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배우 류덕환과 박세영은 공통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두 배우가 작품에서 만나 이뤄내는 화음은 그 무엇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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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의 쇼트 슬리브 셔츠는 지오 송지오(Zio Songzio), 쇼트 슬리브 니트는 제이 린드버그(J.Lideberg), 와이드 팬츠는 커렌트(Current), 슈즈는 바나나핏(Bananafit), 실버 브레이슬릿은 스털링 워스(Sterling Worth), 베레는 캉골(Kangol). 박세영의 원피스는 레니본(Reneevon), 슈즈는 미예르(Miyerh), 이어링은 헤이(Hei), 링은 케이트앤켈리(Katenkelly), 베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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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블레이저와 와이드 팬츠는 아더에러(Ader Error),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천생 배우, 류덕환 |

어제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첫 방송 날이었죠. 어땠나요?
저는 모니터링을 안 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가 본질은 보지 않고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쓴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요. 옷이 왜 말려 올라갔지? 헤어스타일이 이상하네? 하고요. 그 후에는 두 가지 방법을 택했죠. 하나는 아예 보지 말자. 다른 하나는 전체 그림을 보는 연습을 하자고요. 그래서 연출을 시작하게 된 것도 있어요. 다만 어제 1회는 제가 나오지 않아서 본방 사수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만 잘하면 될 듯합니다.(웃음)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업과 ‘직장 갑질’에 대한 메시지를 다루는 드라마죠. 사회 문제를 다루면 촬영장 분위기도 더 진지해지나요?
현실을 꼬집는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요소가 섞여 있는 유쾌한 드라마인데요.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진솔하게 다가가려면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자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많이 해요. 세영이랑도 평소에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데, 현장에 가서는 잡담도 하지 않고 역할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을 해본 배우는 드물어요. 공감의 여지가 적은데, 이번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저는 명성그룹 법무팀의 에이스 변호사 ‘우도하’를 맡았어요. 악의 근원처럼 행동하죠. 고교시절에 근로감독관 조진갑(조장풍)의 제자였지만 이후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근로감독관’이라는 공무 직책을 처음 알았어요. 말 그대로 근로자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역할이죠. 저희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실제로 감독관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대화를 나누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갑질로 인한 울분과 답답함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어요.

<앵그리 맘>을 쓴 김반디 작가의 작품이라 더 기대가 커요. 작가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악행을 저지르는 우도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요. 악역인 그에게도 울분과 아픔이 있거든요.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쩔 때는 오히려 아군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안타까운 악역’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교복을 입은 스틸 컷이 공개됐더군요. 30대에 다시 교복을….
어색한 느낌은 아직까지는 안 들었고요.(웃음) 스물일곱 살 때 제가 찍은 단편 영화가 있는데, 그때 입어보고 7년 만에 다시 입었네요.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어요?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외톨이였죠.(웃음) 어느 순간 감사하게도 한 작품을 이끌어야 하는 주연을 맡게 되면서 좀 더 살가워져야 한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주연인 제가 숨어 있으면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아는 선배들과 함께할 때는 어릴 적 모습으로 편하게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해요.

직업이 성격을 바꿨군요.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어릴 때 타인을 기피하는 정도가 심했다고 해요. 사회 생활을 못하겠다 싶어서 웅변이라도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동네에 조그만 소극장이 생긴 거죠. 어느 순간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작품에서 “임금님이 옷을 벗고 있어요!”라고 외치는 아이 역할을 했어요. 이게 첫 연기인 셈이죠.

배우 박세영을 만났던 처음으로 돌아가볼게요. 첫인상은 어땠나요?
세영이는 하나도 안 변했어요. <신의> 첫 대본 리딩에서 처음 만났는데 김종학 감독님께서 장난을 치셨어요. 세영이가 신인이고 귀여우니까. “너는 연기를 잘 못하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하고요. 그게 재미있어서 저도 “그럼 저도 내일부터 안 나오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세영이를 바라보니 얼굴이 새하얘진 거예요. 리딩이 모두 끝난 다음에 저를 멈춰 세우고 벽에다 밀치더니, “정말 저 내일부터 나오면 안 되는 거예요?”라고 말했죠.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에요. 그때부터 저도 세영이한테 장난을 많이 쳐요. 그래서 사과도 많이 하고요.(웃음) 저랑 완전히 반대 성격이라서 더 장난을 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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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의 블라우스는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서스펜더 원피스는 쟈니헤잇재즈(Johnny Hates Jazz), 슈즈는 왓아이원트(What I Want), 이어링은 에스실(S_S.IL). 류덕환의 셔츠와 오버사이즈 팬츠는 카루소(Caruso), 슈즈는 바나나핏.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었습니다. 20대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주체가 달라졌달까요? 20대 때는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내가 안 해봤던 거 위주로 작품을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군대를 전역하고 30대가 되면서 주체가 관객으로 바뀌었어요. 한 번도 관객을 위해 작품을 선택한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팬들도 저에게 바라는 게 있을 것이고, 그것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런 화보 촬영도 안 했어요.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 잘 못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배우가 많으니까요. 저는 키도 작고 패션 감각도 없고 자신감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팬들이 요구하기도 하고요. 하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재미도 느끼고 되고, 나도 이런 색다른 걸 할 수 있구나 싶어서 제 한계를 넓힌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행히 오늘은 친한 세영이랑 같이 해서 더 편한 것도 있었어요. 사실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거든요.

여배우 울렁증이요? 그동안 주로 브로맨스가 많긴 했는데….
처음에는 세영이한테도 그랬어요. 저와 함께하는 배우가 아름답고 더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서, 제가 그 발판이 되려고 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어요?
저를 깨워준 역할은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오동구였고, 가능성을 발견한 역할은 드라마 <신의 퀴즈>의 한진우였어요. 영화 <혼숨>도 기억에 남아요. 아프리카 TV의 BJ 역할이었죠.

최근작이 판사, 의사 역할이었고 이번엔 변호사 역할이에요. 전문직 역할을 소화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어요?
현실에서의 제 머리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직업이라 재밌죠.(웃음) 직업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재밌어요. 대사가 어렵긴 한데, 솔직히 <신의 퀴즈>의 의학용어에 비하면 판사와 변호사의 대사는 아무것도 아니죠. 박재범 작가와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야겠어요. 하하.

류덕환의 연기에 가장 영향을 주는 인물을 꼽자면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을 좋아해요. 지금 세대까지 영향을 준 감독인데요. 많은 걸 실험했고 투자했어요. 불편한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맥락에서 감독과 배우는 같다고 생각해요. 감독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배우는 표정이나 행동, 대사로 보여줘야 하는 거죠.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제 나름의 기준이 생겼을 때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군요. 배우로 살아가는 재미는 어떤가요?
배우가 일을 할 때 ‘감정을 잡는다’고들 얘기하잖아요. 배우만큼 감정적으로 뭔가를 시도하는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끝없이 실패하고 끝없이 성공하죠. 그게 너무 신이 나요. ‘이번에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었어!’라고 생각했는데 흥행에 참패할 때도 있고, ‘나 정말 큰일났다!’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고, 오늘도 직접 만나보니 기자님이 그동안 생각해왔던 저의 이미지와는 달랐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요.

아역부터 벌써 27년 차 배우입니다.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너무 많죠. 불러주실지가 문제죠. 저는 배우 원빈의 <아저씨>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못할 걸 알기 때문에 가장 해보고 싶어요. 저는 원빈 형의 비주얼을 가질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괜찮아요! 아마 원빈 형도 류덕환의 <아저씨>를 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물론 농담입니다.(웃음)

연출도 하고 있는데, 박세영을 주인공으로 새 시나리오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코미디를 쓰고 싶은데, 세영이 이미지가 많이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네요. 아니 근데 일단 제 영화에 출연해주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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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로맨시크(Romanchic), 이어링은 뚜아후아(Trois Rois).

| 변화의 끝에서, 박세영 |

어제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첫 방송 날이었죠.
저희 부모님이 드라마 내용에 공감하시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잘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모니터링할 때 무조건 가족들이랑 같이 보거든요. 그럼 실시간 달리는 댓글을 읽는 느낌인데요. 저건 좀 더 배워야겠다, 발음을 좀 더 연습해야겠다, 눈을 너무 깜빡인다,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죠. 어제는 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없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봤어요.(웃음)

회사 생활을 해본 배우는 드물어요. 공감의 여지가 적은데, 이번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저는 조진갑의 전처이자 형사 ‘주미란’ 역이에요. 현실주의자지만 진갑이 벌이는 사건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죠. 저희 아버지가 회사 생활을 오래 하셨어요. 함께 드라마 <미생>을 보았을 때 사실 저는 ‘나도 저랬지’ 하는 공감대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무릎을 탁! 치면서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친구들의 고민이나 넋두리를 들으면서 힌트를 얻고 간접경험을 하죠. 어제도 친구들이 방송을 보고 너무나 공감이 되는 이야기라고 카톡을 해줬어요.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사람이 우리는 모두 비슷하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반디 작가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주미란은 보편적인 사람들 중 하나예요. 마음속에는 누구나 정의감이 있어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실은 달라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죠. 현실주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선택을 대변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해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함께 고민했어요.

이번 작품의 어떤 점이 마음을 끌었어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게다가 ‘주미란’이라는 캐릭터는 주체적인 여성상이에요.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행동하죠. 저는 현실에서 그렇지 못하거든요. 주미란을 연기하는 저도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는데, 참 신기해요.

그런 점이 배우로 살아가는 재미 중 하나인가요?
캐릭터와의 소통도 물론 재미있고요. 제가 무언가를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전부 다른 것도 재미있어요. 때로는 그 피드백이 제게 좋은 영향일 수도 있고 상처가 될 때도 있지만요.

주미란과 실제의 박세영은 어떤 점이 닮았어요?
원칙주의자라는 것이요. 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예의에 대해 항상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모두 다 그렇게 살지는 않으니까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네요.

또다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언젠가는 꼭 액션 영화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니 해보고 싶은 게 아니라 꼭 할 거예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웃음)

그동안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어요?
류덕환 선배와 부부로 출연했던 <신의>는 첫사랑 같은 드라마예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출연한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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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의 슈트는 로맨시크, 이어링은 밀튼아티카(Milton Attica). 류덕환의 더블 슈트는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라운드 니트는 지오 송지오.

좀전에 류덕환 배우에게 <신의> 대본 리딩 현장에서의 ‘벽 치기’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당시에는 정말 드라마를 못하게 될까봐 간절히 도움이 필요했거든요. 저는 덕환 선배를 TV에서 봤으니까 막연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대본 리딩 날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대선배 같았어요.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면서 ‘나는 그 감정을 15년 전에 겪었는데. 너도 그러다 보면 언젠가 걷게 되고, 언젠가는 뛸 수 있을 거야’ 하는 느낌인 거예요.(웃음) 물론 덕환 선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요! 그럼에도 왠지 나를 도와줄 것만 같았어요. 지금은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고 편하게 장난치는 사이가 됐죠.

이제 30대가 됐어요. 전과 다른 변화가 있나요?
20대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며 적응해나갔다면 30대는 지나온 길을 돌아볼 시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거죠.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면서 30대를 맞이하니 다시 시작하는 기분도 들었어요.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에 영향을 주는 롤모델이 있어요?
촬영 현장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동료와 선배님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면, 덕환 선배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는 건, 상대방을 굉장히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에서 시작된 거거든요. 이것 또한 제게는 긍정적인 영향인 거죠. 나 또한 함께 연기하는 상대방을 배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고요. 계속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게 제 목표예요. 작품을 할 때마다 많이 배우고 있어요.

벌써 5월입니다. 올해 초에 다짐했던 건 계획대로 되고 있어요?
2019년이 되면서 다짐한 게 있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것이요. 덕환 선배와 이야기를 하면서 늘 즐거운 이유는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선배는 20대를 주체적으로 살았다고 했잖아요. 반면에 저는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어요. 30대가 되면 20대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릴 때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신경 썼다면, 지금은 틀려도 되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는 마음 가는 대로 잘 실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은 올해도 잘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