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제는 365일 발라야 하는 필수품이지만, 자외선 차단 성분 중 일부가 산호초를 파괴한다고 밝혀지며 팔라우에 이어 2021년 하와이에서도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왕 바르는 것, 환경도 생각해야 할 때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늙고 싶지 않으면 안티에이징 세럼은 생략해도 자외선 차단제는 꼭 바르라고 조언한다. 노화로 인한 여러 가지 징후는 대부분 광노화에 의한 것이고, 이를 가장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2018년 3월 미국 하와이주 의회에서 세계 최초로 옥시벤존(Oxybenzone)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 등 특정 화학물질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사용이 금지되면서 자외선 차단제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으로 유명한 팔라우에서는 이미 올해 3월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옥토크릴렌(Octocrylene), 트리클로산(Triclosan), 메탈파라벤(Methyl Paraben), 부틸 파라벤(Butyl Paraben), 벤질파라벤(Benzyl Paraben), 페녹시 에탄올(Phenoxyethanol), 4-메틸벤질리덴캠퍼(4-Methyl-Benzylidene Camphor) 등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가 해양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처음 파악된 것은 미국 버진 제도의 산호초 감소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이다. 당시 현지 주민들은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후 수면에 기름이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해수욕을 할 때 물에 씻겨나온 자외선 차단제였다. 가장 문제가 되는 성분은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물질 중 하나인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다. 미국환경단체인 EWG는 옥시벤존을 위험성 등급 8, 옥티노세이트를 6 정도로 구분하고, 두 물질 모두 피부 흡수율이 높고 비교적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되어 생체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세포를 변화시키는 위험물질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옥시벤존은 산호 유생에 미치는 환경독성학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산호를 장기적으로 열 압박에 노출시켜 산호가 표백(하얗게 석회화)되는 온도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산호 백화를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유전자독성물질로 산호의 DNA를 손상시키고 심각한 기형을 유발하며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해, 산호 유생이 자랄 때 골격이 함께 자라지 않아 산호가 내부에 갇힌 채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백탁 현상을 줄이기 위해 유기 자외선 차단제에 많이 사용하는 옥티노세이트 역시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를 통해 옥시벤존이 최소 62ppt(1조분의 62)의 농도로 존재해도 이러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2017년 하와이 마우이 해변에서 채취한 바닷물 속 옥시벤존의 농도는 최대 4252ppt, 옥시노세이트는 최대 1516ppt까지 확인됐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러한 성분들이 해수욕을 통한 유입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바다에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옥시벤존은 바르는 즉시 체내에 흡수되어, 피부에 도포 후 30분 이내에 소변에서 검출된다. 즉,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거나, 샤워로 씻어낼 때도 자외선 차단제 속 화학물질이 오수로 유입될 수 있다. 해수욕이나 서핑을 할 때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더라도 제대로 된 오수 처리 시설을 갖추지 못한 산호초 인근 마을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까지 차단할 수는 없단 얘기다. 대다수 국가에서 전체 화장품 성분 중 옥시벤존 함유율을 5~6% 이하로 유지하도록 사용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 중 약 3500종이 옥시벤존을 사용한다고 하니 결코 무시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자외선 차단제뿐 아니라 화장품 방부제로 널리 쓰이는 파라벤은 페로몬과 내분비 교란물질이 되고, 농도가 높으면 무척추동물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한다. 페녹시에탄올은 산호뿐 아니라 산호초 근처에서 서식하는 새우, 성게 등 무척추동물에 치명적이다. 위에 언급된 성분 외에도 메톡시신나메이트(Methoxycinnamate), 장뇌(Camphors) 등은 인간과 야생동물에게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해 국제화학사무국에서 고위험성 우려 즉각 대체물질 목록에 포함되었고, 실리콘 폴리머(Silicone Polymer), 옥타메칠사이클로테트라실록산(Octamethylcycloterasiloxane), 데카메칠사이클로펜타실록(Decamethylcyclopentasiloxane) 등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식용 어류 등 해양 생물의 생체에 축적될 수 있다. 화학성분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무기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과용은 금물이다. 지나치게 작은 입자의 산화아연, 이산화티타늄 등은 산호, 어류, 그 밖의 산호 유기체의 세포와 상호작용해 독성을 유발하고, 태양광에 노출되면 산화 백화를 일으킬 수 있다. 유기농 제품도 마찬가지다. 유칼립투스, 라벤더 오일을 비롯한 많은 식물성 오일 역시 산호 유기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은 피부에는 유용하지만, 무척추동물에게는 독성을 나타내 모기를 쫓는 해충 방지제나 살충제에도 사용될 정도다. 자외선 차단제를 좀 더 촉촉하게 만드는 밀랍도 살충제, 살진균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피부 보호를 위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바를 수도 없고, 유기, 무기, 유기농 자외선 차단제 할 것 없이 환경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생각 없이 바를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면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산호초를 비롯해 생태계가 취약한 곳에서는 앞서 말한 위험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하와이와 팔라우 외에 멕시코 스칼렛(Xcaret)과 셀하(Xel-Ha) 등의 생태보호구역도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니 여행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목, 얼굴, 발, 손등에만 선택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사용량을 90% 정도 줄일 수 있다. 다행히 래시가드처럼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성 의류가 구비되어 있으니 활용하면 좋겠다. 스타일은 포기해야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파라다이스를 지키는 일이니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보나쥬르의 위치하젤 노세범 썬 쉴드 SPF50+/PA++++
무기 자외선 차단 성분이 피지는 줄이고 수분을 채우는 산뜻한 선크림. 40ml 1만8천원.

 

에이지투웨니스의 플랜트 워터 에센스 선크림 SPF50+/PA++++
9가지 유해성분을 뺀 저자극 포뮬러의 선크림. 50ml 2만2천원.

 

닥터벨머의 UV 더마 무기자차 선크림 SPF 48 PA+++
파라벤과 페녹시에탄올 등을 빼 피부에 순하게 작용한다. 50ml 1만8천원.

 

톤28의 블루라이트+UV 차단거리(건성용) SPF50+/PA++++
블루라이트와 자외선 차단을 동시에 하는 차단제. 45ml 3만8천2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