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챔벌레인(Emma Chamberlain)이 <얼루어> US의 뷰티 에디터 제시카 치아(Jessica Chia)를 가상 현실 속으로 초대했다. 독보적 개성의 소유자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 챔벌레인은 동시에 사업가, 팟캐스트 호스트, 루이 비통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블라우스, 베스트, 스커트는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액세서리는 챔벌레인의 것.

HAPPY FACE 

메이블린 뉴욕의 ‘시티 키트 아이 + 치크 팔레트’ #어반 라이트를 활용해 얼굴 전체를 화사하게 만들고, ‘폴시 래시 리프트 마스카라’ #블랙키스트 컬러로 풍성한 속눈썹을 연출했다. 입술엔 ‘리프터 글로스’ #실크를 발랐다.

엠마 챔벌레인과 나는 잠옷 차림으로 침실에 앉아 서로의 노트북 모니터를 통해 마주 보며 이야기했다. 분명 메울 수 없는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노트북이 내뿜는 뜨거운 온기가 그녀의 숨결인 양 허스키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마치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급하게 틀어 올린 번 헤어스타일로 무릎을 세워 턱을 괴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밤 늦도록 수다를 떠는 영락없는 소꿉친구 같았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챔벌레인이 누구인지, 무얼 하는지 한마디로 묘사하기란 어렵다. 그녀 역시 이렇게 말한다. “만일 우버 택시 기사가 내가 누군지 묻는다면, 그냥 대학생이라 말할 거예요. 물론 대학에 갈 생각은 없지만요.” 챔벌레인은 이미 우수하고 총명한 졸업생들이 희망하는 많은 것을 이루지 않았는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SNS 사업가, 팟캐스트 호스트, 루이 비통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그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이 모든 커리어의 출발점은 2년 전인 고등학생 시절에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여러 개의 립글로스를 녹여서 만든 돌연변이 메가 립글로스부터 중고용품점 쇼핑기, 스바루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 등 자신의 마음에 드는 건 뭐든지 업로드했다. 결국 뚜렷한 개성과 독보적인 콘텐츠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열여덟 살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된 그녀. 그녀는 팬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스위스나 싱가포르 등 몇몇 국가의 시민 수보다 많을 정도니 말이다.

점프슈트는 나누시카(Nanushka). 슈즈는 루이 비통. 양말은 다너(Darner). 액세서리는 챔벌레인의 것.

GOOD JEANS 

입생로랑 뷰티의 ‘꾸뛰르 팔레트’ #9 러브를 눈두덩 위에, ‘꾸뛰르 블러쉬’ #8 푸시아 스틸레토를 뺨에 얹고, 입술엔 ‘더 슬림 쉬어 마뜨’ #110 베리 익스포즈드를 발랐다

아직 어린 그녀가 이별에 관해선 어떤 조언을 해줄지가 궁금해졌다. 지나가는 말로 최근 내가 남자친구와 결별했다고 전하자, 챔벌레인은 즉시 ‘걸프렌드 모드’로 바뀌었다. 결별 후 견뎌야 할 몇 가지 고통스러운 일을 열거하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우린 서로를 위해 윙우먼(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났을 때, 큐피드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되어줄 수 있을 거예요. 관계 정리가 되면 완전히 홀가분해지죠. 싱글은 어디든 날아갈 수 있잖아요. 서부극에 나올 법한 새들 랜치(Saddle Ranch) 레스토랑에도 갈 수 있고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새들 랜치에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챔벌레인과 난 가상 대화를 하기 30일 전에 직접 만났었다. 그녀는 평범한 하이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에 빈티지 리바이스와 캘빈 클라인 스웨트셔츠를 입고 나이키 테니스화를 신고 등장했다(성공했다는 유일한 단서는 어깨에 둘러맨 미니 루이 비통 백뿐이었다). 그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우린 빨간 카트를 밀면서 뷰티와 스낵 코너를 활보했다(중간중간 팬들과 함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챔벌레인은 매장을 둘러보더니 아즈텍 시크릿(Aztec Secret)의 ‘인디언 힐링 클레이’를 손에 건넸다. 그러면서 “몇 주간 지속적으로 사용해보니 어느새 제 피부가 빛나고 있더라고요. 아침에 맑고 깨끗한 피부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라고 덧붙였다. 또 플라밍고 그림이 그려진 시트 마스크를 집어들더니 한참을 살펴본 후에야 비로소 카트에 넣었다. “우린 마스크 하나에 몇 달러를 투자하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이라야 해요.” 대부분의 인터넷 스타와 달리, 챔벌레인은 뷰티 루틴을 소개하기 위해 무료 제품을 보내주는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는다. “브랜드와 협업할지라도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걸 좋아해요. 그게 좋아서 지금까지 수백 번도 더 이런 일을 반복해왔어요.”

그 후 몇 주간 코로나는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휩쓸었고, <얼루어> 촬영이 끝나고 며칠 후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자택 체류를 권고했다. 직접 대면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불가피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년간 그녀와 소통해온 유일한 방법을 택해야 했다. 그렇게 우리가 온라인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블라우스, 베스트, 셔츠는 모두 루이 비통. 액세서리는 챔벌레인의 것.

LEANING IN 

커버걸의 ‘이지 브리지 브로우 마이크로-파인 + 디파인 아이브로우 펜슬’ #715 허니 브라운으로 눈썹을 채우고, ‘엑시비셔니스트 언센서드 마스카라’ #980 익스트림 블랙을 발랐다. 입술엔 ‘엑시비셔니스트 데미 매트 립스틱’ #445 저스트 세잉을 발랐다.

우린 하우스파티(Houseparty)에 접속해 픽셔너리(그림을 보고 단어를 맞히는 어휘 게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계속해서 시끄럽게 웃어대느라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그러고 나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넘어갔다. 챔벌레인은 스크린을 이동해 구석에 있는 하얀 새끼고양이 프랭키의 모습을 보여주고 나선 코로나로 자택 체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신의 삶이 어땠는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부모님이 걱정스러워 매일 전화로 일상을 체크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안도했다고 한다. “2주간의 공지사항을 올리고 짧은 휴가를 즐길 수 있었어요. 그동안 주말은 휴일이 아니었죠. 늦은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시간의 제약이라곤 없었죠. 2년간 그래왔어요. 그래서 이건 일종의 근사한 강제 휴식이에요.” 챔벌레인은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생각할 시간이 많이 주어졌어요. 아이디어도 잔뜩 갖고 있죠. 한편으론 정말 다행이에요. 유튜버로서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건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결국엔 남들이 싫어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비난받게 될 테니까요.”

자신의 이름을 딴 챔벌레인 커피를 팔기 시작하며 좋은 사장이 될 수 있을지를 걱정하거나, 오더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로 부모님에게 하소연하면서 우는 장면들은 그녀가 다른 고등학생 유튜버와 무엇이 다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하는 편집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매력적이다(그녀는 인터넷으로 유명해질 계획을 세운 적은 없다고 말한다. 항상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고 여전히 그러길 바라고 있다). 또한 그녀는 사려 깊고 집중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인터뷰 도중에 휴대폰을 꺼내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거나 대화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일도 절대 없다. 온라인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실제 모습은 의외로 진지했다. “인터넷에서 전 얼빠진 자아를 갖고 있죠. 하지만 현실 속에선 달라요. 사업적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어요. 분석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을 많이 하죠.”

최근 들어 챔벨레인의 매력은 더 뚜렷하고 강해졌다. 코로나라는 팬데믹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완벽한 인플루언서에게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 완벽해도 지루하고,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자칫 실수로 인해 품위를 잃기 쉽다. 하지만 챔벌레인의 팔로워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원하고, 여기 그녀가 있다. “제가 하는 일이 다른 소녀들에게 ‘누구나 인터넷에서 좀 더 솔직해져도 좋다’는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라고 있어요. 사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가짜가 너무 많아요.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로 많은 사람이 좀 더 현실적이 되었으면 했죠. 또 여기에 덧붙여 다들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했으면 하고요.” 지금껏 미국 문화 속에서 이 소녀만큼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유튜버가 있었을까? 끝으로 챔벌레인이 이렇게 말했다. “늘 행복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과 스트레스를 버리고 무대 위에서 내려와도 좋아요. 우리는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이 가장 아름다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