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에서
‘우붓’에 가기 위해 발리에 간다. 우붓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발리는 아름다운 자연 외에 풍부한 역사, 독특한 문화로 전 세계 여행자를 유혹했다. 발리 해변에서 며칠을 보낸 여행자는 기꺼이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싣고–리조트에서 보내주는 벤츠를 타도 험한 길은 그대로 느껴질 수밖에–우붓으로 향한다. 우붓에 가까울수록 시야는 점점 더 파래진다. 계단식 논과 정글이 모습을 드러내고, 크고 작은 조각상과 미술품 가게가 하나둘 나타난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미술관과 갤러리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처음 우붓이 세상에 소개될 무렵 이곳은 인도네시아 미술의 중심지로 불렸다. 우붓은 발리 예술의 과거이자 현재였지만 우붓은 곧 예술이라는 공식이 언젠가부터 변했다. ‘웰니스’가 삶의 전반의 키워드가 되면서 단숨에 웰니스 여행의 성지로 떠오른 것. 후배는 언젠가 우붓에서 한 달간 머물며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인생의 버킷 리스트라고 했다. 우붓에 온 사람들은 초보자이거나 숙련자이거나 모두가 요가를 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정말이지 모두가 그렇다.
웰니스의 새로운 성지
“평소에 운동을 전혀 안 하죠?” 바이스로이 발리의 드넓은 ‘내 빌라’에서 개인 요가 수업을 마치자마자 내 요가 스승이 말했다. “맞아요. 숨쉬기운동밖에 안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웃던데, 그는 웃지 않았다. “운동을 해야 합니다.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늘처럼 요가를 하세요. 운동하지 않는다면 결국 의사만 좋은 일이 되겠죠. 반드시 아프게 될 테니까요.” 슬프지만 사실이었다. 과거 무리 없이 했던 동작이 점점 안 되고 있음을 나 역시 느끼고 있었다. 처음 매트를 깔고 시작했을 때 눈에 들어온 우붓의 푸른 정글이 점점 노랗게 보였고, 마지막에는 거의 매트 위에 드러누웠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나를 애도하는 것 같았다. “내일 아침에 무료 요가 클래스 있는 거 알죠? 꼭 나오세요.”
우붓을 방문하기로 했을 때 내가 가장 서둘러 예약한 것이 스파와 요가 프로그램이었다. 우붓 전체가 ‘웰니스 복합 공간’이라고 할 만큼 우붓에는 요가 스튜디오와 마사지 가게가 즐비하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열린 공간에서 스파와 요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시내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오가닉 코튼으로 만든 요가 브랜드 숍이 즐비하고(이곳 제품은 룰루레몬보다 비싸다), 요가복을 입고 요가 매트를 옆구리에 낀 웰니스 동료를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다. 인간은 분위기에 좌우된다고 하지 않았나. 우붓만큼 웰니스에 진심인 여행지는 없다.
바이스로이 발리는 웰니스 여행자를 위해 웰니스 리트리트(Wellness Retreat) 패키지를 준비했다. 이 패키지를 이용하려면 최소 3박은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두루 경험할 수 있다. “웰니스에 관심 많은 여행자를 위해서 철저히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스파 트리트먼트를 즐기고, 마음을 확장하고 몸을 이완하는 요가 세션에 참여하고, 농장에서
재배한 케일 샐러드를 맛보는 식이죠. 스쿼시 코트도 있고요” 바이스로이의 PR 디렉터 수르야의 말이다. 패키지에는 스파, 요가, 점심 또는 저녁 식사, 클렌징 주스, 트레킹과 사이클링 체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붓은 예전부터 영적이고 치유의 힘이 가득한 곳으로 알려졌어요. 풍부한 정글, 무성한 논, 안개 낀 산 등 멋진 풍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몰과 일출은 물론, 밤에는 작은 반딧불이 수천 마리가 논을 비춥니다. 몸과 마음의 웰니스에 집중하고 싶다면 우붓이 최적의 장소죠. 요가 전문가를 양성하는 수련회와 학교, 발리 스피릿 페스티벌과 같은 웰니스 페스티벌도 우붓에서 열립니다.” 우붓(Ubud)은 약, 약초(Medicine)를 뜻하는 우바드(Ubad)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발리 전통 의학, 요가, 마사지가 어우러지는 영적 영감의 장소인 우붓은 20세기 후반부터 웰니스 명소로 조명되었다.
이런 곳에서 스파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새벽 도착, 새벽 출발이라는 극악의 스케줄로 알려진 새벽 비행의 피로와 갑자기 긴장한 근육을 푸는 데는 발리니스 마사지만 한 것이 없다. 발리니스 마사지의 목적은 평온과 이완. 강한 스트레칭을 포함한 타이 마사지, 근육을 꾹꾹 눌러주는 스웨디시 마사지와 달리 발리니스 마사지는 지압, 반사요법, 아로마테라피를 조합해 몸 주위의 혈액, 산소 및 에너지의 흐름을 유도하는 부드럽고 다정한 마사지다. 리조트의 아코야 스파(Akoya Spa)는 발리에서 가장 조용한 장소 중 하나다.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정글 전망을 바라보며 유서 깊은 발리니스 마사지와 딥티슈 마사지, 페이스 트리트먼트 등을 즐길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우붓의 짬뿌한 리지 워크(Campuhan Ridge Walk)를 걸어보길. 와르윅 이바(Warwick Ibah) 근처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에서 다양한 식물과 발리 전통 마을,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과 강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사이 우붓이 한층 더 가까워진다.
휴식의 힘
짱구, 꾸따 등 번잡한 곳을 떠나 우붓까지 온 여행자는 발리를 방문하는 우붓에서만큼은 휴식과 웰니스를 원한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우붓까지 올 이유가 없다. 그 때문에 우붓은 일찍이 럭셔리 리조트가 번성했고, 대부분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낸다. 연중 날씨가 좋은 발리지만, 우붓은 특히 그렇다. 9월까지 건기로 인해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는 바닷가와 달리 산속에 자리한 우붓은 상쾌하고 시원하다. 치유와 휴식의 고요한 천국이다.
발리를 대표하는 럭셔리 리조트 바이스로이 발리의 장점은 무엇보다 소규모라는 것. 이 드넓은 곳은 모두 사유지이며 40채의 풀 빌라와 4채의 스위트만 존재한다. 하루 종일 다른 투숙객을 거의 만나지 못하다가 아침을 먹을 때 다른 사람의 존재를 깨닫는다. 그만큼 프라이버시를 강조한다. 메인 풀도 온종일 조용한 편인데, 풀 빌라마다 정글을 바라보는 인피니티 프라이빗 풀을 갖추고 있어 다들 자신의 풀에 머물기 때문이다. 기온이 좀 더 낮은 우붓의 특성을 반영해 온수로 물을 채워주기도 한다. 발리의 시간은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 인도네시아 음식을 제공하는 캐스케이드 레스토랑에서 호텔 농장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아침을 듬뿍 먹는다. 평범해 보이는 상추지만 맛보면 단맛과 아삭거림이 남달라 두 접시를 먹게 된다. 자연 방사 달걀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발리 어디서나 자유롭게 오가는 닭을 만날 수 있듯이).
졸졸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햇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요가나 마사지를 하고 수영을 한 후 나시고렝으로 점심을 간단히 먹은 뒤 다시 물에 뛰어든다. 저녁에는 우붓 최고의 파인 다이닝이자 폐기물 제로 이니셔티브를 실천하는 아페리티프 레스토랑에서 잔뜩 먹는다. 그러면 하루의 할 일이 끝난다. 불면의 날이 이어지는 서울의 밤과 달리, 발리에서는 자정을 넘기지 못하고 눈이 감긴다. 밖은 이미 한 점의 빛도 없이 캄캄하고 고요하다. 수영을 해서인지, 명상이나 요가를 해서인지, 아니면 햇볕을 듬뿍 쬐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잠깐의 휴식으로 건강의 힘을 되찾아본다. 이런 호사스러운 날은 1년에 아주 잠깐 이어진다는 걸 알지만, 어김없이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진다. 우리가 다음 여행을 꿈꾸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