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으로 만든 옷이라구요?
패스트 패션 브랜드부터 럭셔리 하우스까지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의 믿음직한 행보에 대하여.
“페트병으로 만든 재킷이에요”. 믿기지 않았지만 눈앞에는 쓰고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겨울 재킷이 있었다. 버린 페트병 35개를 재활용해 만든 원단으로 튼튼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스노우 재킷을 완성했다고 한다.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신제품 이야기다. 파타고니아는 1993년에 의류업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만들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지만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에디터는 환경 오염으로 지구가 멸망할까 봐 두려워 환경 보호 운동을 시작했다는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던 차에 이 재활용 재킷을 만났다. 그러니 더 반가울 수밖에. 그리고 다행인 건 이토록 바람직한 패션 브랜드의 움직임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 죄인가요
패스트 패션 때문에 1초에 트럭 한 대의 옷이 버려진다는 뉴스는 곧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였다. 그러자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환경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판매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패스트 패션 브랜드 앤아더스토리즈는 2013년 론칭과 함께 자사 뷰티 제품의 빈 용기를 가져오면 바우처를 제공하는 리사이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2015년 섬유제품으로 확장되었다. 마치 ‘헌 옷 주면, 새 옷 주는’ 기분 좋은 캠페인이랄까. 헌 옷이나 천 소재를 가져오면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H&M도 마찬가지. 고객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라는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아웃도어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으며, H&M은 재활용 캐시미어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원료로 한 벨벳 소재로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출시해 환경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비쳤다. 또 다른 패스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한 쇼핑백을 선보였으며 2020년까지 매장의 모든 종이 백을 재활용 쇼핑백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환경에 대한 대처도 상품 기획만큼 빨랐다.
럭셔리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
그렇다고 이러한 환경 문제가 전부 패스트 패션 탓일까. 최근 재고 제품 소각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몇몇 럭셔리 브랜드 소식을 듣자 하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더 이상 이들도 환경 문제를 미룰 수 없는 시점이 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럭셔리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한다”라고 전한 버버리의 CEO 마르코 고베티의 말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위한 럭셔리 브랜드의 다양한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실제로 버버리는 판매하고 남은 상품을 재활용하고 수선하거나 기증하는 방법으로 친환경적인 길을 모색했으며, 또한 지속가능한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향후 5년간 지속가능 회사 엘비스 & 크레스와 함께 자투리 가죽 120톤을 활용한 신제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죽이나 모피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주의 패션을 대표하는 스텔라 매카트니는 영국 왕실의 새댁 메건 마클의 결혼식 피로연에 심플한 홀터넥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목받은 데 이어 대중을 위한 지속가능한 웨딩 컬렉션까지 선보였다. 그녀의 첫 번째 웨딩 컬렉션 또한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그녀의 친환경적인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미는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와 리사이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캡슐 컬렉션을 통해 환경에 대한 브랜드의 책임과 헌신을 이야기하며,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탄소 배출량 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판 럭셔리의 가치가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이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친환경적 행보는 점점 더 진화하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꼭 거창한 포부로 환경운동가가 되자는 게 아니다. 그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가 구입하는 이 물건이 전에 어떤 제품이었는지, 후에 어떤 제품으로 재탄생할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구를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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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일러스트레이션
- M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