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그래
디자이너 손정완의 뉴욕 패션위크 진출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비결을 물었다.
우선 뉴욕 패션위크 진출 10주년을 축하한다. 10년 동안 꾸준히 해외 컬렉션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감회가 새롭겠다.
그저 감개무량하다. 이렇게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는 느낌이랄까.
인터뷰가 끝나고 바로 뉴욕 패션위크를 위해 떠난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컬렉션을 준비했나? 새로 선보일 2022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나?
팬데믹 때문에 강제로 지난 시즌을 쉬게 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트렌드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고수해왔던 걸 트렌드에 녹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그동안 해왔던 아카이브를 돌아보며 거기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된 것 같다.
10년 전에도 손정완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부티크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뉴욕)으로 진출하고자 한 이유가 있나?
해외 진출의 첫 시작은 파리의 후즈 넥스트(파리 최대 규모의 패션&라이프 스타일 전시회)였다. 초청 디자이너로 초대를 받아서 쇼를 진행했다. 한번 시야가 넓어지니 이제 손정완도 글로벌화시킬 때라는 것을 느꼈다. 디자이너 개인적으로도 이런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다음 베이징에서 또 초대를 받아 해외 쇼를 진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1 가을/겨울 시즌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 서게 됐다.
처음 쇼가 꽤 반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바이어와 프레스 반응도 그렇고, 당시 미국드라마 가십걸에 출연한 켈리 러더포드가 손정완 브랜드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작이 좋았다.(웃음) 반응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었고. 그런데 한편으론 내가 생각한 만큼의 큰 성과가 있었는지는 꾸준히 질문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활동까지 한다면 디자이너 생활만 35년이다. 아직도 그런 의문이 드는가?
당연하다. 그러니까 계속 도전하는 거다. 이건 내가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는 직업의식 같은 것이다.
뉴욕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것?(웃음). 동양에서 온 무명의 디자이너에겐 쇼를 꾸미는 조건 자체가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처음엔 스트레스가 많았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하던 게 있으니까.
어떻게 극복했나?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컬렉션을 보고 열광해주는 사람들을 보았다. 바이어와 프레스는 물론 블로거나 셀럽 등 새로운 환경의 새로운 팬들이 생긴 거다. 컬렉션에 대한 그들의 긍정적인 제스처가 큰 힘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손정완은 셀럽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이유가 뭘까?
셀럽은 자신이 가진 고유의 스타일을 극대화시켜서 강하게 표출하길 바란다. 손정완은 그들의 그런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는 것 같다.
데뷔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한 브랜드를 이렇게 오래도록 끌고 오긴 쉽지 않은 일이다. 긴 시간 브랜드를 이끌어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이니까. 대학생 때만 해도 내가 패션 디자이너가 될 줄 몰랐다. 그냥 미대생이었는데, 우연히 의류학과를 다니는 친구가 내가 입는 옷 스타일을 보고 패션 디자이너를 추천했다. 그 친구 말로는 내가 스타일링도 잘하고 특이한 옷도 잘 입고 다녀서 눈에 띄었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패션 디자이너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내 맘대로 스타일링하는 걸 너무 좋아했다. 옷을 좋아하는 건 타고난 것 같고, 여기에 미대를 다니며 보고 배운 컬러 감각이 옷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확실히 지속 시간을 길게 해주는 충분한 힘이 되는 것 같다.
아직도 옷이 좋은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게 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은 똑같다. 하지만 항상 염두에 두는 건 시대의 흐름에 나의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과 달라진 점은 너무 끌려가지도 무뎌지지도 않게 조율하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손정완의 골수 팬들도 물론 있지만 아직 손정완을 모르는 어린 독자들도 있다. 그들에게 손정완이라는 브랜드를 정의한다면?
여성의 아름다움을 관능적이고 페미닌하게 표현하는 브랜드가 아닐까? 최근에는 과하지 않은 이지 럭셔리를 표현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실루엣이나 색감에서 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많이 지향하려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생각하고 있는 목표가 있나?
브랜드 손정완이 없어지지 않는 것. 지금도 하루아침에 떴다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브랜드가 너무 많다. 과장 조금 더해서 내가 죽어도 브랜드는 남았으면 좋겠다.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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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메이크업
- 김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