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공기를 풍요롭게 채우고 고요한 감각을 일깨우는, 이번 가을 향수의 새로운 흐름.

러쉬의 터메릭 라떼 퍼퓸 포근한 바닐라와 통카 향이 어우러져 근사하고 따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00ml 15만원.
로라 메르시에의 바닐라 EDP 프로방스와 지중해 연안의 풍요로움을 따스한 바닐라 향으로 표현했다. 50ml 13만9천원.
골드필드 앤 뱅크스 by 리퀴드 퍼퓸바의 인지니어스 진저 호주의 자연을 모티브로 삼아 진저와 베르가모트 향이 조화를 이룬다. 100ml 24만3천원.

VASTNESS OF NATURE

오색빛으로 물드는 계절, 새로운 향수에서도 경이로운 대지와 광활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붉은 사막, 맨발로 밟는 모래, 햇빛을 안은 하얀 물결 등 대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순수한 향이 쏟아졌기 때문. 코끝에 닿는 순간 그곳으로의 여행이 부럽지 않다.

 

바이레도의 아니말리크 EDP 상쾌한 레몬으로 시작해 토바코 잎이 떠오르는 관능적인 향으로 마무리된다. 100ml 36만원.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오드 유주 포르테 EDP 유자의 상큼함과 오드우드의 쌉싸래한 향이 만나 매혹적이다. 125ml 27만원. 메모 파리의 이타크 EDP 생기 넘치는 베르가모트 오일이 처음 코끝을 스치고, 묵직한 시더우드 향이 남는다. 75ml 36만원.

CITRUS FOR ALL

톡 쏘는 향이 도입부를 경쾌하게 사로잡아서일까? 서사의 반전을 꾀한 신상 향수는 톱 노트로 활기찬 시트러스 향을 택했다. 베르가모트와 레몬 등의 싱그러움이 점점 야성적 분위기의 토바코 향으로 넘어가거나 강렬한 시더우드, 파촐리 노트로 변주한다. 대비감을 극대화한, 상반된 매력의 시트러스를 즐길 수 있다. 

 

트루동의 빅시 EDP 샌들우드와 재스민 에센스의 아로마틱 우디 노트로, 적막한 자연의 향을 만들었다. 100ml 33만원.
르 라보의 라방드 31 EDP 어린 시절 할머니의 욕실 세면대 위에 놓인 보라색 비누를 연상시키는 편안한 라벤더 향이다. 100ml 44만원대.
록시땅의 라벤더 블랑쉬 EDT 라벤더에 화이트 머스크 향을 더해 휴식을 취하는 듯 안락함이 전해진다. 50ml 7만9천원대.

HEALING MOMENT

어딘가 휑하고 헛헛할 때, 향기를 통해 얻는 위로와 치유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 이맘때쯤 심신을 평온하게 어루만지는 아로마틱 향수가 눈에 띄는 이유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섬세한 라벤더, 편안한 샌들우드 향이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여유를 선사한다. 서서히, 따뜻하게 물드는 노을처럼. 

 

힐리의 엑스트레 드 퍼퓸 오 사크레 전통적 의식인 ‘향’의 고귀함을 기리기 위해 올리바넘, 랍다넘 등 깊은 우디 향을 조합했다. 100ml 33만원.
엑스니힐로의 블루 탈리스만 EDP 독보적인 조지우드, 아키갈라우드 향에 앰버 노트를 더해 우디 향의 정수를 보여준다. 100ml 43만원.

ABSTRACT ON WOOD

올가을 우디 향은 좀 더 신비하다. 보이지 않는 영적 에너지, 신과 소통하는 의식 등 추상적 이미지를 묵직한 우드 노트로 풀어낸 향수가 줄을 지었다. 스파이시한 아키갈라우드, 랍다넘 등 낯선 나무 향이 묘한 중독성을 부를 거다.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쟈도르 로르 에센스 드 퍼퓸 은방울 꽃, 로즈 앱솔루트 등 황금빛 햇살 아래 피어난 진귀한 꽃향기를 표현했다. 50ml 28만원대.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아이리스 EDP 이파리가 살랑이는 아이리스 꽃과 머스크 향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50ml 23만4천원대.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올 오브 미 EDP 풍성한 장미 향 사이로 감각적인 밀키-화이트 머스크가 더해지며 그윽한 여운을 남긴다. 90ml 18만5천원.

WITH COZY FLOWER

서늘한 바람을 뒤로하고 등장한 플로럴 향수는 한층 더 포근하다. 우아한 장미에 화이트 머스크를 추가하거나, 산뜻한 아이리스 향 아래에 은은한 머스크 베이스가 비추는 식. 마치 풍성한 구름 위에 피어난 꽃향기를 맡는 듯 보드랍다. 

 

버버리 뷰티의 런던 잉글랜드 애쉬 플라워 EDP 불길에 타오르는 사프란 꽃과 달콤한 아몬드 밀크 향이 어우러진다. 100ml 35만2천원.
톰 포드 뷰티의 카페 로즈 EDP 터키산 장미와 다크 커피 에센스가 만나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잔향이 스친다. 30ml 15만원대.

URBAN SCENTS

패션하우스의 뉴 향수에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이 깃들었다. 일반적인 플로럴 노트가 아닌 파괴된 잿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사프란 향, 길들여지지 않은 장미의 관능적인 향 등 저마다의 정체성을 담은 것. 이런 후각적 표현은 빛과 어둠의 긴장감, 자연에 표하는 경의 등 또 다른 해석을 낳아 향기만으로 책 한 권을 읽는 듯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