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탐구생활, 김동완

미련 없이 도시를 떠난 지 벌써 5년. 김동완은 더 행복해졌다. 더 잘 자고, 더 많이 웃게 되었다.

화이트 티셔츠는 비오비(BoB). 에스닉 패턴 셔츠는 포츠(Ports). 파자마 팬츠는 코치(Coach). 배색 운동화는 컨버스(Converse). 골드 목걸이는 헤이(Hei). 손목에 묶은 타이는 빈티지 살바토레 페레가모(Salvatore Ferragamo). 밀짚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울을 떠나 가평으로 이주한 지 5년 정도 됐나요? 어떤 계기가 있었어요?
그 당시 마음의 병이 심했어요. 병이 심하게 왔어요. 항우울제도 먹고 수면제도, 술도 많이 마셨죠. 그러면서 망가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술, 약, 일탈… 다들 같은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직 쓰러지면 안 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긴 것이네요.
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자연으로 들어가듯이 그때 강원도에 되게 많이 갔어요. 용평스키장에 가서 한 달 동안 스키는 안 타고 산속에 나를 넣어봤죠. 회복이 되더라고요. 불면증도 없어지고 마음이 너무 편하고요. 강원도에 매번 갈 수 없으니 그 다음엔 가평에서 펜션 생활을 했어요. 그러면서 그 동네에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팔려고 내놓은 집이 있었나요?
주택까지 같이 사려고 했는데 맘에 드는 집이 없어서 땅을 사서 직접 지었어요. 핀란드산 나무를 가져와서 지었는데 그것도 친환경은 아니더라고요. 후회했어요. 그냥 우리나라 소나무로 지을 걸. 막국수집 사장님과 친해졌는데 그분이 양봉을 하세요. 그걸 구경하는데 벌들이 너무 열심히 움직이는 거예요. 분주하지만 평화롭게.

한봉(양봉) 과정을 처음 본 거군요?
벌들은 누구 명령을 받고 이렇게 하는 걸까… 그때부터 벌을 알아봤더니 벌통 안은 두뇌처럼 집단 유기체라고 해요. 여왕벌만 있고 나머진 알아서 다 움직이는 거예요. 너무 신기했어요. 벌을 곁에 두고 저도 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거예요.

말 패턴 니트 스웨터는 겐조(Kenzo).

곁에 둬보니 어떤가요?
봄이면 화분을 발에 묻혀와요. 발 토시 신은 것처럼 예쁘고 귀여워요. 한 통은 손이 별로 안 가지만 늘어서 서너 통 되면 청소도 해줘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벌들이 밥을 먹고 나면 찌꺼기가 생기는데 말벌이 들어가지 못하게 만든 작은 입구가 가끔 막힐 때가 있어요. 제가 청소를 해줘야 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꿀도 채취하고 일도 잘할 수 있어요.

돌봐주는 사람을 알아보고 안 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벌들은 봄에는 몇 번 물더라고요.(웃음) 다시 청소하면서 인사하면 그때부터는 안 쏘아요.

지난해 수확량은 어느 정도였어요?
꿀이 엄청 많이 나와요. 한 칸이면 통으로 두 통 정도 나와요. 저도 먹고 선물할 수 있을 만큼은 나와요. 올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사라졌어요. 벌집째로 먹는 게 흔하지 않으니까 선물하면 좋아하시더라고요. 올해는 세 통으로 늘려보려고요. 분봉이 사람으로 따지면 출산 같은 건데 제가 작년에 어설퍼서 잘 못 해줘서 산으로 다 떠났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환경에 좋은 일을 한 거겠죠? 올해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벌이 환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죠. 산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벌이 멸종 위기라서 벌을 대신해서 수분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벌이 죽으면 모든 생명이 다 죽는다는 말도 있거든요.

플라워 프린트 셔츠는 산드로(Sandro). 블랙 슬랙스는 포츠. 블랙 하이톱은 닥터 마틴(Dr. Martens). 타이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벌의 생태에 대해 전문가가 되었군요. 도시에 사는 우리가 자연을 깊이 들여다볼 일이 많지 않아요.
맞아요. 다들 도시에 중독된 것 같아요. 많은 인류학자가 얘기하길, 2~3년 텀으로 팬데믹이 계속 올 수 있다고 하죠. 지구를 생명체로 본다면 인간이 지구를 많이 괴롭히고 있는 거죠. 눈가리개하고 앞만 보는 경주마처럼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도시에 살 땐 아토피 피부염도 심했어요. 마음의 병과 아토피를 겪은 게 저한텐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처음 가평에 갔을 때는 연예인 그만하고 지방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몸이 조금 나아지니까 제가 즐거웠던 일을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지금 뮤지컬도, 음악과 연기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가평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건 어때요? 서울에는 아예 거처가 없다면서요? 

너무 멀어서 힘들지 않냐고 사람들이 지금도 자주 물어요.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죠. “나는 서울 떠나서 오히려 힘을 얻어와, 모르지?”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모두 도시를 떠나서 살긴 어렵죠. 교외로 오면 훨씬 집도 싸고, 자기 공간도 많아지는데 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주하려면 용기도 필요해요.

적응의 문제는 없었어요?
처음부터 살려고 간 게 아니라서 잘 적응했던 것 같아요. 연예인이 와서 3~4개월씩 있으니까 궁금해하는 동네 분들이 와서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어느 지역이든 갑자기 들어오면 텃세를 겪을 수밖에 없어요. 그곳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은 사람들의 권리도 인정해줘야 하거든요. 저는 마을 윷놀이나 잔치 있으면 참여하려고 해요.

가평으로 이사 오겠다는 사람은 없나요?
‘갈까?’ 이런 애들은 안 오고 갑자기 ‘나 땅 샀어. 간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안 된다고 해요. 순서대로 해야죠. 기회가 닿는다면 땅을 먼저 사는 건 괜찮아요. 땅 사는 것도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 거니까요. 먼저 일단 월세로 살아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어떤지, 그곳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먼저 겪어봐야 해요.

농촌에는 신선한 식재료가 넘쳐나는 대신, 그만큼 소비가 안 되는 게 문제라고 해요. 남은 농작물은 어떻게 해요?
저희도 그래요. 동네 분들이 파, 마늘을 한가득 주셔서 처치 곤란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친한 식당에 다 드렸어요. 좋아하시더라고요. 품앗이하는 거죠. 한국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서로 민폐를 끼치면서 친해지고요. 네가 잘되는 건 배 아프지만, 네가 죽으면 안 돼.(웃음) 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냥 즐기기로 했어요. 그게 싫어서 한국을 떠나신 분들도 있겠지만요.

그래픽 패턴 티셔츠는 이자벨 마랑 옴므(Isabel Marant Homme). 레드 타탄체크 재킷과 화이트 팬츠는 폴로 랄프 로렌. 골드 목걸이는 앵브록스(Engbrox).

이런 삶의 변화가 음악과 연기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삶의 유연함을 길러줘요.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그게 경험치로 쌓여 있으면 어떤 새로운 일을 마주했을 때 다시 원동력을 주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취미였던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동안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게 정설이었다면 요즘은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전원 생활 외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비수기니까요, 지금.(웃음) 저는 원래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 무대 위에서 만큼은 별다른 피드백이 아니라 호흡 소리만 듣고도 내가 잘했는지, 못 했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런 환경이 단절된 지 거의 2년 가까이 됐으니까요. 뮤지컬을 했지만 마스크를 써야 하고 쉽지 않거든요. 제가 ‘메타인지’ 뜻을 최근에 알았는데 그게 심각하게 잘되는 것 같아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가만히 있지 못해요.

지금은 어디에 흥미가 있어요?
크리에이터의 면모를 갖출 때까지 나를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어요. 재능은 있는데 어떻게 결과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과 제가 가진 기술을 접목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최고의 요리비결>이라는 요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죠?
저의 진행 능력을 높이고 싶어서 시작을 했어요. <최고의 요리비결>을 하면서 진행 능력도 요리도 많이 늘고 있어요. 너무 좋아요. 어차피 저희 집은 배달이 안 돼서 주로 해 먹어야 해요.

자급자족하는 삶도 꿈꾸고 있어요?
제게도 농업은 아직 어려워요. 제가 본격적으로 생산을 하는 건 아직 아니에요. 그냥 자연으로 들어가서 스스로 기운을 주는 거죠. 농수산물이 안 팔리면 농협에서 사들여서 팔아주는 지역이 있는데 가평은 해당이 안 돼요. 그래서 정성껏 기른 농산물을 못 파는 경우가 생겨요. 그럴 때 제가 가평 지역을 위해 판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을 살 수 있게요. 마늘이나 고추, 두릅도 좋고요.

곧 두릅철이네요. 가평엔 잣만 유명한 게 아니군요.
지금은 교외로 나가려는 분들이 꽤 있다죠. 언택트 시대를 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거죠. 또 모르죠. 이러다 제가 뭔가를 만들게 될지. 버츠비도 취미로 시작한 거라고 하듯이요

화이트 터틀넥 스웨터는 비오비. 데님 오버올은 빈티지 칼하트(Carhartt). 레인부츠는 헌터(Hunter).

    포토그래퍼
    Shin Sun Hye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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