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소금. 소금이야말로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다. 

몇 달 전 소금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에 따른 이른바 ‘오픈런’도 아닌, 소금 한 봉지를 사려고 마트 대부분이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거라는 소식에 ‘소금 사재기’가 시작된 것이다. 김장철에 배추와 무를 절이기 위해 주로 소비하는 굵은 소금인 천일염부터 동났다. 시중 소금의 유통기한은 보통 5년이지만, 염도가 높아 미생물이 쉽게 번식할 수 없다. 사실상 유통기한이 없기에 쟁여둬도 큰 문제가 없는 식재료라는 것도 ‘소금 대란’에 한몫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 소금 생산에 유리해 소금이 부족할 일이 별로 없었다지만, 이렇듯 세상은 늘 바뀌는 법이다. 

인간은 소금 없이는 살 수 없다. 의학적으로, 영양학적으로 ‘나트륨’은 인체에 필요한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나트륨 화합물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염화나트륨. 이 염화나트룸이 소금 성분의 약 97%를 차지한다. 나트륨은 칼륨과 함께 우리 신체 수분을 유지하고 삼투압을 조절하는 필수 영양소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혈관 내 삼투압이 높아지면서 혈액량이 늘어 혈관이 팽창하고, 혈관 내부 압력이 상승해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WHO(세계보건기구)는 이전부터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여러 활동에 앞장서왔다. WHO가 2025년까지 나트륨 섭취량을 30% 줄이도록 권고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도 ‘나트륨 저감화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건강 상식이 되면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일 나트륨 섭취량도 2010년 4831㎎에서 2018년 3274㎎으로 크게 줄었다. WHO는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으로 2000㎎을 제시하고 있는데, 소금 5g 정도다. 

한편 소금은 식문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재료다. 넷플릭스 4부작 다큐멘터리의 원작이 된 사민 노스랏의 <소금 지방 산 열>은 소금이 왜 다른 요소와 함께 인류의 식사를 책임져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레스토랑 ‘셰 파니스’의 셰프이기도 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칼 한 번 안 잡아본 사람도, 성공한 요리사도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는 4가지다. 그중 소금은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맛뿐만 아니라 풍미에도 영향을 준다.” 셰프 수련 시절 선배가 폴렌타 냄비에 크게 세 주먹이나 소금을 넣은 일은 저자를 크게 놀라게 했지만, 소금의 진정한 힘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음식이 충분히 맛있지 않다면 소금을 더 넣어보길. 이왕이면 순수한 소금이 좋으며 적당한 때에 적당한 양을 넣어야 한다. 시금치 하나를 데칠 때도 소금을 넣어야 맛이 좋다는 건 셰 파니스의 셰프가 아닌 어머니들도 다 아는 얘기다. 

천연 소금의 근원은 바다다. 히말라야산맥의 암염은 그곳이 과거 바다였음을 뜻한다. 소금은 크게 ‘천일염’ ‘정제염’으로 나뉘는데, 천일염은 흔히 아는 염전에서 만드는 소금으로, 굵은 소금을 떠올리면 된다. 김장을 하거나 간장, 된장 등 장류를 만드는 필수 재료이기에 한국인 식생활에 중요하다. 국내 천일염의 80%는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나온다. 해수를 말려 만드는 천일염은 이렇듯 해양오염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8년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팀과 그린피스는 6개 대륙, 21개국에서 생산되는 브랜드 소금 39개를 분석한 결과, 3개를 제외한 36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BBC 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립해양학센터에서 대서양 200m 수심의 미세플라스틱을 측정한 결과, 바닷속에 최소 1200만 톤에서 최대 2100만 톤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떠다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우리의 매일매일이 바다로 흘러가고, 소금이 되어 다시 우리 몸을 구성하게 되는 셈이다. 사소해 보이는 소금이 우리 삶에 중요한 이유다. 

 

세계의 소금 

현담소곰 소금의 옛말 ‘소곰’을 채택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금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동해 바닷물을 채취해 가마솥에 12시간 이상 끓여 만든다.

히말라야 소금 파키스탄의 펀자브 지역에서 생산하는 암염. 약 2억5000만 년 전 히말라야산맥이 바다 속에 잠겨 있을 때 생성됐다. 특유의 분홍색은 미네랄로 인한 것.

말돈 소금 영국 해안 지역 말돈에서 만드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플레이크 소금으로 왕실 인증을 받았다. 바삭바삭 부서지는 식감으로 특히 육류 요리에 즐겨 사용된다.

노르뒤 소금 아이슬란드 자연보호지구의 북극 해수로 만든 플레이크 소금. 지속가능성과 투명한 공정을 추구하며, 지열을 이용해 1753년부터 생산해왔다.

플로르 데 살 데스 트렝 소금 스페인 마요르카섬 자연보호구역에서 수작업으로 탄생한 소금으로 유럽에서 유기농 인증 마크를 받았다. 마그네슘 등 미량 원소가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