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을 선언한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바짝 말라본 적이 없다. 분유만 주면 우는 일이 없었다는 신생아 시절부터 입으로 하는 탐구가 남달랐던 터라 유소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될 때까지 살이 쪘다가 빠졌다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모르기도 했다. 건강에 대한 가치보다 미적 쇄신을 목표로 자신을 괴롭히고 다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럴수록 몸무게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주가 그래프처럼 요동쳤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다. 출산 후 불어난 살은 또 많은 고민을 안겼다. 결혼 초기에 했던 다이어트를 끝으로 ‘다시는 살을 찌우지 않으리!’ 결심한 각오와 의지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 아래서 갈피를 잃었다. 호르몬이 불균형해진 것도 한몫했다. 아기를 낳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해 살이 저절로 쏙 빠진다는 선배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아기에게 건강한 모유를 공급(!)하기 위해 식사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조언도 깊이 새겨 실천했다. 순진했다. 아니, 무의식중에 그렇게 믿고 싶었겠지만 ‘저절로’라는 건 있을 리 없다. 모유를 끊은 후에는 점차 고단해지는 육아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남편과 종종 술잔을 기울인 탓에 살은 알게 모르게 더 불었다(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가 육퇴 후 침대에서 꼴깍꼴깍 들이켜는 맥주라는 사실!). 그러나 어느덧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때가 되었다. 출산 후 1년 안에 몸을 되돌리지 못하면 영영 할 수 없다는 저주의 문장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현재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하여 곧, 해방의 길로 가리라! 

 

우리가 살을 빼지 못하는 이유

다이어트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해, 한 번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가 쉽지 않고 동시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요요를 겪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0kg 감량을 목표로 삼았다가 7kg까지 잘 빼고, 3kg을 남겨두고 다시 10kg이 쪘다는 식의 에피소드는 허다하다. 왜일까, 왜 우리는 그토록 다이어트만을 유독 힘들어하는 걸까. 몇 가지로 이유를 추려보았다.

 

첫째, 과도한 정보에 매몰되다

분명 어제 본 의학 프로그램에서는 식품영양학 박사가 등장해 아침밥을 꼭 챙겨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신신당부했는데, 오늘 다른 프로그램에 나온 가정의학과 박사는 아침밥만 먹지 않으면 살이 드라마틱하게 빠질 것처럼 아침 공복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헬스장 트레이너는 다이어트 시 근력의 중요성을 알리며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반면 어느 채식주의자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채소를 먹는 것만으로 그 양을 채울 수 있으며 동물성 단백질만 끊어도 살이 빠지는 것은 물론 몸의 염증까지 없앨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과도한 정보가 선택장애를 일으키는 순간이다. 순리대로 생각하며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그게 쉽지가 않다.

둘째, 상업적 다이어트에 현혹되다

정보의 바다에서 허덕이다 보면 자극적인 다이어트 광고에 홀리기 마련이다.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는 안 해본 방법이 없었다. 원푸드 다이어트, 키토 식단, 간헐적 단식처럼 크게 유행했던 방법은 물론, 한약과 양약을 막론하고 많은 종류의 다이어트 보조제에 의지했다. 신기하게도 당장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공포감을 주는 방송이 방영된 후에는 어김없이 홈쇼핑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 관련 용품을 판매했다.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는 다이어트의 효과는 참 빨랐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마친 후 일반식을 했을 때 본래 몸으로 되돌아오는 속도 역시 빨랐다. 다이어트 때 먹지 못했다는 보상 심리까지 더해져 원래 몸으로 돌아오는 것 그 이상 몸이 더 불어나기도 했다. 맞다, 이런 식으로 요요가 반복되면 몸은 점차 더 고달파진다.

셋째, 스트레스를 쉽고 빠르게 풀었다는 오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있다. 지근거리에 달달한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나 해서다. 물론 캔디나 초콜릿 등 단것을 먹으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임시방편일 뿐. 처음에는 초콜릿 한 알이면 되던 것이 나중에는 크림이 잔뜩 묻은 빵을 우걱우걱 먹어야 비로소 해소되는 불안한 상태에 이른다. 이미 탄수화물에 중독된 것이다.

넷째, 술은 내 친구

이것은 애주가인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유다. 사람이 좋고 술이 좋고, 그래서 술자리도 좋은 사람은 아무래도 강력한 유혹의 옵션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딱 한 잔만 해”, “술은 살 안 쪄”, “오늘까지만 마셔.” 그동안 얼마나 다채로운 말에 현혹되어 다이어트 계획을 스스로 무산시켰던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비가 오면 센치해서, 해가 뜨면 날이 좋아서, 바람 불면 기분이 좋아서, 술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1백 개라도 더 댈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하면 평소 먹던 양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 뿐 아니라, 소화기관에 부담을 줘서 또 다른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다섯째, 불규칙한 생활 습관

다이어트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정해진 시간에 세 끼를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살이 잘 빠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야근이 잦고, 시간이 날 때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등 불규칙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이 말은 그저 교과서 속 이론일 뿐이다.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몸의 밸런스를 해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의 규칙에 나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내 라이프 패턴에 맞는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 그 규칙에 따라 언제까지 몇 킬로그램을 감량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체중 감량을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만끽하는 것. 그거면 됐다. 

 

 

*예고 다음 편에는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앞서 몸에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고 몸을 ‘비교적’ 순수한 상태로 되돌리는 보디 클렌징 리뷰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