을 찾는 부유한 여행객이 이 열풍에 동력을 더하지만, 진정한 원동력은 훌륭한 로컬 식재료와 창의적인 셰프들이다. 감히 말하건대, 2000년대 초 코펜하겐에서 르네 레드제피(Rene Redzepi)라는 활기 넘치는 셰프가 레스토랑 노마(Noma)를 통해 파인 다이닝 혁명을 일으키며 수많은 셰프의 경력을 탄생시킨 그 신비한 힘이 키갈리에서도 감지된다. “30년 전에는 아무도 코펜하겐에 음식을 먹으러 가지 않았잖아요.” 로컬 사탕수수와 아보카도잎 같은 숲속 식물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이미지 럼(Imizi Rum)의 싱가포르 출신 창립자 로한 샤(Rohan Shah)가 말한다. 코펜하겐의 미식 부흥을 이끈 협업적 생태계가 키갈리에서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르완다는 비옥한 화산 토양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식물이 자란다. 국토 면적은 아프리카 전체의 1%도 되지 않지만, 대륙 식물종의 15%가 이 나라에 서식한다.
자연의 풍요로움과 안정적인 환경은 전 세계 셰프와 레스토랑 경영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레스토랑 코조(Kozo)에서는 태국 출신의 대담한 셰프 사콘 솜분(Sakorn Somboon)이 태국, 네덜란드, 런던, 가나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여덟 코스의 아프리카-아시아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그는 틸라피아 요리를 카사바 옥수수 반쿠와 함께, 탄자니아식 꼬치구이를 베트남식 월남쌈에 싸서 제공하며, “저는 전 세계의 조리 기술로 동남아의 풍미에 아프리카의 맛을 섞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다음 날, 트레저 오브 아이코로(Treasures of Ikoro)에서는 매콤한 피리피리 소스에 감싸인 바삭한 미트볼을 맛보며 최고의 미식을 경험했다. 디저트로는 쿤다 젤라토(Kunda Gelato)의 트리 토마토 아이스크림으로 입맛을 달랬다. 키갈리에는 더 많은 미식의 즐거움이 남아 있다. 졸로프 아페티(Jollof Appetit)와 함께 활기찬 무슬림 지역인 냐미람보(Nyamirambo)를 도보 음식 투어로 탐방해보자. 현지 가이드의 안내로 이솜베(카사바잎 스튜), 갓 짜낸 사탕수수 주스, 바삭하게 튀긴 정어리 요리 삼바자(Sambaza) 등을 맛보고, 카페와 야외 당구대가 즐비한 보행자 거리를 산책하며 투어를 마무리하자.
키갈리의 가장 매력적인 숨은 명소는 도심 중심부에 자리한 녹음이 우거진 키요부(Kiyovu) 지역의 리트릿 바이 해븐(The Retreat by Heaven)이다. 이 호텔은 현대 르완다의 예술과 패션 감성이 녹아든 객실 20개를 갖추고 있고, 그중 인기 있는 풀 빌라 8채는 도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숙소로 꼽힌다. 미국인 부부 조시와 알리사 럭신(Josh & Alissa Ruxin)이 2007년 레스토랑 헤븐(Heaven)을 열며 시작한 이곳은 젊은 르완다인에게 외식 산업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 교육 아카데미로도 활용됐다. 그 덕분에 이곳의 음식은 정말 뛰어나다. 퓨전 레스토랑의 풀사이드 아침 식사에서 샥슈카(Shakshuka)를 주문해보자. 카사바잎으로 만든 이솜베 스튜는 바나나 와인, 카사바, 고추, 리크가 어우러져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선사한다. 요리 수업에 등록해 이솜베를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커피의 땅 커피 역시 흥미롭다. 고급 주택가 키미후루라의 커피 농가 출신 케빈 음분두(Kevin Mbundu)는 르완다의 세 번째 주요 수출품인 커피를 재해석하며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힙한 카페 키부 누아 (Kivu Noir)는 키갈리에서 급성장 중인 로컬 커피 문화의 선두 주자이며, 지난해 10월에는 레스토랑 겸 칵테일 바 루애(Rua)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커피 와인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와 로컬 샐비어, 초록 고추로 만든 칵테일 등 독창적인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저는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이곳에 와서 ‘아, 내가 지금 르완다를 경험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음분두가 말한다.
신흥 미식 시장은 혁신적인 셰프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프랑스 호텔 학교 바텔(Vatel)에서 유학 후 고향으로 돌아온 니콜 바무쿤데(Nicole Bamukunde)는 키갈리에 바텔의 분교를 유치하며 파인 다이닝 산업의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중요한 빈틈을 채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20년에는 키갈리의 평범한 사무실 건물 메자닌에 뉴라(Nyurah)라는 고요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학생이 요리부터 재무, 마케팅까지 레스토랑 운영 전반을 배우는 공간이다. 내가 테이블로 향하는 동안 직원들은 미리 맞춘 안무 같은 동선으로 레스토랑을 유유히 오간다. 이탈리아 조리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르완다 레스토랑을 지향하며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인테리어 역시 아프리카의 미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데, 케냐에서 온 식탁과 르완다 전통 장식으로 꾸민 벽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식사는 르완다 키부 호수에서 잡은 정어리 튀김을 작은 타워처럼 쌓아 올린 아뮈즈부슈 삼바자로 시작된다. 이는 전날 밤 냐미람보의 길거리 음식 투어 중 먹은 바삭하고 중독적인 정어리 튀김의 고급스러운 변주다. 이어지는 메뉴는 매끈하게 구운 마다가스카르 후추로 크러스트 처리한 부드러운 안심스테이크이고, 곁들인 파테 존 소스, 수쿠마위키 퐁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디저트는 에스프레소를 부은 플랜테인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된다. 뉴라에서의 식사는 여행자들이 오로지 음식만을 위해 방문하는 스페인의 도시 산 세바스티안과 같은 선상에 키갈리를 올려놓을 만큼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키갈리는 지금,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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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SARAH KHAN
- 포토그래퍼
- DIEUVEIL MALONGA, CHRIS SCHWAGGA, IMIZ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