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부르짖는 스포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속가능성을 외치는 때. 스포츠 브랜드의 이것은 좀 더 다른 의미를 지닌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 상생을 부르짖는 이들. 그렇기에 스포츠 브랜드의 미래는 그것 자체로 유의미하다.

지구를 살리는 기업, 파타고니아

지속가능한 환경 철학을 지닌 스포츠 브랜드로 파타고니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파타고니아는 클라이밍, 서핑, 트레일러닝, 산악자전거 등 엔진이 필요하지 않은 스포츠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다. 존재 자체가 메달이나 순위 같은 경쟁이 아닌 자연과 교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1970년,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장비 공급자 시절의 자연보호 에피소드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최근 몇 년간의 프로필만 봐도 파타고니아의 활약은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도 그렇다. 2018년 회사 내에 환경팀을 신설, 글로벌 진출 국가 중 최초로 환경 캠페인 ‘Single Use Think Twice’를 진행했다. ‘한 번 쓸 건가요? 두 번 생각하세요’라는 의미로 쉽게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용 습관을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뜻을 담았다. 그리고 2019년에는 창립 27년 만에 회사의 선언문을 바꾸었는데 그것은 바로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즉,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뜻이다. 더 이상 또 무슨 말이 필요하랴. 새 옷을 사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리폼해 입기를 권장하는 ‘원 웨어(Worn Wear)’ 캠페인,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멸종을 마주하다’ 캠페인 등 이 정도면 브랜드 아닌 환경보호단체라 해도 무리가 없겠다. 물론 이로운 원단을 선정하고, 그 원단으로 만든 옷을 오래오래 입을 수 있게 세탁과 관리가 쉬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로서 역할도 충분하다.

무( 無)로 가는 길, 나이키

지난 2월, 나이키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나이키 2020 포럼을 통해 나이키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서 스포츠를 지속할 수 있는 저변을 넓히기 위해 애써온 나이키다. 이번 포럼에서는 탄소배출과 폐기물 없는 미래를 향한 나이키의 여정을 의미하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를 선포했는데, 이는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나이키의 여러 가치 중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목표라 하겠다. ‘무브 투 제로’의 이름 아래 모든 제품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생 폴리에스테르와 지속가능한 면 등 환경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다. 사용된 유기농 면은 재배 시 물과 화학비료가 적게 들어가는 것이 특징으로 기존 방식과 비교해 동일하거나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한다. 또 안감이 없는 윈드러너 재킷은 100% 재생 폴리에스테르 평직 원단으로 만들었으며, 드로우코드와 지퍼 또한 나이키 그라인드 소재로 만들었다.
나이키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를 이용해 만든 풋웨어 컬렉션 ‘스페이스 히피’도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다. 이 운동화의 원사에는 재활용 플라스틱 병, 티셔츠, 원사 스크랩으로 만든 재생 폴리에스테르 등을 85% 이상 사용했다. 운동화 자체뿐 아니라 제조 과정, 포장 작업 등에서까지 탄소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그 공정을 세심하게 제한했다. 그럼에도 운동을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4가지 실루엣으로 구성했다. 가볍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지속가능하게 도시를 활보할 수 있다.

꾸준한 실천만이 살 길, 아디다스

아디다스가 2015년부터 해양환경단체인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함께 세계 해양 보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런포더오션이라는 러닝 이벤트를 통해 해양 보호를 위한 관심을 촉구했고, 팔리포더오션과 협업으로 다양한 업사이클링 의류와 신발 등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같은 아디다스가 2024년,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100% 사용을 목표로 보다 구체적인 숫자들을 내놓았다. 우선 2020년 내에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의 비중을 50% 이상 높일 예정이고, 올해 해안지대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1500만~20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할 계획이며, 2021년에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러닝화 ‘퓨처크래프트 루프’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것(2019년에 테스트를 시작한 이 신발은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소재에 접착제 없이 만들어 폐기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 또 오래전부터 이미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온 스텔라 매카트니와 협업으로 재생 가능한 원료 개발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2021년부터는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포장재 역시 모두 재활용으로 바꿀 예정이다(해마다 약 4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절감 효과). 그뿐 아니라, 2030년까지 자사 및 공급업체의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대비 30% 감축하는 한편 2050년까지는 기후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목표까지 세워둔 아디다스. 구체적 목표 설정과 꾸준한 실천으로 환경 보존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노력은 계속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은 오늘도 곳곳에서 계속된다. 먼저, 언더아머는 제품과 생산 공정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다. 엘라스테인 직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 제작 기술과 3D 제품 샘플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가죽과 다운 충전재에 관해서도 인도적 기준을 갖춘 인증을 받은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고자 한다고. 또 2017년부터 물, 에너지, 배출물, 화학 물질의 사용은 줄이고 제품의 색상은 선명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염색 과정을 추진해 100만 야드당 5.5개 올림픽 수영장 크기에 해당하는 물을 절약하고 있다.
그 밖에 스노보드 브랜드 버튼은 2022년까지 장비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20% 감소하고, 재생에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공표했고,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친환경적 공법을 적용한 ‘뉴 엣지 다운’ 시리즈를 발표하며 산악계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아웃도어 역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가치는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우리가 지구에서 사는 한 영원히 계속되어야 할 무거운 숙제다.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무장한 스포츠 브랜드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유 있는 행보를 지켜보자.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COURTESY OF ADIDAS, NIKE, PATA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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