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HIS REN, 뉴이스트 렌 최민기
수많은 벽을 넘고 또 넘어 지금에 다다른 렌, 최민기의 도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2018년 봄에 뉴이스트와 촬영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요. 새봄,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화보 촬영이었죠.
책가방이랑 운동화, 트레이닝복을 입고 캐주얼하게 촬영한 생각이 나요. 그러고 보니 오늘과는 되게 다른 콘셉트네요.
그날을 기점으로 삼아볼까 봐요. 2018년 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어요?
정말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좋은 기회 덕분에 2018년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다음, 지금까지 계속 앨범을 내고 활동했어요. 활동이 끝나면 팬 미팅과 콘서트, 해외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긴 했지만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근데 이건 있어요. 언제 어디서 정확히 어떤 스케줄을 소화했는지 그걸 시간순으로 나열하거나 기억하는 건 좀 벅찬 것 같아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처럼 남아 있어요. 그만큼 정신없이 바빴어요.
‘하루아침에’라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네요. 상황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듯한데, ‘뉴이스트의 시간’을 놓고 보면 그렇지도 않으니까요.
정말 하루아침에 그렇게 됐죠.(웃음) 애타게 기다리긴 했지만, 과연 우리에게도 올까 싶었던 1위도 하고요. 그땐 정말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물론 그 전의 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어때요? 혼자 화보 촬영을 하는 건 오랜만이죠?
저 진짜 오늘 전부 다 좋았어요. 이런 촬영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거든요. 한 컷 한 컷 찍을수록 점점 더 기대되더라고요. 흔하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어요.
뭐든 개방적인 태도로 즐겁게 시도하는 태도가 좋았어요. 그 정도 연차가 되면 ‘이미지’나 ‘캐릭터’에 머무는 게 안전하다고 여길 법도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거 없어요.(웃음) 뭐든 주저하지 않고 일단 도전하고 봐요. 저 스스로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아요. 재미없잖아요. 특히 화보 촬영이나 패션에 관해서는 더 활짝 열려 있는 편이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훨씬 더 과감한 촬영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많은 사람이 당신의 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어요.
지금이라도 알아보셨으니 좋네요.(웃음) 알아봐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주말 <하이원 서울 가요 대상> 시상식 무대에 뉴이스트가 나오더군요. 다른 멤버의 의상은 심플한데 당신의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그걸 보고 오늘 촬영에 어떤 확신이 생겼죠.
하하. 잘 보셨어요. 어린 시절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도 그런 거 같아요.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서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범상치 않았거든요.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 꼭 별나게 입고 나타나는 애들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웃음)
그런 범상치 않음은 어디에서 비롯한 영향일까요?
레이디 가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 레이디 가가예요. 음악이든 스타일이든 무대든 전부 엄청 파격적이잖아요. 진짜 멋있고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은 곧 편견과 참견의 다른 말인지도 모르죠. 사람들의 시선에 주눅들 땐 없었어요?
솔직히 있었죠. 옷을 어떻게 입든, 머리를 어떻게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고 개성인데 누군가는 외적인 면만 보고 개인의 전부를 판단해요. 선입견을 품죠. 그럴 때마다 “뭐 어때?” 그러면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튀지 않으려고, 평범해 보이려고 제 관점을 거기에 맞추던 시절도 있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내가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그런 상태예요. 제 삶에서 중요한 건 저인데 평생을 남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사는 건 좀 아니잖아요. 힘들잖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걸 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박수 쳐주는 분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출연한 뮤지컬 <제이미>를 꼭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거침없이 행복해 보였어요.
맞아요. <제이미>를 통해 많은 걸 느꼈고 변화하게 된 것 같아요. ‘제이미’라는 소년은 수많은 억압을 이겨내고 끝내 자기 목소리를 내요. 당당하게 자기 삶을 헤쳐나가요. 제이미의 말과 행동을 표현하면서 저 자신도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제이미>의 시놉시스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졸업을 앞둔 열일곱 살 제이미의 장래 희망은 드랙퀸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의 도전이라고 봐도 좋을까요?
영국에서도 워낙 잘된 작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대본을 봤는데 역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노래, 연기, 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를 통해 제가 가진 장기를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어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이야기죠. 누구의 이야기든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저도 이 작품을 통해서 제 한계를 또 한번 넘어선 기분이에요. 여러모로 자신감을 느끼게 됐어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이지 않고 도전해볼 작정이에요.
진짜 뭐든 다 해낼 것 같은 얼굴이네요. 뭐든 쉽게 포기하지 않아요?
포기하는 거 싫죠. 아깝잖아요. 뉴이스트도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잖아요. 잘 안 되던 그 시절에도 전 포기할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연습생 시절을 포함한 제 유년의 시간이 거기 다 있거든요. 끝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해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럴수록 악에 받쳐서 더 열심히 했어요.
포기하지 않았더니 광명의 순간이 찾아왔네요.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죠. 아이돌 그룹이 10년 이상 지속하는 건 지금 시대에 보기 드문 일이죠. 그만큼 끈끈한가요?
영화 같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되죠? 10년의 그래프를 그려보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 기복이 아주 드라마틱해요.(웃음) 멤버들과 회사 모두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생긴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보셔서 알겠지만, 회사 스태프가 잘 챙겨줘요. 그런 따뜻함을 느낄 때마다 이게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걸 느껴요. 그 이상의 관계가 됐다고 생각해요.
부산이 집이죠? 언뜻언뜻 부산 말씨가 나오네요.
지금까지 제 인생의 반은 부산에서, 나머지 반은 서울에서 산 셈인데요. 나중에 나이가 더 든다면 그땐 부산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한 번씩 집에 내려갈 때마다 뭔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하게 풀어지는 게 있는데 그게 참 좋거든요.
형이 있다면서요? 경상도 형제는 굳이 여러 말을 하지 않죠.
어릴 땐 진짜 많이 싸웠어요. 사춘기 땐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제가 서울에 올라오면서 떨어져 있어 보니까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게 된 거 같아요. 특히 우리 형이 저의 소중함을 제대로 안 것 같더라고요.(웃음) 부산 집에 가면 올라오기 싫을 때가 있거든요. 형 때문이에요. 형이랑 영화 보고 같이 밥 먹고 그런 게 전 그렇게 좋아요.
거의 모든 지난 인터뷰에서 가족, 특히 꼭 할머니, 할아버지를 언급하더군요. 무슨 마음을 먹은 것처럼 선언하듯 그러는 이유가 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어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부모님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형과 저를 키우셨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희 형제에게는 부모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예요. 지금도 뭐 하나라도 더 해드리고 싶고, 좋다는 건 다 해드리고 싶어요. 이런 자리에서 괜히 언급하고 싶고 그래요. 그만큼 애틋해서 그런 거 같아요.
이렇게 끼와 흥이 넘치고 곰살맞은 사람인지 미처 몰랐네요. 최민기로 태어나 렌으로 사는 지금 어때요? 또 어떤 삶을 살까요?
최민기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냥 저다운 삶을 살고 싶어요. 오늘 찍은 화보 속 모습도 저다운 모습 중 하나고요. 남들이 다 하는 거 말고, 새로운 걸 창조하고 시도하고 과감히 도전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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