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 POWDER POWER
편의점 쇼핑에 지친 직장인이 수십 종의 채소와 과일을 한 잔의 스무디로 즐길 수 있고, 다이어트 열등생에게 체질 개선을 선물하며, ‘공항 직찍’을 대비하는 셀럽에게는 붓지 않는 기내식으로 자리한 ‘그것’. 전 세계는 지금 식물성 파우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리얼 푸드와 푸드 앰플 사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나겸은 마크로비오틱 전도사다. 극도로 예민한 피부와 알레르기로 고통받던 그녀는 ‘무농약이나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제철 채소, 과일, 곡류를 먹되, 가능하면 껍질이나 뿌리, 잎 등 버리는 부분 없이 먹는다’는 식이요법, 마크로비오틱으로 매끈해진 피부와 건강을 되찾았다. 문제는 지속 가능 여부. “바쁜 와중에, 매일 아침 유기농 도시락을 싸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촬영장에서 피자 또는 재료의 출처를 알 수 없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그녀가 찾은 대안은 채소와 과일, 곡물을 파우더 형태로 한 포에 담은 파우더였다. 식물성 파우더에 이나겸 실장만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슈스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역시 자신의 유튜브에 “베이비들, 내가 이걸로 살 뺐잖아”라며 파지티브 호텔의 이지백 홀그레인을 ‘피-크’했다. 27가지 채소와 과일, 홀그레인에 식물성 단백질까지 들어 있는 슈퍼 파우더가 하루를 25시간으로 쓰는 그녀에게 간편한 디톡스 체질 개선식으로 딱이었다는 설명이다. 디자이너 양태오, 뷰티 콘텐츠 크리에이터 된다, 요가하는 모델 지현정까지 몸 생각 좀 한다는 트렌드세터들이 ‘식물성 파우더가 부기를 내리고 체질을 개선했다’는 간증을 쏟아낸다.
식물성 원료를 가루 형태로 가공해 먹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 최대 유기농 마켓 ’홀푸드’가 발표한 ‘2018 식품 트렌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2019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핀터레스트가 슈퍼푸드 파우더를 올해의 핵심 트렌드로 선언했다. 건강 보조제의 천국인 도쿄의 H&B 스토어, 로프트와 마츠모토 키요시는 ‘베지 스무디’ 가루가 넘쳐난다. 체질 개선, 디톡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린 파우더, 베지 파우더, 슈퍼푸드 파우더는 말 그대로 대세 그 자체인 것이다.
식물성 파우더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이다.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과 영양소 섭취가 가능해 면역에도 도움이 되는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매 끼 신선하고 질 좋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물이나 우유, 스무디, 각종 음식과 섞어 먹을 수 있는 파우더 타입 제품의 등장은 일종의 구원이다. 식탁에서 초록을 발견하자마자 도망부터 치는 아이들에게도 초록색 파우더를 요거트에 섞어서 만들어낸 ‘슈렉 요거트’는 인기만점이란 사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물성 파우더는 일반 식탁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재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게 해준다. 비트 파우더, 블루베리 파우더처럼 단일 원료를 가공한 제품도 있지만 대부분 아마존 상위 랭크의 제품들은 ‘20가지 이상의 야채와 채소 그리고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으니까. 효과가 있냐고? 카이로프랙틱 의학 저널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90일 동안 채소 가루를 매일 섭취한 40명의 남성과 여성의 혈압이 감소했다.
또 다른 장점은 보관이 쉽다는 거다. 과일과 채소는 오래 저장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수분을 쪽 빼 파우더 형태로 가공하면 운반도 쉽고 장기 저장도 가능하다. 시들거나 잊혀진 냉장고 속 유물들과는 이제 안녕인 거다.
무엇보다 강력한 매력은 바로 디톡스 효과. “미세먼지, 노화, 스트레스 등 우리 몸은 그 어느 때보다 활성산소와 독소로 가득합니다. 디톡스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질 좋은 식물성 영양분이 필요해요.” 더클리닉 김명신 원장은 특히 다이어트 중이라면 지방을 태우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챙겨야 하는데, 채소는 가장 효과적인 공급원 중 하나라고 조언한다.
시대적 요구도 있다. 아무리 채소와 과일을 열심히 챙겨 먹고 있다 해도 영양이 고갈된 토지에서 재배된 것이라면 속 빈 강정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왜 영양제를 처방하는 의사가 됐나>의 저자 여에스더 박사는 화학비료의 남용으로 영양이 부실해진 채소와 과일을, 싱싱한 상태로 먹지도 못하는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열심히’가 곧 ‘충분한’ 섭취를 의미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응축된 형태의 보조제가 필요한 건 그 때문이라는 거다.
조금 먹어도 부기가 오르고, 감기를 달고 살며 자주 골골하다면 지금의 식탁에 식물성 파우더를 추가해보자. 하루 두세 스푼의 파우더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균형이 회복되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성 단백질, 동물성 단백질과 견줄 만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낮고 동물성 단백질과는 달리 소화 과정에서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 ‘풀떼기’에 무슨 단백질이 있냐고? 식이요법의 대가인 코넬대학교 영양생화학과 명예교수 콜린 캠벨은 식물성 단백질 찬양론자다. 식물성 식품에는 생각보다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단지 프로테인의 양만 두고 논할 수 없는 건강에 이로운 요소가 많다고 설명한다. 정설처럼 떠돌던 “근육을 만드는 데 유리한 건 동물성 단백질이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면 유청 단백질(웨이 프로틴) 파우더가 답”이란 말에 반박하는 실험 결과까지 보고된 상태다. 2015년 프랑스 국립건강의학연구소가 18~35세의 남성을 대상으로 12주간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를 먹이며 근육량과 강도를 측정해보니, 완두콩 단백질과 우유에서 유래한 유청 단백질은 통계학적 차이가 없을 만큼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게다가 몸에 좋은 식물성 단백질은 지구에도 좋다. 세계 경제 포럼에 의하면 콩, 완두콩, 견과류와 같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은 식량 관련 온실 가스 배출량을 25%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콩을 키우는 건 소를 키우는 것과는 달라서, 배설물이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없음은 물론이다.
식물성 단백질 종류
동물성 단백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은 식이섬유, 철분, 불포화 지방을 함유하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식물을 혼합해 섭취하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완두와 쌀을 섞으면 전자는 후자에게 적은 라이신을 보충해주고 후자는 전자에 부족한 메티오닌을 채워준다. 구입하기 전 아래의 리스트를 참고해 어떤 단백질들이 혼합되어 있는지 체크하자.
완두콩(Pea) 근육 단백질 형성을 돕는 아르기닌과 BCAA(분지사슬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혈압을 낮춰준다.
대마(Hemp) 음식에서 얻어야 하는 9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포함하는 완전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고, 미네랄, 오메가 3도 풍부하다.
호박씨(Pumpkin Seed) 필수아미노산은 조금 부족한 단점이 있긴 하지만 미네랄이 풍부하고 항산화, 항염 효과가 뛰어나다.
현미(Brown Rice) BCAA가 풍부해 체중을 조절하며 근육 운동을 할 때 유청 단백질만큼 효과적이라고. 혈압을 낮추는 데도 좋다.
콩(Soy) 다량의 BCAA를 함유하고 있어 근육 만들기에 유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단, GMO 프리인지 확인할 것.
해바라기씨(Sunflower Seed)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적지만 근육의 성장과 회복에 효과가 좋아 다른 식물성 단백질과 시너지가 좋다.
그래서 채소를 대신할 수 있을까?
우주비행사들이 생존 식량으로 이용했던 식물성 파우더가 매우 파워풀한 미래 식량임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가공된 파우더가 원물을 따라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아무리 토양의 영양이 부족해져 속 빈 강정이 되어가는 채소라 할지라도 섬유질만큼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섬유질은 혈당을 조절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배변을 도와 장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라, 나이가 들수록 사수해야 한다. 자신이 먹고 있는 파우더가 식물을 그대로 가루로 만든 것인지 식물 ‘추출물’ 형태인지도 살펴볼 것. 캘리포니아 대학 영양학 교수 브릿 버통 프리맨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토마토에서 라이코펜만 추출한 보충제는 토마토를 통으로 섭취했을 때보다 심장 혈관 건강 개선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하나의 음식을 구성하고 있는 영양소들은 서로 시너지를 내기 때문에 통으로 먹었을 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식물성 파우더를 섭취하기에 더 이상 채소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식물파우더 구입 전 체크 리스트
태생이 청정한가?
파우더의 질을 따지는 데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원물의 산지와 재배 방법이다. 식물은 뿌리를 통해 토양 속 영양을 흡수하는데, 이 중에는 각종 환경 오염은 물론, 비와 함께 스며든 미세먼지도 포함되어 있다. 오염되지 않은 땅, 유기농, 코셔 마크 획득 등을 따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코셔 파르브(Kosher Parve)라는 인증 제도가 도움이 된다. 코셔는 전통적인 유대인의 의식 식사법에 따라 식물을 선택, 조제하는 방법으로, 코셔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의 모든 원료, 설치, 제조 과정이 엄격한 기준에 부합해야 하며 이 중 유제품, 육류를 전혀 함유하지 않은 제품에 한해 코셔 파르브로 분류한다. 청정한 지역에서 윤리적이고 깨끗하게 키워진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자. GMO 프리인지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영양을 최대로 보존하려 노력했나?
보기에는 다 같은 가루로 보여도 함유된 영양의 보존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열로 말려 빻는 과정을 거쳤다면 영양소가 상당량 손실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시간에 신선도를 유지하며 더 많은 영양분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진공건조, 동결건조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시간과 돈을 더 들이면 비타민은 100%, 영양소는 80%까지 보존할 수 있는 인피드리 공법을 택할 수도 있다.
맛내는 성분을 얼마나 첨가했나?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건 단지 초록색이어서가 아니다. 애매한 풀 맛이 거슬리기 때문. 수십 가지 식물성 재료를 생으로 갈아 섞은 것의 맛은 말해 뭐할까. 물론 과일이나 천연 바닐라 등으로 애써 맛을 잡아보기도 하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들어가는 것이 설탕, 말토 덱스트린, 인공감미료와 같은 첨가물이다. 쉽게 오면 쉽게 가는 법. 입에 붙는다고 몸에 좋은 것은 아니니 성분표에 맛내는 성분이 첨가되어 있진 않은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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