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복 디자이너 박상아와 박수빈을 만났다. 서로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신생 브랜드 ‘로뉴(Ronew)’와 함께. 

미국 뉴욕, 낯선 땅에서 취향과 생각이 통하는 타인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우연한 기회에 말을 섞고 늦은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눈 두 여자. 박상아와 박수빈은 그렇게 인연의 고리를 맺었다. 고집스러운 디자인 철학까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음을 확인한 둘은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패션 브랜드 ‘로뉴(Ronew)’를 론칭했다. 정교하게 설계한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컬러 베리에이션, 사시사철 제 몫을 해낼 세련된 스타일까지, 미니멀을 사랑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박상아&박수빈 두 여성 디자이너의 취향이 고루 담긴 첫 컬렉션. 미니멀한 미학과 지속가능한 철학을 담았다. 모두 로뉴(Ronew) 제품.

‘로뉴(Ronew)’의 의미
로뉴 공동 대표 박상아(이하 상아) 론칭 기획과 동시에 브랜드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후보군이 많았지만 ‘로뉴’가 나오고는 둘이 동시에 “이거다!” 하고 결정할 수 있었다.
로뉴 공동 대표 박수빈(이하 수빈) 이름을 고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웃음) ‘로뉴’는 뉴욕에서 처음 만난 두 명의 새로운 창작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의 ‘로(Ro)’와 뉴욕, 새것의 ‘뉴(New)’를 썼다. 

첫 만남, 첫인상
상아 같은 학교였지만 졸작 전시를 할 때가 돼서야 인턴 중이던 수빈과 친분을 쌓게 됐다. ‘참 예쁘다, 선하다’란 인상이 드는 사람이었다.
수빈 실험적이고 개성 강한 스타일이 주목받던 시기였다. 미니멀한 미적 취향을 드러낼 기회가 적었는데 상아와는 다른 이들과 차별되는 공통된 디자인적 철학을 나눌 수 있었다. 그의 세련된 분위기에 더 마음이 동했던 것도 사실. 

로뉴의 시작
상아 수빈이 먼저 제안했다. 마침 한국에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다. 운명처럼 닮은 그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수빈 무신사 스튜디오에 사무실을 구하고, 샘플실, 포토그래퍼를 섭외하는 것까지. 함께 브랜드를 준비한 1년은 수월하게 흘러갔다. 결코 과정이 쉽진 않았다. 그만큼 서로를 믿고 의지했기에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할 분담
상아 디자인부터 브랜드 운영, 자료 리서치까지. 모두 함께 의논한다. 큰 맥락은 같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에서는 관점이나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빈 예를 들어 나는 러플 같은 볼륨 장식을, 상아는 시크한 컷아웃 디테일을 선호한다. 이는 첫 컬렉션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각각의 아이템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취향 차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뉴의 아이덴티티
상아 기본을 충실히 지킬 것. 로뉴 그 자체를 담백하게 보이기 위해 첫 컬렉션의 테마명이나 콘셉트도 따로 정하지 않았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길 바라며.
수빈 그렇기에 각각의 체형이 다양한 여성의 ‘몸 선’을 끝없이 탐구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건축 조형미나 오브제 등 추상적 주제에서 영감 받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보여줄 예정. 

 

모두 로뉴(Ronew) 제품.

가장 중점을 둔 부분
상아 보디라인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S/S 시즌이지만 니트를 많이 사용했다. 비침이 적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원사를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수빈 최적의 핏감을 위해 수정을 대여섯 번 거쳤다. 직접 입어보고 또 다른 모델에게 피팅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했다. 슬리브리스 역시 어깨선을 다양하게 시접하며, 여성들이 대부분 느끼는 콤플렉스 부위를 감출 수 있도록 조정했다. 

지속가능한 로뉴의 길
상아 소비가 빠른 시대다. 튀는 디자인이 시선을 끌 순 있겠지만, 우리는 오래 입을 디자인을 지향한다. 과한 어필보단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수빈 그런 의미에서 서스테이너블은 로뉴 운영에 있어 가장 관심 많은 주제다. 지속가능한 원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더 많은 여성이 가치를 행하도록 여러 체형에 맞춘 사이즈를 디자인해 폭을 넓힐 예정이다. 

영감을 받는 곳
상아 문화에 대한 조예가 깊은 어머니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다. 그래서 지금도 현재를 중요히 여긴다. 걷는 길, 사람들의 표정 모든 것이 나를 자극한다.
수빈 부산과 제주도, 뉴욕을 거쳐 서울로 온 것 때문인지 자연에 더 애착이 간다. 쉬고 싶을 때면 바다가 그립다. 도시와 자연이 교차하는 생경한 풍경을 상상하면 재미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스타일링 팁
상아 과하다 싶어 도전하지 못한 아이템을 과감하게 꺼낼 것. 스테이트먼트 주얼리, 복잡한 패턴의 액세서리도 로뉴가 균형을 맞춰줄 테니.
수빈 믹스매치를 활용하면 실키한 로뉴 원피스를 더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 개인적 취향은 높은 힐보단 투박한 웨스턴 부츠, 운동화와 함께 신는 것이다. 자연과 대도시의 간극처럼 멋스럽고 중성적인 매력이 참 좋다. 

앞으로의 목표
상아 첫 컬렉션을 소개하는 동시에 F/W 시즌 디자인 작업도 겸하는 시기다. 여러 피드백을 수용하며 다음 컬렉션엔 한층 풍성해진 로뉴를 선보일 것이다.
수빈 홈페이지(ronew.co.kr)를 통하면 로뉴 제품을 자세하게 만날 수 있다. 곧 팝업스토어나 편집숍에서 이색적인 매개체, 콘셉트, 이미지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