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지현은 ‘재벌×형사’를 넘어 ‘히든 페이스’, 그리고 ‘은중과 상연’을 향해 내내 달리는 중이다.

트위드 소재의 매스큘린 재킷은 베르사체(Versace).

오버사이즈의 화이트 셔츠는 틀영(Tle Young). 트랙 팬츠는 아디다스(Adidas). 하이톱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진주 네크리스는 해수엘(Haesoo.L), 174-

트위드 소재의 매스큘린 재킷, 카고 포켓 디테일의 와이드 데님은 베르사체. 메탈릭 토우 캡의 레더 뮬은 에트로(Etro).

백리스 홀터넥 톱은 웰던(We11done).

꽤 늦은 시간에 만났네요. 한밤중에 끝날 것 같아서 부스터를 준비했어요. 이 누텔라가 들어 있는 쿠키는 어때요?
하, 초콜릿 끊었는데!(웃음)

하하, 초콜릿 좋아하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요.
촬영 때는 거의 주식이에요. 공복을 좋아하거든요. 초콜릿은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초콜릿을 너무 먹게 되더라고요. 요새 안 그러려고 많이 노력해요. 그런데 이건 먹어야죠!

드라마 <은중과 상연> 촬영 중이죠? 오늘 딱 하루 쉬는 날이라고요.
그래도 숍에서 머리 하느라 한참 있었어요. 지금 너드 같죠? 안경 벗어도 그래요?

요즘 식으로는 “추구미가 너드미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고요. 지금 헤어스타일과 뿔테 안경의 조화가 되게 멋있는데, 화보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예전에는 사진 찍히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좋아졌어요. 늦게 끝나도 괜찮아요. 이른 것보다 늦게가 좋고요. 저는 배우가 안 되었더라도 프리랜서가 잘 맞았을 것 같아요.

어떤 면이 제일 잘 맞을 것 같아요?
요일에 대한 기대와 편견이 없어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냥 일 있는 날 없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이런 식으로. 제 사고, 인식, 제가 가진 가치관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박지현의 가치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뭔가요?
자유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뜻이에요?
나를 터치하지 마, 그런 건 아니에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다 하고 싶어요. 생각이나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그런 자유 같아요.

그렇게 살려면 뭐가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작년에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어 <재벌×형사>를 찍으면서 체력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하루 쉬는 날은 저한테 쉬는 날이 아니에요.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더 건강하게 잘 살려고 발레뿐만 아니라 PT도 시작했어요. 재밌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근육을 좀 키워볼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숍 가기 전에 PT 했어요.

발레, 낚시 등 취미가 많은데 PT까지. 요즘도 틈틈이 하고 있나요?
잘 못해요. 그런데 요즘 연기가 너무 재밌어서 다른 게 아쉽지 않아요.

이전보다 그렇다는 거죠?
작년에 <재벌×형사>를 촬영할 때는 너무 어려웠어요. 여유도 없었고 수많은 분들의 조력을 받아서 했다면, 이제 주연작이 두 번째여서인지 그래도 처음 했을 때보다는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기가 훨씬 재미있어요.

첫 주연이라는 데에 부담감이 컸나요?
분량이 많은 역할을 처음 하다 보니 어려웠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캐릭터라 연구할 시간도 좀 필요했거든요. <재벌집 막내아들>로 인지도가 조금 생겼을 때 이런 캐릭터가 들어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안전한 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제 안에 새로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처음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된 드라마기도 하거든요. <재벌X형사> 한다고 하면 모두 “형사는 누구야?” 하는데, “내가 형사야!” 하면 다들 놀라요.

하하, 그 <재벌×형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본방할 시간인데,  오늘 아버지의 비밀이 풀릴 것 같은데요?
오, 맞아요! 저는 항상 시청자 입장으로 작품을 보거든요. 그래서 연기할 때도 더 재밌는 것 같아요. 대본을 읽으면 시각화가 잘돼요. 반면에 상황과 정서가 너무 슬픈데 캐릭터로서 독하게 얘기하거나 할 때는 조금 힘들어요. 캐릭터로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슬리브리스 레더 바이커 재킷은 발리(Bally). 워싱 데님 쇼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레이스업 부츠는 닥터마틴(Dr. Martens).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아르켓(Arket). 템플의 트라이앵글 로고가 포인트인 메탈 프레임 안경은 프라다 바이 에실로룩소티카(Prada by EssilorLuxottica). 레이어드한 링은 모두 크롬하츠(Chrome Hearts).

플로럴 패턴의 자카드 재킷, 데님 소재의 브라 톱, 빈티지한 워싱 데님 진, 메탈릭 토우 캡의 레더 뮬은 모두 에트로.

올해는 영화 <히든 페이스>도 개봉한다고요. <재벌집 막내아들>로 인지도를 얻었다고 말했지만, <곤지암> 때부터 충무로의 떠오르는 배우였어요.
그렇다면 너무 감사하죠. <히든 페이스>는 재작년에 찍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이랑 거의 같은 시기에 촬영했어요. 감독님도, 조여정 선배님도, 송승헌 선배님 다 너무 좋아서 되게 행복했던 것 같아요. 이제 관객을 만나게 된 것도 좋고요. 원작과는 또 다른 작품이 될 거예요.

다행스럽게도 작년보다는 영화계 분위기가 훨씬 좋아요.
그러니까요. 제가 <은중과 상연>을 고은 언니와 촬영하고 있잖아요? <파묘>를 보고 고은 언니한테 바로 “언니 이거 500만은 무조건 넘길 거야” 했거든요. 저는 무서운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같은 장르를 아주 좋아해서 즐겁게 봤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하 <브람스>)에서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히든 페이스>에서는 첼로 연주자로 등장해요. 작품을 통해 배우 박지현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늘어나는 건 어때요?
정말 그렇죠. <재벌×형사>로 액션을 배운 것도 좋았고요. 작품을 통해 매번 다른 삶을 살아봐요. 그런 것도 연기가 재미있는 이유 중 제일 큰 부분인 것 같아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 세계를 만들 수 있게 다들 도와주시죠. 저 혼자 바이올린을 켠다고 해서 <브람스>의 정경이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분들이 항상 계시잖아요. 그게 너무 재밌고 감사하죠. <재벌집 막내아들>을 한 후에는 저한테 색기 있는 모습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생겼는데, 그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또 제 실제 성격은 아니에요. 또 그래서 앞으로도 보여드리고 싶은 게 참 많다.(웃음)

작품으로 대중도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죠. 또 발견되길 바라는 면모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저는 웃긴 사람이거든요. 남을 웃기는 데서 어떤 희열을 느끼거든요. 정말 저랑 친한 소수의 친구만 그 모습을 알죠. 그래서 그런 모습의 캐릭터를 만나면 재밌겠다. 코미디 연기가 되게 어려운데, 한번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누구를 그렇게 웃겼어요? 크게.
혼자 말하고 혼자 웃고. 저는 제가 너무 웃겨요. 웃겨서 하는 말이니까 하다가 막 웃으면 그냥 같이 따라 웃어주는 것 같아요.

<히든 페이스>와 <은중과 상연>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히든 페이스>는 미스터리한 장르다 보니 조금 서늘하기도 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고. <은중과 상연>은 두 친구, 은중과 상연의 시간을 길게 표현하는 작품이라 그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서 그런 것도 표현되지 않을까 싶어요.

<은중과 상연>은 <브람스>와 <사랑의 이해>를 연출한 조영민 감독의 새 작품이기도 하죠. 섬세한 연출로 고정 팬이 많아요.
<재벌×형사>를 촬영하고 있을 때 결정했는데, 일단 영민 감독님과 고은 언니, 이 작품을 선택할 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어요. 물론 작품도 너무 좋았고요.  감독님이 그리고 싶어 하는 거를 잘 아니까요. 인간의 어떤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서정적으로 다루시죠. <브람스> 촬영할 당시 감독님이 여섯 인물의 마음이 “<하트시그널> 프로그램 같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그때 정말 공감했어요.

<브람스>로부터 시간이 흘렀는데, 지현 씨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하나요?
감독님이 저한테 깡패 같아졌다고 하세요. “요새 깡패가 돼서 왔어!”(웃음) 초반에는 더블을 뛰고 있어서 그랬나? 제가 최근에 느낀 건데 현장에서 그렇게 레디 액션 하기 전에 어떻게 보면 긴장을 풀려고 이렇게 농담하고 그런 게 저만의 온앤오프의 방식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영민 감독님이랑은 그런 게 있어요. 되게 추상적으로 대화해도 서로 무슨 말인지 잘 통해요. 저랑 되게 닮은 사람? 적어도 공감하는 거에 대해서는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름에 <은중과 상연>의 촬영을 마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어요
연기해야죠! 쉬고 싶지 않아요. 지금 너무 재밌어요.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된 느낌. 너무 재미있어서 시작한 건 맞는데, 할수록 더 재미있어요.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저한테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