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RSONAL TOUCH
이런 미래를 한번 떠올려보자. DNA 분석을 바탕으로 나에게 꼭 맞는 페이셜 크림이 제작되고, 아침에 뭘 먹었는지에 따라 피부에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실시간 맞춤형 세럼이 등장한다면? 아직은 좀 이른 상상일까? 하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장착한 뷰티 업계의 혁신자들은 완벽한 맞춤형 제품을 꿈꾸고 있다.
최근 피부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건 전 세계 공통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에서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마케팅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의 피부 상태와 유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먼저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다. 덕분에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그 노력 끝에 바로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곧 만나볼 수 있는 뷰티 테크
그동안 마스크 사이즈가 내 얼굴에 맞지 않았다면? 이제 눈꺼풀이 답답하게 덮이고 불편하게 흘러내리는 듯한 마스크 따윈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3D 프린트 시트 마스크 기술이 적용된, 뉴트로지나의 ‘마스크ID’만 있다면 말이다. “아이폰 앱을 열어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의 얼굴 모형이 만들어지죠.” 존슨앤존슨 글로벌 리서치 및 뷰티 기술팀의 디렉터 마이클 사우달은 맞춤형 시트 마스크를 프린팅하기 위해서 뷰티 전문가들이 3D 인공관절 전문가들과 협업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타입의 시트 마스크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얼굴 모양에 딱 맞는 사이즈뿐만 아니라, 효능까지 맞춤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마, 뺨, 눈가 등 얼굴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성분을 넣을 수 있어요.” 아이폰과 연동되는 360 스킨 스캐너 앱을 통해 얼굴의 다양한 부위의 보습, 주름, 모공 상태를 측정하면, 이를 기준으로 지금 내 피부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마스크를 추천해준다.
이런 3D 프린터 기술은 파운데이션에도 적용된다는 사실! 미국의 기술 미디어 웹사이트 CNET의 디렉터 샤론 프로피스가 올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은 옵테 프레시즌 스킨 시스템(Opte Precision Skin System)은 3D 메이크업 프린터다. 전기면도기 크기의 이 무선 기기는 얼굴에 가져다 대면 파란 빛을 투사하면서 피부 위의 감춰야 할 잡티 부위를 파악해준다. 그런 다음, 얼굴 인식 알고리즘에 따라 각 스폿의 크기, 모양, 색을 파악한 뒤 그 위에 완벽한 양의 파운데이션을 도포해주는 것. “CES에서 동료가 직접 시연해봤는데 정말이지 놀라웠어요.” 제품을 실제로 본 샤론 프로피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프린팅 파운데이션은 섬세한 아이라이너처럼 작용하면서 주변 피부에 잘 펴 발려요.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를 선사해주었죠.” 심지어 옵테 프레시즌 스킨 시스템에 사용되는 파운데이션은 시각적으로 피부 결점을 감춰줄 뿐 아니라, 피부를 환하게 밝혀주고 항염 효과가 뛰어난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실제로 잡티와 여드름 자국을 엷게 만들어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스킨케어 브랜드 애톨라(Atolla)는 올해 초 피부의 니즈에 맞춘 세럼을 처방해주는 앱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애톨라가 얼굴에 붙이는 특별한 센서를 우편으로 보내오면, 이는 피부의 유분과 수분, pH 레벨을 측정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피부 상태나 생활방식에 관한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피부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우리 앱은 넷플릭스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사용해요. 더 많이 사용할수록 피부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죠”라고 애톨라의 공동창업자이자 MIT 졸업생인 메간 모핀이 말한다. 현재로선 맞춤형 세럼만 제공하는데, 앞으로 철저한 피부 평가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포뮬러를 만들고자 한다고. “궁극적으로 우린 여러분의 피부를 잘 파악해 1년 동안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할 거예요.”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보스턴의 피부과 전문의 라넬라 허시는 이러한 케어를 통해 지금 당장 나에게 꼭 필요한 화장품을 처방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원치 않는 변화까지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가까운 미래의 퍼스널 뷰티 아이템
매장에서 피부 측정을 하듯, 머지않은 미래에는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 DNA 테스트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 어떤 것보다 유전적인 정보가 피부 노화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거나 햇빛에 노출되면 특정 유전자가 두드러진 반응을 합니다. 콜라겐이 감소하고 주름과 처짐을 일으키는 효소를 유발하죠. 하지만 이러한 일은 예방 가능합니다. 유전자의 과도한 반응을 진정시키는 성분들을 사용하면 피부가 제 컨디션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죠.” 화장품 화학자 니키타 윌슨이 여기서 말하는 성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장품 성분과는 다르다. “제가 말하는 건 의약품에 관한 거예요. 지나치게 과하거나 부족하게 반응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새로운 약의 개발이죠.” 홈DNA(HomeDNA)나 스킨텔리(Skintelli) 등의 브랜드는 이미 고객의 DNA 테스트를 토대로 한 스킨케어 제품을 추천해주고 있다. DNA 테스트를 통해 피부세포가 얼마나 빨리 재생되는지, 콜라겐의 질은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분야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요. 우린 FDA의 방식을 받아들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 애쓰고 있죠.” 심지어 유전자 분석은 더 젊고 더 빛나는 피부를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도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 이스라엘의 연구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식단 정보를 제공하는 새로운 분야인 영양게놈학(Nutrigenomics)을 연구 중이다. “이 모든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일어날 수 있어요. DNA 테스트는 더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기본이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뷰티 업계의 선두주자인 한국에서의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에서 피부 유전자 분석에 앞장서고 있는 사례를 꼽자면 아이오페가 대표적인 브랜드다. 최첨단 기기로 정확한 피부 측정을 하고, 피부 전문 연구원들이 고객들에게 전문적인 피부 정보와 솔루션을 소개해주기 위해 오랜 기간 끊임없는 투자와 많은 시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일환으로 체험형 랩인 ‘아이오페 랩(IOPE LAB)’을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는 2016년부터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연구 승인을 받아 고객에게 피부 유전자 결과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60개의 유전자 마커 결과를 통해 도출한 피부 유전자 분석 결과 데이터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본인의 피부 유전자와 현재의 피부 상태 간 상관관계를 분석해 개개인의 피부 특성에 맞춘 고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자외선 차단제가 더 똑똑해진다는 반가운 소식도 기대해볼 만하다. 뉴욕의 피부과전문의 엘렌 마머는 ‘온도와 빛을 통해 자외선 차단 성분을 활성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햇볕이 뜨거워질수록 스스로 차단력이 강해지는 선스크린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희망적인 상황이죠. 우린 차단제를 덧바르는 걸 너무 쉽게 잊어버리니까요. 덧바르는 걸 잊은 후에도 차단 효과가 점점 더 활성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엘렌 마머는 독자적인 라인 ‘MM스킨케어(MMSkincare)’에 함유할 특별한 종류의 녹조류 성분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빛과 열에 의해 활성화되어 UV를 더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성분. “이러한 새로운 성분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있어요. 하지만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고 우리의 기술력도 끊임없이 진보하죠. 오염이 적었던 50여 년 전과는 다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할 거예요.”
2030년에 우리는?
2030년 안에는 피부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피부 분석 기계가 드럭 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을까? “피부에 관한 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요. 때문에 피부 분석 기계가 필요해요. 유수분 레벨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주름의 깊이를 추적하며 피부 깊숙한 층에서 색소가 올라와 반점이 생기는 걸 미리 파악할 수 있죠.” 화장품 화학자 니키타 윌슨은 피부 분석을 통해 나만의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수시로 피부 측정 통해 나에게 맞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도 있으며, 추가로 또 다른 제품을 추천받음으로써 피부는 점점 더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화장품을 사용할 때 주관적인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 정확한 공식들이 스킨케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거예요. 그동안 피부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나 편견도 없어질 수 있죠. 이를테면 ‘피부에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걸 포함해서요.”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뷰티는?
좀 더 먼 미래에는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모든 것이 개인 맞춤화될지 모른다. 현재도 개인적인 니즈에 맞는 독특한 샴푸, 컨디셔너, 헤어 마스크 제품은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 맞춤화는 아직 비용이 많이 들고 갈 길이 멀다.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테니까요.” 화장품 화학자 조 신코타가 말한다. “비용부담을 줄이려면 관련 산업 전체에서 맞춤형 포뮬러가 대량생산 체제로 보편화되어야 해요.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죠.” 그는 좀 더 먼 미래에는 개인이 직접 기기로 피부 상태를 분석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제품이 생산되는 시스템 형식이 갖춰질 것이라 예측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기기를 통해 내 모발의 분석결과를 전송하면 샴푸병이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내려가는 것. 내 모발의 상태에 따라 1번 충전소에선 2밀리미터의 성분을 담고 2번 충전소에선 0.5밀리미터의 성분을 담는다. 3번 충전소는 패스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완성된 샴푸는 고객의 이름이 적힌 라벨을 달고 집집마다 배송되죠. 어쩌면 오프라인 매장은 과거가 될지도 모르죠.”
“상상해보세요. 차를 타고 메이크업 매장에서 핑크 팔레트를 구입하는 대신, 집에서 직접 프린트하듯 제품을 만들어내는 장면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로빈 블랙은 향후 10년 안에 립글로스와 하이라이터 등을 직접 프린트하게 될 것이라 말한다. “가정용 프린팅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죠. 퍼스널 3D 메이크업 프린터도 머지않아 갖게 될 거예요.” 이는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다. “선적, 포장, 배송에 드는 비용과 낭비를 줄일 수 있죠. 플라스틱 콤팩트 대신 나만의 근사한 메이크업 케이스를 만들어 필요할 때마다 리필할 수 있어요.” 로빈 블랙의 말처럼 원하는 이미지와 컬러를 스캔하거나 직접 디자인해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제품을 프린팅할 수 있다. 이처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버와 로즈 골드, 골드의 양을 조절해 내가 원하는 하이라이터를 만들 수 있죠. 내 피부톤에 어울리는 다양한 컬러로 실험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전 60년대의 매트한 파스텔 블루 컬러의 제품을 직접 프린팅하는 즐거움을 상상하고 있어요. 이게 바로 제가 꿈꾸는 미래의 메이크업 판타지죠.”
- 에디터
- 서혜원
- 글
- 엘리자베스 시젤(Elizabeth Siegel)
- 포토그래퍼
- VICTOR PRADO
- PROP STYLIST
- ANNA SURBATOV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