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R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은 2017년 시작된 단체다. PNR은 ‘People for Non-human Rights’의 약자로, 비인간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수많은 동물들의 변호사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변호사 서국화, 김지혜
동물권연구변호단체 PNR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13년에 동물권에 관심 있는 몇몇 변호사가 ‘동물권네트워크변호인단’이라는 이름으로 (사)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동물보호법 전면개정안을 제안했다. 이 전면개정안 제안이 담고 있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수년에 걸쳐 국회에서 발의되었고, 이때의 인연으로 박주연 변호사와 함께 ‘동물권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과 좀 더 체계적으로 활동해보자’는 생각으로 PNR을 만들었다. 미국의 NRP(Non-human Rights Project)가 모토가 되었다.
변호사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나?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동물권강의를 하시면서 오래전부터 ‘동물권’에 관한 멘토 역할을 해오신 우희종 교수님이 고문을 맡고 계시고, 우석영 작가님, 이승연 미국변호사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 PNR의 주요 활동은 입법, 정책 분야인데 입법정책 활동에 있어서 법조인으로서 법률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지만, 동물에 대해 아는 것, 동물과 인간, 자연의 관계, 그리고 해외의 다양한 입법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가 함께할수록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업이 있는 분들이다. 활동은 봉사 형식으로 운영되나?
PNR에서 활동하는 모든 변호사는 송무, 자문의 본업을 하고, 업무 외 시간에 십시일반 PNR 일을 하고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을 ‘봉사’라고 한다면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다만, 좋은 뜻으로 함께하는 변호사님들에게 무보수의 봉사를 계속해달라고 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재작년부터는 활동비 지급 규정을 두어 시행하고는 있다. 하지만 ‘비용지급’이라고 칭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금액이다. PNR 활동을 바탕으로 관련 민형사 사건을 수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동물권’에 대해 기자로 처음 인터뷰한 것이 2013년이었다. 그때는 대중들이 ‘동물권’이라는 용어도 생소하게 받아들였다. 그사이 10여 년이 흐르며 시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관심이 있는 단체나 시민분들에게는 ‘동물권’이라는 용어가 꽤 익숙해진 듯하다. 다만, 관심이 없거나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에게는 동물권이라는 용어가 아직도 생소한 듯하다. 사실 동물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거나, 관련 판례들을 보면 법률가들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개인마다 매우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 인식 차이에 따라 판결의 내용과 결과가 천차만별인 경우도 많다.
‘동물권’의 중요성을 여러 방식으로 알리고 있다. 어떨 때 시민들이 쉽게 공감했나?
우리가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그것이 왜 중요한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법적인 권리’로서 동물권을 이해하려고 할 때 어려워하던 분들도 ‘본성에 따라 살아갈 권리’라는 것은 인간이 만든 어떤 규정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천부인권’과 같이 생명이 태어난 사실 그 자체로 가지는 ‘살아갈 권리’로서의 동물권을 이야기할 때 시민들이 쉽게 이해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라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물권’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인권과 동물권은 무엇이 먼저 해결된 후 접근할 수 있는 선후관계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사례를 보면, 동물권이 침해되는 현장에는 항상 그것을 마주하는 인간이 있다. 잔인하게 모피를 생산하는 곳에는 그 잔인한 모습을 마주하는 인간이 있고, 우리가 값싼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 현장에는 비인도적으로 생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동물을 마주해야 하는 인간이 있다. 우리가 동물의 권리를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권리를 생각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유, 즉 그들이 ‘동물이어서’ 혹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모두가 같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의 말 학대 사망 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다. 피해자인 동물은 직접 고소할 수 없는데, PNR은 이와 같은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나?
동물은 현행법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어서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당사자가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소송도 반드시 그것을 ‘인간의 권리’로 치환하여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이 잘못되었다는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고통받는 동물의 권리’가 아닌 ‘공장식 축산을 통해 생산된 고기를 선택하지 않을 소비자(인간)의 권리’나 ‘고통받는 동물로 인해 인간이 받는 정신적 고통’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소송전략적으로 불가피하지만, 법률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다룰 수 없고, 실제하는 고통을 그저 ‘무시’한 채 내린 결론이 타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지난해 국회에서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를 범한 사람으로 하여금 일정 기간 동안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사육금지처분’제도를 입법하고자 했는데, 법무부가 형사법 체계상의 문제, 기본권 침해 가능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여 무산되었다. 동물학대는 이후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축적되어 있고, 동물학대 범죄의 특성상 사육금지처분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독일에서도 이미 시행 중이다. PNR은 올해 사육금지처분제도가 입법될 수 있도록 형사법적 근거와 관련 사례들을 연구하는 활동에 주력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활동 중 유의미한 성과는 무엇이었나?
꾸준히 입법 제안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단체 목표 첫 번째는 펫숍에서의 동물 판매 금지이고, 두 번째는 동물학대 예방이다. 그 목표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최근에 학대행위자의 동물사육금지처분과 가처분 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결의되었다. PNR이 남인순 의원실과 협력하여 발의한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이 포함되어, PNR 변호사님들과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엔 HIS(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와 협업하여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을 만들어, 러쉬 코리아의 도움으로 발의를 지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제정안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는데 많은 전문가분의 자문을 얻어 완성할 수 있었다. 아직 발의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실험동물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현재 국내 동물권의 현실을 냉정하게 본다면?
매우 초기 단계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겪고 난 사회에서는 사람보다 자본이 더 우위인 시기가 있었고 경제력이 생길 무렵부터 인권이 사회의 관심사가 되었다. 아직도 인권의 사각지대는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이 인권은 매우 기초적이고 보호해야 하는 권리라는 데 합의했다. 그 다음 순서가 동물권인 것 같다.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와 적잖은 차이가 있다. 사람보다 동물이 왜 우선해야 하는지, 사람의 문제를 전부 다 해결한 뒤에 동물을 논의해야 하는 건 아닌지와 같은 반대는 항상 있지만 이제는 사람과 동물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처럼, 결국은 입법이 중요할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경각심을 갖고 있나?
동물권이 반려동물에 한정된 논의는 아님에도, 개정이 이루어지는 영역은 반려동물에 초점이 있다. 반려인구가 늘다 보니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관심이 높은 분야에 논의가 몰려 있다고 본다. 현재 논의되는 동물권은 동물보호법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사실 동물권 신장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축인 동물, 동물원 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모든 동물에 대해 논의되 어야 한다. 현장에서 많이 활동하는 행동가분 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반려동물 외에는 일반의 관심도도 낮은 편인 것 같다. 아쉬운 부분이지 만, 점차 관심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동물권 관련 활동을 하면서 PNR의 사람도 변화할 것 같다. 개인적인 변 화가 있었다면?
언젠가 돈을 벌면 에르메스를 사고 싶다고 생 각했다가, 가죽제품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PNR 활동을 하면서 가지고 있는 가 죽제품이 얼마나 되나 찾아봤는데, 가죽가방이 대부분이고, 신발도 마찬가지다. 가방이나 신 발의 재료로 동물을 소비하는 것은 자제해야겠 다는 생각을 했다. 가지고 있던 가죽제품을 전 부 버릴까도 생각해보았는데, 오히려 환경오염 에 일조하나 싶어서 가진 제품은 못 쓸 때까지 쓰고 가능하면 새 가죽제품은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통을 봤는 데 하루도 되지 않아서 가득 차는 것을 보고 미 생물이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샀다. 마 르고 닳도록 사용할 예정이다.
동물권 신장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 들은 지금 무엇을 하면 동물권 신장 에 도움이 될까?
모든 사람이 당장 활동가나 행동가가 될 필요 는 없지만, 꾸준한 관심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갖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 행동을 시작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소수의 강한 행동보다, 다수의 은근하고 지속적인 관 심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고 있다. 동물권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가 있으면 좋겠 다. 일상에서 동물을 돈을 주고 사지 않는 것부 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분양이든 입양이든 어 떻게 불러도 돈을 주고 동물을 데려오면 결국 동물을 소비하고 동물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사 업에 동참하게 된다. “자신의 생명은 얼마를 주 면 내어주실 건가요?”라고 묻고 싶다. 동물도 같다. 동물을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보기 시작 하면 동물이 처한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실 거다.
앞으로 PNR이 더 해보고 싶은 일은?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활동을 할 것 같다. 헌 법에 동물권이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유 기동물이 없었으면 좋겠고, 개식용도 금지되면 좋겠고, 도축되는 동물들도 인도적인 방법으로 도축되기를 바라며, 고기를 대체하는 식품과 기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 좋겠다. 하고 싶 은 일을 다 적으면 세계평화급 이야기가 될 것 같다.(웃음) 동물권에 관한 논의가 유별난 것 또 는 극성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지 않는 때가 오 면 좋겠다. 사람보다 동물이 앞서야 한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함께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형성되기를 바란다. 거기에 PNR이 일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KIM MYUNG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