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뷰티는 1%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과연 피부와 모발에 사용해도 안전한 성분의 화장품을 마음 놓고 고를 수 있을까? 안전성을 입증한 제품에는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 그 가격은 합리적인 걸까? 피부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보다 똑똑한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성분 이슈 때문에 안전한 원료로 구성한 ‘클린 뷰티’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클린 뷰티’란 브랜드별 개인별로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지만, 일반적으로 인체에 안전한 성분(천연은 좋고, 화학은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니다)으로 구성된 화장품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공정 무역을 통해 원료를 수급하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등 윤리적인 의미도 함축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 소비자의 민감도가 늘어나면서 EWG 유해 등급을 기준으로 클린 뷰티냐 아니냐가 판가름 나는 분위기다. 때문에 브랜드에서도 이런 기관의 문을 전보다 자주 두드리고, 취득한 인증 마크와 등급 안전성 마케팅은 그 어느 때보다 주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소비자에게 ‘클린 뷰티’ 제품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줄 순 있겠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우리가 제품에 지불해야 할 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 ‘클린 뷰티’ 유통 채널인 폴레인(Follain)의 CEO 타라 폴레이(Tara Foley)는 “에코서트나 USDA 오가닉 등 깐깐하고 엄격한 기관의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이 모두 비용 상승의 원인입니다”라고 현실을 설명한다. 미국 비영리환경단체 EWG의 경우, 인증 신청 수수료만 기본 500달러가 드는데 실제 이 제품을 판매할 때 라이선스를 노출하려면 연간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의 돈이 들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뷰티 브랜드가 다양한 인증 기관에 수억원대의 ‘상표 사용료’를 내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얼루어> 미국판의 뷰티 에디터 제시카 치아(Jessica Chia)는 ‘클린 뷰티에 관한 선택권은 예산이 멈추는 곳에서 끝이 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성분을 함유한 브랜드의 클렌저나 세럼에는 프리미엄 가격이 붙습니다. 인기 높은 클린 뷰티 브랜드의 스킨케어 제품만 하더라도 40달러 이상이고 트리트먼트 포뮬러의 경우, 세 자릿수를 넘어선답니다.”
소비자가, 원가의 수십 배 가격
제시카 치아는 ‘화학자들은 페이셜 오일, 하이라이터, 샴푸, 아이섀도 같은 클린 포뮬러 제품일 경우 원가의 5~13배 정도의 가격을 붙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얼루어> 미국판에선 ‘클린 뷰티 성분으로 완성한 제품은 가격이 높다’는 명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화장품 연구원에게 의뢰해 제조 원가를 평가해봤다. 인체에 무해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성분이 적은, 다시 말해 트렌디한 성분으로 구성한 모 브랜드의 각질 제거 마스크의 실제 판매가는 1백25달러 정도. “여기엔 기본적으로 글리세린, 카프릴릭 트리글리세라이드, 락틱산, 점증제, 기타 부가적인 효과를 제공하는 오가닉 추출물이 들어 있죠.” 화장품 전문가 페리 로마노스키(Perry Romanowski)가 말한다. 그는 업계 기준에 근거해 트렌디한 각질 제거 마스크 한 병을 만드는 데 약 5달러가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WHAT’S NEXT
물론 뷰티는 산업이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함을 우린 알고 있다. 원가 대비 높은 판매가는 클린 뷰티 제품뿐 아니라 기존 화장품 모두에도 적용되는 룰이다. “원가에 10배가 붙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에요.” 화장품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에겐 누구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고 안전한 성분으로 완성한 클린 코스메틱을 누릴 권리가 있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법적 규제와 보호가 이뤄진다면 클린 뷰티 제품의 가격은 우리가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쪽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크고 작은 성공도 거둬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원들은 ‘무독성 화장품 법안(Toxie-Free Cosmetics Act)’을 제안했다.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화장품에는 은과 납, 수은, 석면 등 20가지 화학 물질이 포함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발의될 경우, 리스트에 올라온 화학 물질을 함유한 화장품은 적어도 캘리포니아 주에서만큼은 ‘불량’에 속하며 판매가 불가하다. FDA 역시 자외선 차단제 정책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할 것을 예고했다. 선 스크린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에 넣은 화학 성분의 안전성을 직접 인증할 것을 요구했고 그들이 준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제조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3월부터 나라에서 천연, 유기농 화장품을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기존에는 서른 가지 성분 중 천연 성분이 하나뿐일지라도 ‘천연 화장품’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와 혼선을 주었는데 이제 식약처의 깐깐한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 이런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클린 뷰티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내 피부와 몸에 발랐을 때 안전한 성분인지 계속 의심하고 공부할 것. 또 클린 뷰티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 거품이 심한 해외 사정에 비해 다행히 국내엔 합리적인 가격으로 ‘클린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이미 성행 중. 창립 후 지난 10년간 ‘전성분 캠페인’을 벌인 아이소이가 대표적이다. “제조사는 물론 전성분과 함께 배합 방식, 제조 과정까지 고객에게 공개해왔습니다. 색소와 향 역시 자연에서 온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어요.” 아이소이 마케팅팀의 이야기. 방부제 무첨가, EWG 유해성 1등급의 100% 식물 유래 성분만을 사용하는 이영애 화장품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사라 대리는 “현존하는 국내외 천연, 유기농 인증기관은 5% 이내 소량의 화학 성분과 방부제 함유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순식물성 이영애 화장품의 전 제품은 식물 유래 성분 100%로 완성하고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해요. 이를 자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서울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방부제와 대체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인증하는 시험성적서를 구비하고 있습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렇게 투명하고 좋은 성분이라면 합리적인 가격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매스 미디어의 광고에 쏟아붓기보다는 GBH의 이미지를 좋아하고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에 의해 널리 입소문이 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어요. 또, 불필요한 용기 디자인을 배제하는 대신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완성도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GBH 마케팅 팀장 이호영이 이야기한다.
다행히 깐깐한 대한민국의 여자들은 클린 뷰티에 관심이 많고,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조지 메이슨대 인권 및 사회정의 학부의 부교수 셰어 위시아 첸(Cher Wexia Chen)은 “건강에 대한 권리는 음식에 대한 권리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로 간주된다”고 강조한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때문에 그걸 성취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무엇이든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마트이건 클린 뷰티 전문매장이건 화장품을 짚었을 때 그것이 우리 여자들에게 안전하길, 그리고 클린 뷰티 제품과 일반 브랜드의 가격이 유사한 그날을 꿈꾼다.
WHAT IS CLEAN BEAUTY?
‘클린’, ‘내추럴’, ‘그린’ 같은 용어들은 사실 의미가 엄격하게 규정된 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위의 질문을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클린 뷰티’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려면 다음과 같은 성분들만큼은 포함되어선 안 된다.
금지 성분 파라벤, 프탈레이트, 소듐라우릴설페이트, 실리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마이크로비즈), 메탈릭 알루미늄, 트리클로산, 무정제 탈크, 미네랄 오일, 페트롤라툼,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옥시벤존, 아보벤존, 옥티녹세이트.
BEST IN SHELF
<얼루어>가 추천하는 클린 뷰티템 4.
라곰의 셀러스 마일드 모이스쳐 크림
피부를 구성하는 지질 구조와 성분을 유사하게 재현해 무너진 보습막을 재건하는 수분 크림. 진정 효과도 뛰어나다. 80ml 3만8천원.
아이소이의 불가리안 로즈 블레미쉬 케어 세럼
불가리안 로즈를 깨끗한 물로 증류해서 얻은 고농축 오일을 담아 잡티 개선에 효과적이다. 35ml 4만9천원.
순식물성 이영애 화장품의 페이셜스크럽
미세한 대나무 숯가루에 호호바 왁스를 더해 각질과 노폐물을 말끔히 제거한다. 방부제와 화학 성분을 일절 배제하고 100% 식물 성분으로만 완성했다. 100g 3만7천원대.
GBH의 베이비 워시
코코넛에서 추출한 천연 유래 계면활성제를 함유해 피부를 부드럽게 씻어주고 샤워 후에도 촉촉함이 유지된다. 255ml 2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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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혜리
- 포토그래퍼
- GRAHAM POL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