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뷰티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키워드 10가지로 압축한 2023년의 글로벌 뷰티 트렌드. 

MINDFUL BEAUTY

포스트 팬데믹 뷰티의 핵심은 ‘치유’다. 필연적으로 2023년의 뷰티는 건강과 정신까지 아우르는 ‘마인드풀 뷰티’에 다가선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 런던에 기반을 둔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민텔은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글로벌 뷰티 기업이 수면부터 혈액순환, 홀리스틱 습관 등을 제공하는 웰니스 브랜드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인드풀 뷰티, 마인드풀 리추얼’을 표방하는 뷰티 브랜드 마예트(Mayet)는 클렌저가 단순히 ‘씻어내는’ 행위가 아닌, 힐링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매일의 삶 속에서 무한하게 반복되는 클렌징 과정은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느린 호흡으로 마음을 채우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정화의 시간임을 보여준다. 신생 홀리스틱 브랜드 ‘레로 뷰티(Lero Beauty)’의 닉 가브렐리스(Nick Gavrelis)는 이렇게 말했다. “피부뿐 아니라 자신을 치료하고 격동과 갈등, 공포의 시기에 알맞은 뭔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의도처럼 2023년의 우리는 상처 회복이 절실하다. 

 

GREEN LUXURY

럭셔리 브랜드가 전방위로 환경을 보호하는 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샤넬의 차세대 스킨케어 라인인 ‘N°1 드 샤넬’, 디올의 향수 ‘소바쥬 오 드 뚜왈렛’처럼 재활용 가능하거나 혹은 재활용된 소재 사용, 리필 용기 적용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고, 공정 무역과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활동, ESG 경영과 비콥(B-Corp) 인증을 받으려는 노력 등도 꾸준히 이어진다. LVMH는 이런 지속가능한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로, 이미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포장과 재료를 만드는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업에 속한 뷰티 브랜드에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2023년은 그들의 환경 성과 로드맵 ‘LIFE 360’에서 정한 첫 번째 데드라인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편, 향수 기업 코티(Coty)는 지속가능한 에탄올을 사용해 향수를 만든 행보 덕에 WWD가 주관하는 2022 뷰티 INC 어워드에서 ‘지속가능성’ 부문의 위너가 되었다. 환경과 공생하는 것이 정도임을 아는 브랜드와 컨셔스 소비가 습관이 된 소비자. 둘이 함께 만들어갈 눈부신 ‘그린 럭셔리’를 기대해본다. 

 

NEW POUF

핀 스트레이트 헤어와 슬릭 번, 베이브 블레이드로 거세게 분 헤어스타일의 Y2K 열풍이 드디어 잠잠해질 조짐이다. 그 뒤를 이을 주자는 1970~90년대 볼륨 스타일. 그간 여러 번 70년대와 90년대가 패션과 뷰티 신을 점령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이고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 적은 드물다. 2023년의 커트 트렌드는 레이어가 많은 섀기, 어깨 길이에서 머리가 밖으로 뻗는 옥토퍼스, 뒷머리만 긴 멀릿, 둥근 풀 뱅이 특징인 볼 커트다. 어떤 커트 스타일을 하든 빵빵한 볼륨은 디폴트임을 잊지 말 것.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둔 헤어 롤을 꺼내고, 스프레이도 준비해두길! 

 

PHOTOGRAPHY | YULIA GORBACHENKO/ART PARTNER

HEALTHY HAIR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업체 NPD 그룹은 영국의 럭셔리 헤어 케어 제품 판매가 2022년 1월부터 9월 말까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에 소비자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집에서 스스로 머릿결을 관리해왔고, 이 습관이 지속된 결과다. 미국 역시 럭셔리 헤어 케어 매출이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 한국 헤어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올라플렉스, 미리암퀘베도 같은 럭셔리 헤어 브랜드가 정식 론칭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비네스의 국내 판권을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알틱폭스라는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의 지분 56%를 인수하며, 럭셔리 헤어 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소비자의 지지를 받는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의 헤어 시장 진출도 두드러지는 추세. 럭셔리 헤어 케어가 니치 향수를 잇는 뷰티 산업의 효자 카테고리가 되는 것도 머지않은 듯하다. 

 

SKINIMALISM

‘스키니멀리즘’은 ‘스킨’과 ‘미니멀리즘’의 합성어다. 소비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키니멀리즘’을 택하고 있다. 화장품 종류를 늘리는 대신 운동과 이너뷰티 제품으로 보다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피부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단출한 스킨케어 라인업을 제시한다. 2022년 9월 론칭한 바니스 뉴욕 뷰티만 해도 그렇다. 스킨케어는 에센스 토너, 세럼, 크림으로 3가지만 선보이는 대신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 프리미엄 워터와 이너뷰티 제품을 추가했다. 스키니멀리즘은 피부뿐 아니라 환경에도 여유를 준다. 화장품 수가 줄어들면 배출되는 공병 수도 줄 테니까. “더 많은 사람이 하나의 제품으로 여러 가지 니즈를 해소하길 원할 거예요. 클렌저와 토너의 결합이나 자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베이스를 결합한 제품처럼요.” 뉴욕의과대학 피부과 책임교수 엥겔만(Dr. Engelman) 박사가 <뉴욕 포스트>에 전한 말이다. 

 

SUPER DEW

2023년의 베이스 메이크업 트렌드는 물광, 그 이상이다. 방금 샤워한 것처럼 촉촉하고 말간 것으로는 부족하다. 글레이즈드 도넛이나 젤리처럼 탱글탱글하고 매끄럽거나 은하수처럼 오묘하게 빛나야 한다. 프로엔자 스쿨러와 로에베 등 2023 봄/여름 컬렉션에서도 극강으로 반짝이는 모델의 피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컬렉션보다 더 강력하게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는 이미 #cleanlook 이라는 극광택 베이스 메이크업의 이미지나 튜토리얼을 공유하는 해시태그가 넘쳐난다. ‘그럼 나도 한 번?’ 도전 욕구가 솟구치는 이를 위한 팁! 반드시 입술에도 윤기를 더하고, 모발도 수분감 넘쳐 보이는 웨트 & 슬릭 헤어스타일로 매칭해보라는 것. 그래야 ‘슈퍼 듀’ 스킨의 매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SCENT GOES UP

끊임없이 새로운 향수 브랜드가 등장하고 새 향수 컬렉션이 열린 2022년. 니치 향수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대중적인 것이 되었고, 마니아층을 거느린 럭셔리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향수는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그런데도 아직 정점이 아니다? 그 열기는 2023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니까.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향수, 아르헨티나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귀아 1833의 월드컵을 위한 한정판 향수, 고대 이집트의 향수를 오마주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향수 등 실험적이고 의미 있는 향을 만들려는 흥미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향수 시장이 2025년에는 1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르가즘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NEXT INGREDIENT

데이터 분석 업체 트렌달리틱스에 따르면, 소비자가 화장품 성분을 검색하는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피부과 전문의에서 시작된 화장품 성분을 파악하고 사용함으로써 피부 턴오버를 촉진해 피부를 개선하는 방법, ‘스킨 사이클링’의 흥행도 요즘 소비자가 화장품 성분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지를 방증한다. 덕분에 이전엔 제조사나 화장품 연구원의 참고 자료였던 성분 트렌드가 이젠 대중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에 <뉴욕 포스트>는 나이아신아마이드와 세라마이드, 바쿠치올을 2023년을 주도할 스킨케어 성분으로 꼽았다. 하지만 P&K 피부임상연구센타 마케팅팀 김인옥은 국내는 이와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이아신아마드의 경우 한국에서는 식약처의 고시에 따라 5% 이내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농도를 사용해 모공 케어, 피부 장벽 강화 효과를 내는 성분으로 이용되지만, 한국은 미백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만 활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바쿠치올은 국내에서도 레티놀의 대체제로 각광받고 있다. 

 

PHOTOGRAPHY | BOBBY DOHERTY

3D ON YOU

평범함, ‘노멀’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다. 요즘은 특별한 날을 위해서만 네일 아트를 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네일 아트는 에센스를 바르는 것만큼 평범한 뷰티 루틴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색다르고 돋보이는 네일 디자인에 대한 니즈가 높아져서일까? 면 분할, 그러데이션, 글리터를 지나 이제 3D, 입체 네일이 보편화할 전망. 손톱 위의 일만은 아니다. 젠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피어싱, 페이스 주얼, 엠보 스티커 등으로 얼굴에 입체를 더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으니까. 감이 좀 잡히는지. 그렇다. 2023년에는 스스로 주얼리, 그 자체가 돼보는 거다. 

 

NOCTURNE MOOD 

서양 고전음악의 한 장르인 ‘녹턴’. 밤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뜻처럼,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가리킨다. 뷰티에서 녹턴은 클럽 문화에서 영감 받은 번진 스모키 아이나 버건디보다 깊은 컬러의 립 메이크업, 헝클어진 웨트 헤어, 불규칙한 레이어가 있는 커트 스타일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트렌달리틱스는 녹턴을 2023년의 주요 뷰티 키워드로 꼽으며, 이를 ‘어두운 후에 일어나는 모든 아름다움을 찾는 트렌드 방향성’이라고 설명한다. 밝게 염색한 가는 눈썹과 눈가를 어둡고 강렬하게 표현한 사이렌 아이 메이크업, 스머지 립의 귀환 등이 녹턴 뷰티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다. 점점 뷰티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팬톤은 2023년의 컬러로 비바 마젠타를 선정했다. 대담하고 묵직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 컬러와 녹턴 무드의 조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