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의 발현 단계부터 생성, 번짐을 지나 분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레이저 토닝, IPL 시술 등에 밀려 설 곳을 잃었던 기미 화장품의 진화.

 

기미 왔어요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우리를 감쌌던 올여름의 태양, 그 흔적도 화려하다. 문득 거울을 보다가 눈 밑에 드리운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느꼈다면 이미 반갑지만은 않은 가을 손님, 기미가 문을 두드렸다는 뜻이다. 유난히도 덥고 습했던 날씨지만 마스크가 방패라도 되는 양 자외선 차단에 소홀히 했던 지난날이 스칠 거다. 마스크로 광대가 가려지지 않는 건 당연하고 흰 마스크가 자외선을 반사하면서 기미의 노크를 부추긴 것. 게다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는 갑작스러운 온도, 습도 변화로 피부가 일시적으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색소 침착이 한층 더 짙어진다. 깨알 같은 기미의 방문을 대차게 거절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관리에 들어갈 때다.

대세는 단계별 케어

초가을 모두의 고민이 그렇듯 뷰티 브랜드에서도 기미 화장품을 줄줄이 출시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신제품 메일 속에서도 ‘기미 완화’라는 제목이 가장 많이 눈에 띈 것. 이름 자체에 ‘기미’가 들어간 제품도 쉽게 보였다. 그렇게 새로운 기미 완화 화장품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는데 꽤나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3단계, 4단계 체계적인 기미 케어. 기미의 생성 메커니즘에 맞춰 멜라닌 색소 합성 전후로 나눠서 관리한다는 거다. 많게는 4단계까지 촘촘히 나누어져 있는데, 그렇다고 4가지 제품을 따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하나의 제품 속 성분들이 각각 기미의 발현, 활성, 이동, 축적 등의 단계에 맞춰 작용해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하는 속 기미부터 눈에 보이는 겉 기미까지 케어하는 방식이다. 그간 레이저 토닝, IPL 시술 등에 밀려 설 곳을 잃었던 기미 화장품의 역습일까? 한층 진화된 기술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왜 단계별 케어에 집중하는지 궁금했다. “기미는 초기, 중기, 전이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생성됩니다. 초중기에는 기미의 생성 유발 원인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지만, 전이 단계에서는 세포가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야 하죠. 마지막 단계에서는 전체적인 피부톤을 고르게 하고 환하게 밝히는 미백도 이루어져야 하고요.” 토니모리 마케팅 파트장 이슬기의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김지윤 선임 연구원도 기미는 복잡한 원인과 단계에 걸쳐 생성되는 색소침착이기 때문에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미는 멜라닌 색소가 한 달여 동안 피부 표면으로 서서히 올라오는 흔적이기에 그 메커니즘을 단계별로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인 셈이다.

 

속 기미부터 겉 기미까지

기미를 단계별로 완화하는 기미 완화 화장품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해당 제품 개발팀, 마케팅 담당자 등이 말하는 ‘기미 완화 화장품 잘 고르는 법’ 코멘트까지 확인해볼 것.

AHC의 H 멜라루트 앰플
10ml×4개 6만4천원

• 독점 성분인 멜라루트 콤플렉스가 기미의 모든 단계마다 작용
• 기미 뿌리 상태 – 안젤리카 뿌리 추출물 성분이 기미를 생성하는 근본 세포인 멜라노사이트를 집중 케어해 멜라닌 생성 억제
• 기미 줄기 상태 – 히아신아마이드 성분이 멜라닌 번짐 차단
• 기미 씨앗 상태 – 글루타치온 성분이 멜라닌 색소 제거

“피부 표면의 기미는 물론, 속 기미부터 오래된 기미까지 폭넓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제품 사용 후에도 기미가 다시 올라오지 않도록 재생성을 방지하는 기미 지속 억제가 가능한 제품인지도 따져보세요. 신뢰할 만한 기미 완화 임상을 완료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요소죠.”
– 김진(카버코리아 상품기획팀 과장) 

 

닥터지의 비타슈티컬 15 플러스 앰플
15ml 2만8천원

• 기미 예방 단계 – 피크노제놀, 밀몽화 추출물이 UV에 의한 피부 손상 색소침착 예방
• 멜라닌 합성 전후 – 아세틸글루코사민, 알파비사보롤, 순수비타민C 성분이 기미 생성 방지
• 마지막 단계 – 카카두플럼 추출물이 피부 전체의 안색 개선
• 순수비타민C의 산화를 막는 항산화 성분 함유

“기미 화장품 속 순수비타민C 성분은 빛과 열 등에 의해 산화되기 쉽습니다. 이를 방지하고 제품의 효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항산화 성분을 함께 함유한 제품을 선택하세요. 또 비타민C 함량이 15~25%일 때 경피 흡수가 극대화되니 꼼꼼히 체크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 이은지(닥터지 상품기획팀 매니저)

 

토니모리의 기미야 미백 크림
50g 4만5천원

• 기미 초기 – 알파 알부틴, 베타 알부틴 성분이 비정상적인 색소 축적에 의한 기미, 주근깨, 점 등의 생성을 억제하고 광노화에 의한 과다 멜라닌 생합성 저해
• 기미 중기 – 비사보롤 성분이 멜라닌 활성을 차단해 기미 생성 저하
• 기미 전이 단계 –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이 기미 생성 저하와 색소 침착 개선
• 마지막 단계 – 알파리포산이 밝고 환한 피부톤으로 미백 케어

“고기능 원료에만 집중해서 제품을 선택하면 피부에 자극을 주기 쉬워요. 기능성과 더불어 자극을 유발하는 유해 성분의 배제 여부도 고려해야 합니다. 자연유래 성분을 기반으로 하고, 유해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제품을 추천해요. 기미 개선 효과는 유지하면서 피부에 편안해야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죠.”
– 이슬기(토니모리 마케팅 파트장) 

 

이자녹스의 에이지 포커스 기미 포 올 크림
50ml 7만원

• 핵심 성분인 비타 퀴논™이 1. 멜라닌 발현 억제, 2. 활성 억제, 3. 이동 억제, 4. 멜라닌 분해까지 단계별로 작용
• 비타 퀴논™ 성분에 함유된 나이아신아마이드가 피부톤 개선
• 기미케어 부스터 역할을 하는 항산화 3종
• 영양 보습 성분, 콜라겐 성분 함유

“더욱 뛰어난 기미 케어를 원한다면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하세요. 항산화 성분은 피부의 산화 스트레스를 케어해 건강하고 맑은 피부로 가꾸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또 미백 화장품인 만큼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미백기능성 제품인지, 식약처 미백기능성 고시 원료가 들어가 있는지 안전성도 체크하세요.”
– 김지윤(LG생활건강 선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