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거나 아주 길어야 한다. 하릴없이 무릎 근처에서 노닐던 미디 길이는 잠시 잊어도 좋다.

트렌드 양극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적어도 수년 동안 미디 길이 스커트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유행은 이렇듯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꾸는 일이 허다하다. 울트라 미니 인기의 대척점에 이와 정반대인 슈퍼 맥시가 위치, 시소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는 드라마틱한 룩의 유행 그리고 오버사이즈 데님 같은 Y2K 스타일 등의 인기와 맞물려 부각되었다. 너무 짧거나 너무 긴 극단의 아이템들은 소재와 패턴 관계없이 그것 자체로 눈길을 끈다. 낮과 밤 언제라도 좋다. 미쏘니의 배기 진, 레지나 표의 니트 팬츠, 3.1 이세이 미야케의 원피스와 필립림의 오버사이즈 슈트 등은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을 무적의 데일리 아이템이다. 해가 지고 그윽하게 분위기를 내야 할 때는 밑단을 풍성하게 장식한 알라이아의 맥시 스커트, 실키한 오버사이즈 팬츠에 더 길고 넉넉한 가운을 더한 펜디의 셋업, 데님 패치워크를 극적으로 재해석한 블루마린의 언밸런스 드레스 같은 룩을 참고하자. 물론, 낮과 밤을 반대로 연출하면 더 드라마틱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