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반 박자 느리게 흐르는 티하우스 3
시간이 반 박자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은 공간이 있다. 작은 소리와 은은한 향에 고스란히 집중하게 되는, 일상의 리듬과 감각에서 반 발자국 떨어져 있는 세 곳의 티하우스를 찾았다.
델픽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할 때마다 신의 조언인 신탁에 의존했다. 그리고 ‘델픽’은 신의 목소리인 신탁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티 브랜드 ‘델픽’은 이러한 기원을 바탕으로 삶 속의 균형을 찾는 이들에게 차로서 답을 제안하고자 한다. 모던한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외관을 갖춘 이곳은 오프라인 쇼룸이자 티하우스로 시그니처인 블렌딩 티와 더불어 국내 작가들의 다양한 다구를 선보인다. 티 바를 중심으로 뚫린 사방의 큰 창은 푸른 녹음, 단단한 기와지붕 등 북촌의 각기 다른 모습을 비추고 있다. 티 바에 앉아 차를 주문하면 그에 맞는 세팅을 제공한다. 다양한 종류의 찻잎과 꽃, 과일 등을 배합해 조화로우면서도 개성 있는 향미를 갖춘 블렌딩 티는 총 6종으로 취향에 맞게 추천받을 수 있다. 메리골드 꽃잎과 우유향이 첨가된 우롱차, 오렌지꽃과 페퍼민트로 블렌딩한 백차 등 자연과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조합으로 가득하다. 차에 곁들이기 좋은 단호박과 말차, 밤으로 만든 샌드쿠키, 시그니처 티로 만든 젤라토도 마련되어 있다. 북촌의 고즈넉한 풍경을 온전하게 만끽하고 싶다면 테라스 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안전을 위해 테이크아웃 잔을 이용해야 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길 84-3 문의 02-742-9147
차덕분 무언
영종도의 평화로운 바다가 창 가득 펼쳐진 ‘무언’에서는 도란도란한 말소리와 조르륵 차를 따르는 맑은 소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편안히 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 ‘차덕분’ 안쪽에 숨어 있는 별도의 다실 공간으로 특별한 티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다. 엄선한 티와 티푸드로 이루어진 4개의 상차림을 100분간 차례대로 받아보게 되는데, 그 구성이 무척 다채로워 차림마다 새로운 도자와 다기를 쓰다듬어보는 맛도 있다. 상차림은 계절과 콘셉트에 따라 시즌제로 달리하고 있다. 첫 번째 시즌에서는 달큰한 호박차부터, 일곱 번 우려내도 여전히 제 향을 내는 감산다향 홍암차, 차갑고 향기로운 당아욱꽃차, 거문도의 해풍을 맞고 자란 쑥 아이스크림의 진한 내음을 담았다. 다가오는 두 번째 시즌에서는 새로운 한국차와 그에 어울리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선보일 예정으로 한식에 이탈리아의 요리를 접목한 색다른 차림상을 준비하고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더라도 분명하게 새겨지는 느낌, 언어로 기록되지 않더라도 이곳의 분위기를 간직하게 되는 시공간의 감각을 전한다. 100프로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일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주소 인천 중구 은하수로 12 8층 문의 @thanks_to_mooun
이음 티하우스
대만차를 전문으로 수입하고 유통하는 ‘이음’의 쇼룸이자, 싱그러운 정원을 닮은 창밖을 바라보며 직접 차를 우려서 마실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음은 한국인 최초로 대만의 공인인증을 받은 티 큐레이터가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차종을 소개한다. 대만은 산지가 많은 만큼 지역과 고도에 따라 특색 있는 다양한 차가 생산되는데, 이 중에서도 양질의 잎을 엄선했다고. 메뉴에는 품종과 산지, 해발고도가 상세하게 기입되어 있다. 입문자의 경우 하단에 적힌 테이스팅 노트를 참고하면 보다 쉽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다. 차를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티 코스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었지만 티클래스의 경우 줌을 통한 언택트 클래스로 진행된 바 있다. 본래는 입문반과 심화반으로 나누어지며 보통 3시간 동안 이론수업을 포함해 적게는 16종, 많게는 40종까지의 차를 테이스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감각을 예리하게 깨우되 마음의 여유를 확장시키는 차의 시간을 즐기고, 더 나아가 공부하고 싶다면 부암동의 평화로운 이음을 찾길 바란다.
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7 3층 문의 02-391-2010
- 에디터
- 정지원
- 포토그래퍼
- OH EUN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