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 왜 지식은 거꾸로 얕아져 갈까. 불안한 내면을 단단하게 채우고 싶을 때 믿고 보는, 쉽고 확실한 4개의 교양 콘텐츠를 소개한다.

 

전기가오리

삶이 권태로울 때 인간은 비로소 질문을 한다. 삶의 이유나 사랑의 의미,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진다면 한 번쯤 철학을 공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재미 삼아 ‘철학 구몬’으로도 불리는 ‘전기가오리’로 시작한다면 철학이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깨닫는다. ‘전기가오리’는 서양 철학을 중심으로 한 문헌을 번역, 출판하는 출판사이자 철학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문 공동체다. “전기가오리에게 출판은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본질적으로 철학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내고 있고, 전기가오리를 통해 지역이나 학력, 소득 등의 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철학을 공부할 수 있길 바랍니다.” 신우승 대표의 설명이다. 달마다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논문과 번역된 철학서, 시의성 높은 읽을 거리를 포함한 ‘물질적 혜택’을 받아볼 수 있다. 모든 출판물의 디자인이 기발하고 아름다워 프린트와 책을 소장하기 위해서라도 후원을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비물질적 혜택’으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부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논문과 출판물에 대한 해설을 시청할 수 있다. 비정기적으로 절판된 텍스트나 철학 굿즈 등이 깜짝 혜택으로 주어지는데, 다가오는 연말에는 하루를 철학적 문제로 시작할 수 있는 ‘철학적 일력’이 준비 중이다.
가격 월 1만3천원부터 3만원까지. 문의 https://philo-electro-ray.org/

위대한 수업

아늑한 소파에서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위대한 수업>은 EBS와 교육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기획한 사업으로 이 시대 지식인들의 강연을 매일 20분씩 전하는 시리즈다. “코로나19로 계층 간 지식 격차가 심화되고 SNS를 통해 가짜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기획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이다. 리처드 도킨스, 주디스 버틀러, 피터 싱어, 마이클 샌델, 유발 하라리 등 방영 전 공개된 강연자와 커리큘럼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섭외에 대해 제작진은 “EBS가 <다큐프라임> 등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해온 제작 노하우와 세계 석학 네트워크를 유감없이 발휘한 프로그램”이라고 답했다. 정치, 과학, 경제, 젠더, 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강의는 각 5회씩, 회당 20분으로 구성된다. 방송 이후 K-MOOC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자막뿐 아니라 한국어 더빙을 제공해 집안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도 라디오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가격 무료 방영 평일 오후 11시 35분, EBS

 

한편

현상 이면의 본질을 묻는 사람들은 늘 존재해왔다. 인문학의 위기라 일컬어지는 지금도 누군가는 부지런히 묻고 답하며 오늘날의 인문학을 이어간다. 민음사의 <한편>은 매 호 하나의 주제 아래 사회학, 정치학, 철학 등 여러 연구자의 글 열 편을 엮은 인문잡지다. “<한편>의 슬로건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편의 인문학’입니다. 이미지의 시대에서 한 편의 글을 함께 읽는다는 기획에서 출발해, 가장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종이잡지를 중심으로 뉴스레터를 병행하며 인문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어요.” <한편> 편집부의 설명이다. 창간호 주제인 ‘세대’를 시작으로 인플루언서, 동물, 권위와 같이 시의성 높은 ‘지금’의 주제를 다루며 기존의 문법과 통념에 물음을 던진다. 예컨대, 부동산과 코인 열풍이 몰아치는 2021년의 한국사회에서 나는 지금처럼 일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면 <한편 5호: 일>을 펼쳐보길.
가격 1만원 발행 연간 3회(1월, 5월, 9월)

스켑틱

물리나 화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다음의 질문들은 흥미롭다 ‘인공지능의 위협은 실재인가’, ‘왜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는가’, ‘사주명리학의 근거는 무엇인가’. 놀랍게도 이 모든 질문은 과학적이다.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인 ‘스켑틱 협회’에서 발간하는 교양과학 잡지 <스켑틱>은 이와 같은 질문을 과학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우리는 자연 현상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을 검증하는 ‘과학적 회의주의’를 추구합니다. 과학의 영역에서 ‘사실’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잠정적인 것이니까요.” <스켑틱>의 지향점에 대한 편집진의 답이다. 백신의 역사, 노화 기술의 연구처럼 본격적으로 과학과 관련된 시사칼럼은 물론, MBTI와 혈액형 성격론과 같은 유사과학, 초자연적 현상까지 다룬다. 한 권만 읽어도 과학적 잡지식을 포식할 수 있고 이러한 지식은 기발한 스몰토크의 재료이자 기막힌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가격 1만5천원 발행 연간 4회(3월, 6월, 9월,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