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쌓인 책장에도 볕 들 날 있다. 봄이 왔으니까.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

<에비뉴엘> 매거진 편집장 조소현의 에세이다. 뭐든지 될 수 있을 것 같던 30대를 지나 다시 40대라는 불확실한 시간을 관통하는 스스로를 바라보고, 대한민국 여성이 마주하는 여러 역할과 삶 속에서 균형을 도모한다. 불만과 불안이 결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는 것. 조소현 지음, 어크로스

 

<엄마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몇 해 전, 미셸 필게이트는 콘텐츠 구독 플랫폼 ‘롱리즈(Longreads)’에 동명의 에세이를 올린다. 이를 리베카 솔닛 등이 공유하면서 점점 화제가 되었고, 여러 작가가 같은 주제로 쓴 글 15편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상처 없는 모녀 관계가 어디 있을까. 제각기 아픈 고백과 용서, 화해를 만날 수 있다. 미셸 필게이트 외 14인, 문학동네 

 

<새가 될 운명>

길에 떨어진 나뭇가지, 마른 도토리, 녹슨 쇠붙이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새로운 꿈을 꾼다. 세상의 이미지를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콜라주 아티스트 허정은의 새 책. 오랫동안 이어온 생명 작업 중 새알의 이미지를 묶었다. 새들의 생을 함축한 알의 내부를 통해, 비참하게 생을 끝맺는 도시의 새들을 애도한다. 허정은 지음, 거울계단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 

단편 그림책을 공동 창작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와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 수피 탕이 협업한 그림 에세이. 딸로 태어나 어느덧 장성한 아들의 엄마가 된 추억을, 음식을 매개로 빚어낸다. 이왕이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담은 따스한 일러스트와 추억담에 행복이 전염된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민음사 

 

<좋은 물건 고르는 법> 

기후 위기 시대에는 잘 만든 물건을 골라 오래 쓸 궁리가 필요하다. <매거진B>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에디터 박찬용이 여러 브랜드를 접한 경험을 토대로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좋은 물건 고르고 길들이는 법을 말한다. 유유출판사의 땅콩문고 시리즈 중 하나로, 손바닥만큼 작고 가벼운 책이다. 박찬용 지음, 유유 

 

<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의 신작 소설집이다. 인생의 섬광 같은 반짝임과 그 여운을 안고 사는 사람들. 전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의 주제와 정서가 <사라진 것들>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과거의 한 시점에 있던 일을 세심히 되짚어보며 회고하는 작가 특유의 서술 방식은 여전하고, 이 모든 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이끈다. 앤드루 포터 지음, 문학동네 

 

<정신머리> 

제4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작가 박참새. 시만큼 패션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수상 소감에서는 ‘시를 왜 쓰느냐’고 물어보면 “내 깡패 되려고 그렇소”라고 답하겠다고 한다. 이쯤이면 시가 더 매력적인지, 시인이 더 매력적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모처럼 재미있는 시집이 탄생했다. 정신머리 붙들고 읽어볼 일이다. 박참새 지음,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