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옷을 만족스럽게 입는 데 있어서 근육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원래 이런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번 시즌 유독 인기인 노출 있는 의상에 따라 두드러지는 신체 부분을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근육 가꾸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크롭트 티셔츠를 입을 때는 11자 복근에 주목해라. 장기적으로 복근을 만들 시간이 없다면 노출 의상을 입기로 예정된 날 하루 이틀 전부터 수분을 확 줄여라. 그러면 임시방편으로 뱃가죽이 쪼그라들며 복근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또 민소매 톱을 입을 때는 날렵한 이두에 신경 쓰고, 행여 부유방이 도드라지지 않게 평소에 관리해라. 그리고 로라이즈 팬츠나 스커트를 입을 때는 허리와 골반 라인에 신경 써야 하는데, 이는 힙업 운동을 함께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참, 언더붑 톱이나 백리스 톱 입을 때를 대비해서 가슴과 등 운동도 게을리하지 마라. 이런 근육 형성에는 자세도 영향을 미치는데, 항상 턱은 아래로 당기고, 어깨는 꼿꼿이 펴고, 배는 안으로 집어넣고, 가슴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미는 습관을 들여야 바른 자세에 도움이 된다더라 등등. 땀 흘리고 나서 먹는 것까지가 운동의 마침표인 것처럼 근육까지 가꿔야 스타일링이 완성된다는 식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자세히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길에서 마주친 크롭트 티셔츠에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무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들은 20대 초중반쯤 되어 보였다. 몸의 형태는 제각각이었으나, 모두 한두 번 입어본 게 아닌 듯 그 태가 능숙했다. 지나는 사람 중 하나가 요즘 애들은 사람들 신경 정말 안 쓰나 보다며 혀를 끌끌 찼다. 내 눈에는 그도 요즘 애들로 보이는데, 격동의 1970년대와 화합의 80년대를 지나 멀티미디어 세대인 90년생에게도 2000년대쯤에 태어난 이들은 넘사벽인 ‘요즘 애들’인가 보다. 후배가 이렇게 말한다. “선배, 요즘 애들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타인’ 자체에 관심이 없어요.” 의식을 한다, 안 한다 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식하고 있는 것이고, 그냥 아예 나 외에 타인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위 몸매가 좋든 말든, 근육이 있든 말든 내가 입고 싶으면 입고, 입기 싫으면 입지 않는 것이다. “밥을 먹으면 배가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저는 배가 나와도 그날 크롭트 티셔츠가 입고 싶으면 입어요.” 유교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사회를 관통해 자란 나와 내 위 세대는 쉬이 이해할 수 없는 디지털 세대의 본투비 자신감. 그런 그들에게 ‘자기만족’보다 더 중요한 키워드는 없다.
사람들이 널리 이야기하는 예쁘고 탄탄한 몸매가 아니어도 자기만 만족하면 그만이고, 아무리 주변에서 예쁘다, 예쁘다 해도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는 주도적인 친구들. “보디 프로필 촬영도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만족하기 위해 하는 거예요. 변화한 내 모습이 스스로 좋은 거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야기하는 후배가 희미하게 빛나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요즘 애들의 강력한 무기인 자신감을 배울(?) 필요가 있겠다. 물론 건강 때문에, 자기가 좋아서 근육을 만든다면 그것은 당연히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남의 시선 때문에 몸을 다그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각자 저마다 몸의 예쁨에 집중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 애들처럼, 얼루어링하고 지속가능하게! 결론부터 말하면, 옷을 만족스럽게 입는 데 있어서 근육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