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도 여전히 뜨거운 전시의 열기.

Rosa Barba, ‘Weavers’, 2023, 16mm Blue Film and Nails, Walnut Frame, 62.5×52.5×2.8cm.

영화 속으로

영화는 예술일까 상업일까. 영상, 조각, 설치, 라이브 퍼포먼스, 텍스트 등 방대한 종류의 매체를 아우르는 로사 바바는 영화 속 구도와 조형성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그의 영상 작품은 실험적 다큐멘터리와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 사이 모호한 지점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 <Beginning What and Ending Away>에서는 영상 설치 작품은 물론 셀룰로이드를 활용한 3점의 키네틱 조각, 왁스 조각, ‘Weavers’ 연작, 직조한 필름으로 만든 패널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키네틱 작품 ‘Color Rhymes’(2023)은 여러 색의 35mm 셀룰로이드 필름 스트립이 조였다 풀리기를 반복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나선형 패턴을 만든다. 영화를 회화적 매체로 활용한 작가는 이 작품을 ‘영화적 회화’라고 칭한다. 12월 21일까지, 에스더쉬퍼 서울.

 

Emilio Vedova, ‘… Da Dove … 1983 – 13’, 1983, Acrylic on Canvas, Nitro Paint, Pastel, Charcoal and Sand, 230×300cm.

CONSCIOUS ABSTRACTION

에밀리오 베도바에게 회화는 신체적 퍼포먼스에 뿌리를 둔 인간의 행위다. 대담한 색채와 역동적 제스처로 추상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의 작품은 11월 16일부터 열리는 <색, 그리고 제스처>에서 만날 수 있다. 25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작품 활동 전반을 조명하지만, 그중 1980년대 작품에 더욱 집중할 것. 1970년대까지 지배적이던 흑백 색조에서 벗어나 보다 강렬한 색채와 필치가 전면으로 드러나는 대규모 추상회화로 나아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모래와 아크릴 물감을 혼합해 울퉁불퉁한 지형을 연상시키는 질감을 구현하거나 빨강, 노랑, 초록의 선명한 색 위에 검은 물감으로 자신의 제스처를 새겼다. 그의 제스처는 명확하고 의식적인 구조를 띠며 ‘내적 추진력’을 방출한다. 2024년 1월 13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

 

Roni Horn, ‘Frick and Fracks’, 2018~2022, Gouache and Watercolor on Arches Paper, 8 Units, Each 38.1×27.9cm. 사진 Ron Amstutz

그리는 사람 

미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로니 혼은 드로잉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작가는 드로잉이 자신의 주된 활동이자 생활 양식이라고 할 정도로 드로잉에 푹 빠져 있다고. 국제갤러리와의 다섯 번째 합작인 개인전 <Roni Horn>에서는 작가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제작한 ‘프릭 앤 프랙스(Frick and Fracks)’ 수채화 연작 15점을 공개한다. 관계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사진, 조각, 드로잉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각 화면 안에 병치된 유사한 형태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도형은 기호 체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람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면 속 도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짝을 찾는다. 그렇게 작가는 여러 관계 맺기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나눈다. 12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

 

Loriel Beltran, ‘Space(styrofoam)’, 2023, Latex Paint on Panel, 228.6×149.9cm.

Loriel Beltran, ‘Atmosphere Collapse’, 2023, Latex Paint on Panel, 152.4×273.7cm.

TOTAL COLLAPSE

“단순한 것이 쌓이면 반복한다. 그리고 이는 전혀 다른 뭔가로 변모한다.” 한국을 처음 찾은 로리엘 벨트란은 물감과 색상이 가진 물질적 특징에 집중한다. <완전한 붕괴 그 이면에 남는 것>은 이미지와 오브제, 평면, 구조, 실체 등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개념 사이의 경계를 압박하고 확장하는 자리다. 그의 작업은 물감을 반복적으로 틀에 붓고 건조시켜 켜켜이 층을 쌓아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물감이 하나의 덩어리로 축적되면 가느다란 조각으로 다시금 잘라내 평면에 배열하는 식.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응집된 집합체를 해체하는 작업은 회화의 역사는 물론 환경문제에 대한 작가의 비평까지 포괄한다. 완전히 붕괴된 이미지에는 신선함이 풍긴다. 12월 23일까지, 리만머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