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책

마음을 뒤흔드는 책. 어쩌면 이 안에 있을지 몰라. 

1 겸손한 공감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자신의 이름을 건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내담자를 만나는 의사이자 작가 김병수의 새 에세이. 팬데믹은 모두에게 마음의 짐을 남겼고,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졌다. ‘가장 큰 용기는 항상 가장 큰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발견처럼, 변화를 겪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공감과 응원의 힘을 다시 깨닫는다.
김병수 지음, 더퀘스트 

2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강원도 속초나 양양에 갈 때면 괜히 시세를 검색해본다. 작은 집을 사서 주말을 지내는 상상을 하지만, 역시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저자 김미리는 오피스텔도, 아파트도 아닌 시골집을 사서 꿈을 이룬다. 낡은 집은 정성을 들인 만큼 안락하게 바뀌고, 딤채 대신 마당을 파고 김칫독을 묻는다. 5일은 도시, 2일은 시골에서 보내는 ‘5도2촌’ 생활을 잔잔하게 담았다.
김미리 지음, 휴머니스트 

3 도쿄 큐레이션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는 책은 많고 많았지만, 그 안에 풍덩 들어가본 사람은 극소수. 에디터 출신으로 도쿄에서 6년간 머무른 이민경이 그렇다. 일본식 꽃꽂이 ‘이케바나’를 배우면서 의식과도 같은 정갈함에 매료되지만, 그 안의 가차 없음 또한 깨닫는다. 그럴듯하고 예쁜 가게에 주목하는 대신 도쿄를 지배하는 태도가 이 도시의 본질임을 전하는 책. 도쿄를 좋아하는 만큼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이민경 지음, 진풍경

4 여름과 루비
동명이인이 아니다. <소란> <모월모일> 등 시와 산문에 몰두해온 그 박연준이 첫 장편소설을 냈다. 그가 직조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섬세한 표현과 묘사에 역시라는 감탄이 나온다. 소설은 유년 시절에서 시작한다. 작가가 보는 유년은 시절이 아니기에 멈추거나 끝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박연준 지음, 은행나무

5 헤어질 결심 각본
영화가 끝나는 순간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더 탐구하려는 사람, 이 영화의 한 조각을 그저 소유하려는 사람에게도 모두 의미 있는 각본집이다.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는 명대사도 있지만, 작가가 심어둔 묘사와 지시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어떤 부분이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었는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침내.
정서경·박찬욱 지음, 을유문화사

6 야생 숲의 노트
19세기 미국 북동부 버몬트주 도셋에서 오랫동안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한 체니. 평생 음악가로 살아온 체니가 주목한 건 숲속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동물의 발성법. 말년인 1885년부터 1890년에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새소리를 악보로 기록했다. 그의 사후 아들 존 반스 체니가 출간한 이 책은 1세기 후의 작가에게도 영감을 주었는데, 파스칼 키냐르가 대표적이다. 동부파랑지빠귀, 울새, 노랑부리뻐꾸기…. 낯선 새의 이름과 작가가 그린 음표를 보며 먼 곳에서의 소리를 상상한다.
시미언 피즈 체니 지음, 프란츠

7 인생, 예술
전 <보그 코리아> 에디터, 현 국제갤러리 디렉터인 윤혜정이 어제와 오늘의 예술을 들여다본 건 20여 년이나 된 일이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가 예술가 19명의 목소리를 충실히 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인생, 예술>은 한 명의 예술가가 된 윤혜정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작가는 다만 예술가의 작품에 자신을 비쳐봤을 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작가의 사유는 깊고 넓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다. 딸이 초경한 날 작가는 가다 아메르의 2021년 전시 <내가 아는 여성들>과 작품 ‘마야의 초상’을 떠올리며 이렇게 적는다. “타협하지 말라. 너는 너의 전부란다.”
윤혜정 지음, 을유문화사 

    에디터
    허윤선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