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길 산책
좁다란 익선동 골목에서 조금 벗어나자 고즈넉하고 예스러운 돌담길이 나타났다. 창덕궁과 종묘 사이, 길게 이어지는 서순라길을 걷다 만난,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
니코 키친
그리스에서 온 니콜라우스 셰프와 한국인 아내가 넉넉한 마음으로 그리스 가정식을 차린다. 신선한 재료를 얻기 위해 날마다 손품, 발품을 팔아 장을 본다. 이곳을 믿고 찾아주는 손님들이 이들의 보람. 특히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주한 그리스 대사관 관계자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그리스 요리를 처음 접해본다면 다진 쇠고기와 가지, 구운 감자를 층층이 쌓아 베사멜 소스를 더한 ‘무사카’를 추천한다. 그리스 음식을 낯설어하는 이를 위해 피자, 스파게티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입구의 작은 마당은 곧 화사한 꽃으로 가득해질 듯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85-5 문의 02-6449-3474
오! 바바
교토식 와플을 선보이는 오! 바바의 와플은 기존에 알던 와플과는 맛도 모양새도 다른 매력을 품었다. 아이스크림처럼 손에 쥐고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100% 찹쌀로 만들어 쫀득한 식감이 특징이다. “레시피를 짤 때 ‘건강하고 맛있는’을 모토로 삼았다”는 대표의 말대로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 당일 제조해 당일 폐기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역시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저당도의 젤라토는 와플만큼 인기다. 쿠로우롱차, 벚꽃홍차 등 평소 맛보기 힘든 일본식 차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모두 일본에서 직수입한 재료를 쓴다. 와플에 벚꽃앙을 바른 ‘벚꽃아앙’ 등 계절 한정 메뉴도 놓치지 말자. 순라길 산책에 함께하기 좋은 디저트다.
주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81 문의 02-6083-9167
지미 스모크하우스
낮은 조도의 아늑한 조명, 생화를 대신하는 꽃그림 액자, 나른하게 흐르는 재즈, 호텔 프런트가 연상되는 작은 바…. 인상적인 인테리어 요소에 집중하는 것도 잠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훈연 향 덕에 이곳을 찾은 목적을 상기했다. 말마 스모크 하우스는 수제햄을 사용한 서양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일주일간 염지한 돼지고기를 참나무와 함께 히커리칩으로 6~7시간 정성껏 훈연하는데, 그 깊은 풍미를 입은 햄을 스테이크, 파스타, 리소토 등으로 즐길 수 있다. 쉬라즈 품종의 와인과 궁합이 좋으니 곁들여보길. 최대 16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특별한 날에는 대관을 추천한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햄은 포장 구매도 가능하다.
주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17 문의 070-7576-2700
타이거 타이거
86년생 호랑이띠 청년 둘이 유쾌한 미소로 맞아주는 카페 겸 펍. 두 대표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시그니처 메뉴는 요령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만든 티라미수다. 미리 만들어 쇼케이스에 넣어두지 않고, 주문 즉시 뚝딱 만들어 내온다. 에스프레소를 적신 레이디핑거 시트를 깔고 100% 마스카르포네 크림치즈를 투박하게 짜 올리는 게 전부지만, 그 정직한 맛을 꾸준히 찾는 이들이 많다. 플레인, 말차, 얼그레이 3종류로 만나볼 수 있는데, 신메뉴로 흑임자와 바나나 티라미수를 연구 중이라고. 올해부터 포장 서비스도 시작했다. 해가 지면 친구들과 맥주 를 마시며 가게에 마련된 보드게임을 왁자지껄 즐겨보길. 루프톱도 활짝 열려 있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27-13 문의 인스타그램 @tigertiger_seoul
촌스러운 안목
오밀조밀 늘어선 음식점과 카페 사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게다. 간판을 내걸진 않았지만, 쇼윈도 안을 들여다보면 이곳이 빈티지 옷 가게임을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5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빈티지 의류와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일본을 중심으로 유럽, 미국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는데, 멀리 지방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으니 빈티지에 막 눈뜬 비기너라면 팔로우하자. ‘낡고 촌스럽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취향’을 빈티지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주인장의 안목을 믿어봐도 좋다.
주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75 문의 인스타그램 @aan_mok
스페이스 24
서순라길에는 작은 보석 공방이 곳곳에 자리한다. 그중 스페이스24는 서울시의 지원과 협업을 통해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1층에서는 국내 27명의 주얼리 디자이너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귀금속 매장의 제품이 대개 빤한 디자인이라면 이들이 소개하는 제품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들로 각각 다른 콘셉트와 개성을 지녔다. 내게 어울리는 보석 디자인 브랜드를 직접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각종 주얼리 관련 전시가 열리는 지하 1층의 갤러리와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하는 2층의 플라워숍도 함께 둘러보자.
주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83 문의 1670-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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