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 속 배우 김석훈은 매주 쓰레기를 탐구한다. ‘왜?’라는 순수한 질문에서 시작한, 불편한 것을 사랑할 마음. 

데님 재킷, 데님 팬츠는 인사일런스(Insilence). 슈즈는 무신사(Musinsa).

그레이 컬러 카디건은 르마드(Lemard).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코트는 구민성(Koominsung). 블랙 컬러 티셔츠, 블랙 컬러 팬츠는 코스. 슈즈는 자라(Zara).

블랙 컬러 니트 카디건, 데님 팬츠는 코스(Cos). 슈즈는 무신사. 셔츠와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을 위해 며칠 전부터 쓰레기를 모으며 생각했어요. 이것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제가 쓰레기에만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 지점이에요. 결국 ‘시작’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기록적 장마나 온난화 등 기후 위기는 쓰레기에서 파생하는 여러 문제 중 하나거든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생산과 소비예요.

꽤 오랜 시간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왔죠. ‘배우 김석훈, ‘아름다운가게’ CF 무보수 출연’이라는 2009년 기사도 있더라고요. 그 시작이 기억나나요?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어느 날 창문을 봤는데 밖이 굉장히 뿌옇더라고요. 처음 보는 색의 하늘이었죠. 사람들이 그런 상태를 ‘황사’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게 정확히 뭘까 궁금하더라고요. ‘어디에서 오는 거지?’ ‘왜 생겼지?’에 대한 답을 찾다 보니 끊임없이 궁금증이 생겼어요.

환경문제 중 ‘쓰레기’에 꽂힌 건 언제부터였어요?
어느 날 부모님 세대와 우리 세대가 체득한 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고 의문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저는 늘 구멍 난 양말을 신은 기억이 있어요. 집안 형편이 어렵지도 않았는데, 양말에 구멍이 한두 개쯤은 있었어요. 그게 당연해서 창피하지도 않았고요. 요즘은 구멍 난 양말을 신는 게 이상하잖아요.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우리 삶이 윤택해졌어요. 좋은 점도 많지만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가 발생했고, 환경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명제가 확립되었죠. 참 혼란스러웠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유튜브에 뛰어들었나요?
유튜브를 시작하자는 건 회사의 제안이었어요. ‘환경’이라는 소재는 제가 정했고요. 유튜브 콘텐츠에는 제작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니 회사에서는 수익 구조를 낼 수 있는 콘셉트를 제안했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고요. 환경을 주제로 삼겠다고 했을 때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어떻게 설득했어요?
‘나는 이거 아니면 안 하련다’ 했죠.(웃음) 최종 결정권을 가진 분이 일단 해보라고 해서 6~7개월은 적자를 감내하면서 했어요. 지금도 수익이 많이 나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이에요.

PPL에 대해서도 고심한 것 같더라고요. 구독자를 위해 따로 영상을 만들었죠?
“이것 봐라, 변했네?”라는 얘기를 듣는 게 싫었어요. 솔직하고 싶었죠. 그래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힘들게 하고 있으니 지속하기 위해서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의외로 “당연하다”는 반응이더라고요. 제가 공감하는 광고를 선별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하면 할수록 사명감을 느끼나요?
약간의 사명감이 들지만 재미있어서, 궁금해서 하는 거예요. 힘닿는 데까지 한번 해보려고요.

참신한 아이템은 어떻게 찾아요?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떠올라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생활 방식, 배경 등 모든 것이 궁금하잖아요. 관심이 있으니 이것저것 자연스레 궁금증이 끊임없이 떠올라요.

쓰레기에 완전히 매혹당했네요!
이게 사실 정치, 경제, 문화보다 중요한 문제예요. 뉴스를 틀면 사회 이슈가 나오고 마지막에 날씨로 마무리되잖아요. 앞으로는 날씨가 제일 먼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도 같고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를 한다는 게 두렵지는 않나요?
산업은 불편해야 해요. 의도를 갖고 불편함을 끼치고 싶지 않지만 현재 산업구조 자체는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인간의 욕심이죠. 더 편하게, 더 많이, 더 배불리, 더 빨리를 원하잖아요.

편안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맞아요. 일주일에 한 번 먹던 고기를 매일 먹고 싶으니 가축을 더 키우는 거고, 더 따뜻하고 싶어 오리털 점퍼를 사고, 좀 더 빨리 가고 싶어 자동차와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요. 20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벌어진 일인데, 기술 발전에 대한 의구심을 한 번쯤 품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메시지가 필요하죠.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할 메시지는 뭐가 있을까요?
편함을 택했을 때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요. 나라든 기업이든 저 같은 개인이든 누군가는 계속 알려야 해요.

경각심을 갖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건 스스로와의 끝없는 싸움일 것 같아요.
어휴, 물론이죠. 택배를 최대한 이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어요. 어제도 사고 싶은 옷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어요.(웃음) 할까, 말까 매일 갈등하는 거죠.

일상에서는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요?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 마셔요. 예전에는 물 사 먹을 생각을 못했잖아요. 집집마다 끓여 먹거나 약수터에서 받아 먹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삶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자주 생각하는데 과거로의 회귀가 맞는 방법 같아요.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물이 담긴 페트병은 정말 보기 싫어요. 미학적으로도 정말 별로지 않나요? 무지 비싸게 팔면 좋겠어요. 싸고 편하니까 너도나도 쉽게 쓰는 거예요.

혼자만의 실천이 무기력할 때는 없나요?
그런 적은 없어요. 유튜브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는 걸 보고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서 다행이다 싶어요. 중요한 건 국가나 기업이 더 크게 호응하는 거예요. 우리는 결국 소비자잖아요. 손뼉 치는 정도를 넘어 열광해야 해요. 국가와 기업이 손을 잡고 함께 움직여야 뭐라도 바뀌죠. 환경부가 우리나라 부총리가 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봅니다.(웃음)

개인적으로 영감을 받은 인물이 있나요?
언젠가 앨 고어(AI Gore)가 쓴 <불편한 진실>을 보고 크게 공감했어요.

뮤지컬, 연극, DJ, MC, 교수, 유튜버까지 여러 무대에 올랐어요. 다양한 역할 중 뭐가 제일 좋아요?
일단 가장 힘든 건 가르치는 것 같아요. 지금 유튜버에 만족해요. 연극할 때는 연극이 제일 좋았고, 라디오 방송할 때는 라디오가 가장 좋았어요. 이것저것 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 일이라는 건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거예요. 재미를 느끼는 일을 공격적으로 하면 사람들이 호응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유튜브 <나의 쓰레기 아저씨>의 인기에는 배우 김석훈이라는 캐릭터도 한몫하죠. 비결이 뭔가요?
공개가 잘 안 된 사람이고, 기존에 연기하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오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늘 캐릭터 안에 살아가는 사람인데 실체를 보여줬을 때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겨요. ‘가만히 있는 게 나을 뻔했어’ ‘입을 여니까 좀 그렇네’ 하는 반응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저는 한 인간으로서 제 캐릭터에 대해 크게 실망하거나 욕할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기존에 잘 출연하지 않던 예능도 새로운 다리가 된 것 같고요.

늘 완벽히 설계된 환경에 놓일 때와는 달리 창작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는데, 제작자의 역할이 어렵지는 않았어요?
신인 배우였다면 매우 낯설었을 텐데, 어느덧 중견이 됐잖아요. 내가 하고 싶었고, 캐릭터를 벗어난 한 개인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고, 내가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였다는 점에서 다행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팅된 상황에서 유튜브를 했다면 오히려 불편했을 거예요.

최근 관심 있는 쓰레기는 뭐예요?
전기자동차 배터리요. 얼마 전 폐차장에 다녀왔어요.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이 적은 건 맞지만,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니켈, 망간, 리튬 같은 것은 주로 수입해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졌는데 환경에 어떤 형태로 이로울지 궁금해요.

유튜버 김석훈의 꿈은 뭔가요?
어떤 운동을 해서 변화하려는 게 아니라 메시지만 전달하고 싶어요. 선택은 개인의 몫이죠. 개인이 개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어요. 모든 물건을 소비하는 것에 있어 바뀌어야 할 패러다임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