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에 목말라 있는 당신을 위한 긴급 처방. 강렬한 네온 컬러와 함께라면 긍정의 5월을 보낼 수 있을 것.

 

네온 그린 컬러의 핸드백은 발렌티노 가라바니 (Valentino Garavani).

네온 포인트의 운동화는 아쉬(Ash).

네온의 황금기는 1980년대가 분명하다. 콘브라로 대표되는 섹스 심벌 마돈나 역시 오버사이즈 네온 니트를 뒤집어쓰고 그것도 모자라 네온 양말을 신고 카메라 앞에 선 적이 있으니. 그 시대에 유행을 열심히 따랐던 캔디걸들은 모두 네온을 입었다. 티셔츠, 레깅스, 뾰족한 구두, 그리고 트랙슈트에도 여지없이 형광빛을 띤 레몬, 그린, 탠저린, 푸크시아 컬러가 물들었다. 그때 그 시절 네온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통해 새 유행을 예고했다. 리얼웨이에서도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1980년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코디네이션이기보다 블랙, 화이트, 브라운 등과 짝을 이뤄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 또 2020년답게 실루엣이 한결 모던해졌다는 것이다.

2020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하며 유난히 간결함에 집중했다고 한 디자이너가 있다. 관능의 미학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톰 포드가 그다. 대신 디테일은 한층 다채로워졌다. 짧은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린 저지 톱 아래 주름 잡힌 새틴 스커트를 입거나 톱과 쇼츠, 부츠까지 모두 블랙으로 통일한 이너 위에 강렬한 재킷을 입거나인데, 혹여 있을 여백은 탠저린, 푸크시아 등 네온 컬러가 채웠다. 그런데 군중에 섞이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처럼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닌, 충분히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그들은 훌륭하게 좋은 짝을 이루고 있었다.

‘Eco Sexual’을 주제로 한 크리스토퍼 케인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쇼피스를 대거 선보였다. 꽃잎이 달린 검은색 새장 원피스, 초록 식물이 가득한 프린트, 1960년대 월페이퍼에서 볼 것 같은 꽃무늬, 또 지구 행성을 모티브 삼은 패턴까지. 고전적인 페이즐리 패턴의 스커트는 네온 톱을 매치해 그저 클래식함에 함몰되지 않는 영민함도 보여주었다.

강렬한 해체주의적 디테일을 보여준 준야 와타나베의 컬렉션은 또 어떤가. 자신의 테크닉을 극대화해 강렬한 쇼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트렌치코트를 이리 찢고 저리 붙인 해체주의적 하의에 네온 슬리브리스 톱을 매치했다. 거기에 토속적인 진주 네크리스와 형광 운동화를 매치해 정말 세상에 하나뿐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발렌티노, 록산다, 리차드 퀸처럼 드레시한 네온 풀 룩을 감상하는 재미도 여전하다. 네온의 활기를 경험하고 싶지만 도무지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면 무릎 밑으로 살짝 드러나는 레깅스, 컬러블록으로 장식한 백과 슈즈 등을 통해 찬찬히 시작해보도록 하자. 그러고도 막막할 때는 컬렉션 컷에서 팁을 얻어라.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농축된 이것만큼 훌륭한 교과서는 없을 테니 말이다.

레몬빛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은 핀코(Pinko).

푸크시아 컬러의 버킷백은 샤넬(Cha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