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커머스로 사세요
전례없는 바이러스는 온라인 쇼핑 판도까지 급속하게 바꾸고 있다. 사람과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한 비대면 서비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 여기에 즐길거리까지 겸비한 신개념 쇼핑 플랫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라이브 커머스’가 있다.
라이브 커머스란 스트리밍 비디오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말로 모바일로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면서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왜 그런 경험 없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 판매자가 정해놓은 한정된 정보에 의존한 채, 물건을 받기 전까지 실체를 알 수 없어 설렘과 두려움으로 배송을 기다려본 적. 또 홈쇼핑에 나오는 제품에 대해 궁금한 것투성이인데, TV 속 쇼호스트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내 궁금증은 해결해주지 않아 답답했던 적. 이러한 점을 보완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라이브 커머스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온라인 쇼핑몰이나 홈쇼핑과 무엇이 다른가? 라이브 커머스 속 셀러와 소비자는 라이브 방송과 댓글이라는 양방향 소통 방법으로 하나의 판매 방송을 만들어간다. 여기서 셀러는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대상과 대화를 나누며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쇼핑을 유도한다. 방송을 보는 이는 마치 내 집 안방에서 퍼스널 쇼퍼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주로 팬덤이 있는 인플루언서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시청자와 친구처럼, 언니처럼 친근하게 소통하며 방송을 이끌어가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전문 쇼호스트가 아닌 친근감 있는 일반인 판매자는 라이브 채팅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쇼핑 아이템을 제안하고, 제품의 사용법이나 스타일링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쇼핑을 공유한다. “언니 가방 안쪽도 보여주세요” “색을 잘 모르겠어요. 다른 조명에서도 보여주세요” “다른 컬러도 입어봐주세요” 등 질문도 가지각색이다. 이처럼 그들은 우리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 가질 법한 궁금증을 온라인상에서 즉각적으로 해결해줌으로써 구입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확신을 준다. 또 생방송 중간마다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고, 공동구매 등 막강한 할인율로 클릭을 유도한다. 마치 마법에 홀린 듯 자연스럽게 구매하게 된다는 게 사용자의 말이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이 등장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해 소비의 판도를 바꾼 중국의 전례가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업체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하는 라이브 방송 ‘타오바오 쯔보’가 대표적이다. 이는 4시간에 최대 1000만 명이 시청하는 수준이며, 이들이 하루에 올리는 매출이 많게는 1억원을 기록하기도 한다고. 지금 중국 내 쯔보의 역할은 왕홍의 파급력에 전혀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라이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그립(Grip)의 행보가 단연 눈에 띄는데, 이들은 지난 2월에 론칭해 서비스 오픈 후 누적 다운로드 수가 70만 건이 넘었고(4월 말 기준), 입점 업체가 2000곳이 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무엇이든 판매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모바일 쇼핑에 능하고 인플루언서 마켓에 열광하는 밀레니얼과 Z세대들은 오락하듯 쇼핑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그리퍼라고 불리는 셀러가 스튜디오, 백화점 심지어 여행지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생생한 모습으로 판매상품을 보여준다. 백화점 매장에 있는 옷을 대신 입어주는 것은 물론 오션뷰 호텔을 라이브로 보여주는가 하면 함께 운동하고 요리도 하는 형식. 대체 체험형 쇼핑을 선호하는 지금의 쇼핑 주역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손안에 쥔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기고 구매까지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빠르면 좋은 게 아니냐고? 속도가 빠를수록 구매 여정은 짧아진다. 제품을 보고 고민할 시간에 ‘마감 임박’, ‘할인 쿠폰’에 홀려 절제 없는 쇼핑이 난무할지 모르는 일이다. 쇼핑의 즐거움과 속도에 취해 가치 있는 물건을 고르지 못하는 소비를 위한 소비가 될 수도 있다. 또, 셀러를 향한 팬심으로 무조건 구매했다가 피해를 볼 위험은 라이브 커머스도 피해갈 순 없다. 믿었던 셀러에게 신뢰가 깨져 한순간 안티가 되는 소비자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오지 않았나. 셀러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플랫폼이기에 분명 주의가 필요한 점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움보다는 라이브 커머스 쇼핑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혹자는 3D, AI 등의 기술과 만나 보다 기발하고 색다른 쇼핑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온라인상에서 판매자와 함께 피팅을 한 후 쇼핑까지 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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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SHUTTERSTOCK.COM
- 모델
- 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