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공간은 심리적 안정감을 선사한다. 오래된 물건과 작별하는 기술로 영혼까지 가벼워지는 법.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지냈던 시간을 지나, 우리는 지난 1년여간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저분한 서랍 속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배터리들, 창고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잡동사니들, 옷장 어딘가에 혼란스럽게 뒤엉킨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까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팬데믹 상황은 정리정돈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일터와 집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거예요.”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 행동과학 부교수 캐롤린 로드리게즈(Carolyn Rodriguez)가 말한다. “집과 사무실을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마치 테트리스 퍼즐과도 같아요. 이렇게 여기저기 흩어져 조각난 것들을 꿰어 맞추는 것이 바로 정리정돈이죠.”

이제 대청소는 연중무휴 스포츠가 되어버렸다. 봄을 맞아 대대적으로 재활용더미들을 버리는 대신, 이제 사람들은 안 쓰는 물건을 시시때때로 처분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조사에 따르면, 중고 거래 앱 월간 사용자수가 지난해 9월 대비 38%가량 증가해 약 1640만 명을 기록했다고. 무려 세 명 중 한 명이 중고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중고 거래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코로나 시대를 맞아 거주 환경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상을 덜어내는 일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물품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 거래가 환경과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와 같은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오히려 큰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어수선함과 행복 지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주변이 산만할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라고 드폴 대학 심리학 교수 조셉 R. 페라리(Joseph R. Ferrari)는 말한다. “우리에겐 정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이 있어요. 마음이 놓이고 기운이 나고 어깨가 가벼워지죠.” 하지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정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생산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간 본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잡동사니가 많을수록 게을러지고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에요. 물건을 버리고 깨끗한 공간을 가질수록 우리는 더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라고 로드리게즈는 말한다.

물론 어느 누구도 학창시절 아끼던 재킷이나 16개의 핑크 립글로스와 헤어지는 일이 쉽다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저서, <정리의 힘>이 괜히 전 세계에 미니멀 라이프 열풍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집의 잡동사니와 물건을 정리해주는 예능 <신박한 정리>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주변 공간을 정리하는 것을 열망하는 동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드리게즈는 무엇보다도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꺼번에 대대적인 청소를 하기보다는 하루에 10~15분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일단은 눈에 잘 띄는 곳을 선택해 정리한 후, 말끔해진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보는 거예요. 침실, 사무공간, 주방처럼 단 하나의 공간을 골라 시작해보세요.” 공간을 선택한 후에는 정돈 범위를 더욱 좁혀가면 된다. “그런 다음, 정리할 항목을 더욱 세세하게 나누어보세요. 의류, 책, 주방용품 등으로 말이에요. 전문가들은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아이템(예를 들어 부피가 큰 재킷)부터 시작하는 것이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해요. 아무래도 즉각적인 결과가 눈에 보이면 동기부여가 잘될 테니까요. 모든 건 노고에 보답하기 마련이에요.” 로드리게즈는 “그 차이를 눈으로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모든 면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화장대를 정돈하는 법

쓰지도 않는 립스틱과 다 말라버린 마스카라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람이 단지 뷰티 에디터만은 아닐 것이다. 정리정돈의 프로인 클레어 시어러(Clea Shearer)와 조안나 태플린(Joanna Teplin)이 불필요한 컬렉션을 정리하는 팁을 소개한다.
– 제시카 크루엘(Jessica Cruel)

1 유통기한 살피기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4개월마다 서랍과 허영심을 완전히 비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태플린은 “하나하나씩 점검하면서 과연 이 공간을 차지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라”고 말한다. “유통기한부터 주목하세요. 대부분의 제품은 개봉한 지 일년 이상 되면 박테리아로부터 안전하지 못해요. 또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를 표기해놓으면 기한 내에 사용할 가능성도 더 높아지죠.”

2 칸막이를 사용할 것
치약이나 컨실러 뚜껑을 제대로 닫았다고 생각했지만, 내용물이 흘러나와 화장대를 망쳤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세척하기 쉬운 칸막이나 얕은 통을 사용해 제품을 나눠, 화장품이 엎어지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보관하자. 그러면 제품이 새더라도 더러워지는 제품을 최소화할 수 있고, 더러워진 칸막이만 세척해 관리하면 된다. 또한 화장솜이나 면봉 같은 일회용품을 나눠서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3 전략적으로 보관하라
시어러는 매일 사용하는 뷰티 제품을 위해 특별 코너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건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야 합니다. 블러셔는 블러셔대로, 마스카라는 마스카라대로 구분하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목적에 맞게,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성이 핵심이에요. 작은 바구니를 사용해서 안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면 더 효율적으로 세분화할 수 있어요.”

4 지금은 절제할 때
있는 것을 비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하지 않는 것도 정리정돈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휴가를 떠난 호텔에서 어메니티를 보면 견물생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호텔 샴푸를 여행 가방에 챙겨 넣기 전에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어보자. “과연 이 샴푸를 알뜰하게 사용할까? 화장대를 차지하기만 할까? 후자라면 그냥 내려놓는 편이 현명하죠”라고 태블린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