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연애와 결혼을 향한 다양성 커플의 리얼 커밍아웃 로맨스 <메리퀴어>의 두 커플이 전하는 다름없는 사랑 이야기.

민주와 태온이 입은 니트는 PLYS.

이분법을 깨고 사랑을 새로 쓰는 | 이민주&유태온

타인의 시선 말고, 둘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규정해요?
민주 저는 똑같은, 그냥 사람이고요. 편견 없이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이민주입니다.
태온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자로 살아가기 위해 신체적·법적 성별 정정을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유지해라는 이름 대신 유태온으로 개명도 마쳤고요. 제가 선택한 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웃음) 

방송에서 본 것처럼 민주 씨는 똑 부러지고 태온 씨는 해맑네요. 아름답고 멋집니다. 지해라는 지난 이름 대신 태온으로 부르고 쓸게요. 개명한 이름은 많이 불러줘야 좋다잖아요. 뜻이 있어요?
태온 모양 태()에 어질 온()을 써요. 유태온. 작명소에서 지은 이름인데,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도 들고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국내 최초의 커밍아웃 로맨스를 표방하는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메리퀴어>에 참여한 건 어떤 마음 혹은 용기였을까요?
태온 용기는 자신이 없거나 주눅 들 때 내는 거잖아요. 모르는 사람은 제가 되게 특별하거나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살아오는 동안 가족과 주변 사람 모두 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줬어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메리퀴어> 공개 직후 욕도 많이 먹고 악플도 엄청 달렸거든요. 오히려 그게 신기하고 좀 웃기더라고요. 되게 낯설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나를 욕하는 거지? 잘못한 것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민주 저는 양성애자인데요. 저 자신이 특별하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숨겨야 할 비밀도 아니고 어렵게 용기 내서 커밍아웃해야 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쭉 이런 모습으로 살았어요. 저는 제가 부끄럽지 않거든요. 떳떳해요. 요즘 리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정말 많잖아요. <메리퀴어>가 그런 프로그램과 같다 생각하고 출연했어요. 용기를 내거나 말거나 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민주 악플이 진짜 많아요. 제 외모부터 정체성에 관한 의심까지 다양해요. 상처를 받는 건 아닌데 마음이 좋지는 않죠. 저는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이해를 바라고 방송에 나선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기를 바라요. 저는 그들의 입장을 인정해요. 불편할 수 있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와 다른 것뿐이에요. 

방송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보니까 민주 씨는 통이 큰 사람인가 봐요. 그 어떤 틀에도 종속되지 않은 사람처럼 보여요. 편견도 없고요.
민주 ‘퀴어’나 ‘성소수자’라는 단어도 불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표현조차 사람을 틀에 넣고 단정하는 것 같아 답답해요. 에디터님은 남자인데 오늘 치마를 입었잖아요. 태온이가 보더니 남잔데 치마를 입었다고 신기하대요. 순간 너무 화가 났어요. 태온이 같은 친구조차 남자 옷과 여자 옷,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건 정말 좋지 않은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남자 친구 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니? 한국에 사는 여자라면 매년 명절에 무슨 안부 인사처럼 이런 질문을 받잖아요. 너무 당연하게요. 모든 여자는 결혼해서 출산할 거라는 걸 전제로 하는 문화가 여전해요. 성정체성을 떠나서 요즘은 비혼주의자도 적지 않고,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획일화된 기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는 건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시대에 맞지도 않고요. 그러니까 태온이 너도 빨리 사과해!

끊임없이 나를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화면 속 인물을 대상화하는 건 아닌지, 무의식 의 편견이 튀어나오거나 생각과 감정이 관성대로 흐르는 건 아닌지 경계하고 의심하게 돼요. 그 중심에는 민주, 태온 씨 커플이 있고요. 아무래도 가장 낯설죠.
태온 제가 아는데요. 민주는 남자든 여자든 트랜스젠더든 뭐든 진짜 인간이라면 누구든 다 만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어떤 편견 없이요.
민주 저는 사람은 다 같다고 믿어요. 겉모습이 어떻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매력이 느껴지고 호감이 생긴다면 그 누구와도 좋은 감정을 나누고 사랑에 빠질 수 있어요. 되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무나 막 좋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세요.(웃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는 어땠어요?
민주 매력이 막 넘쳤어요. 일단 얼굴을 보자마자 뿅 가서 사랑에 빠졌어요.(웃음) 그땐 태온이가 아니라 지해였고, 겉모습도 지금과는 달랐어요. 그냥 완전 여자였으니까요. 예뻤어요. 제가 맨날 지해 공주님, 지해 공주님 그렇게 부를 정도로. 

쿨한 태도로 일관하던 사람들도 난관에 봉착하는 게 민주 씨의 마음이더라고요. 민주 씨가 태온 씨를 좋아하는 그 마음의 형태가 뭔지. 굳이 이해하지 않고 인정하면 되죠?
민주 맞아요.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요. 그냥 저 사람은 그렇구나. 인정하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 다 건강하고 단단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누군가는 이민주, 유태온을 보고 힘낼 거예요. 그런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민주 진짜 그럴까요? 저희가 감히 그런 존재인지 잘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그런 분이 있다면 너무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죠. 저보다는 태온이가 요즘 아주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FTM 트랜스젠더에 관한 인식이나 정보가 부족했는데, 태온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가슴을 제거하는 탑수술부터 성별 정정에 필요한 실질적 조언을 묻는 사람이 정말 많거든요. 

지금 두 사람이 굳게 믿는 건 뭐예요?
민주 저는 저를 믿어요. 두려움도, 무서운 것도 없어요. 하면 하는 거고 못하는 건 못하는 거지 뭐. 그런 마음을 믿고 살아요.
태온 저도 비슷해요. 민주랑 함께하면서 민주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게 좋아요.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열심히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살아도 되잖아요.

둘을 보고 있자니 사랑을 생각하게 되네요. 좋아요?
태온 사랑하면 좋으냐고요? 너무 당연한 걸 물어보네요?(웃음) 너무너무 좋죠. 늘.
민주 사랑을 하다 보면 늘 좋은 마음일 수는 없어요. 미울 때도, 서운할 때도, 진짜 화가 날 때도 있는데, 저는 그 마음마저 다 사랑이라고 믿어요. 저는 지금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태온이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자식아.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