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 간 만화

1 <허영만전 - 창작의 비밀> 전시 포스터. 2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모나리자’.

만화가 허영만의 40년 만화 인생이 만화책이 아닌 갤러리에 펼쳐진다. 4월 29일부터 7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허영만전 – 창작의 비밀>은 허영만의 만화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다. 예상했겠지만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만화가를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15만 장의 원화와 5천 장이 넘는 드로잉이라는 방대한 작품중, 특별히 엄선한 500여 점은 새로운 작품을 위해 기록한 취재노트, 소소한 일상을 만화로 그린 만화일기 등을 포함해 허영만만의 ‘창작의 비밀’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한다. 전시의 메인 테마는 첫 히트작인 <각시탈>, 시청률 43%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원작 <날아라 슈퍼보드>, 1990년대 청춘을 대변하는 <비트>,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 요리만화의 역사를 만든 <식객>, 1980년대 대학생의 필독서로 통하는 <오!한강>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의 대표작품 외에 1974년 발행된 <각시탈>의 초판본 원화 149장이 40년 만에 최초로 공개되고 입체적인 피규어로 재탄생한 만화 속 주인공들까지 가세해 전시에 힘을 실었다.
붓과 펜으로 수정된 터치들, 글귀를 하나하나 따서 붙인 말풍선, 컷마다 빨강 혹은 흰 펜으로 기입한 수정사항, 출판사에 축소와 확대를 요청한 코멘트 등은 그의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캐릭터와 연출, 스토리 구성을 통해 그가 만들어낸 작품이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으로 이어져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 정형탁은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히 허영만의 히트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허영만의 만화 도구, 화실 벽에 걸린 경구가 적힌 쪽지,
책상에 붙은 메모들까지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그가 한국의 대표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었던 창작의 비밀과 인간 허영만으로서의 삶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전시를 기념해 허영만을 위한 오마주 작품도 놓여졌다.
전시 총감독이자 설치미술 작가 한원석은 허영만의 창작이 시작되는 ‘손’에서 영감을 받은 설치 작품을 전시장 도입부에 꾸몄다. 또한 1988년부터 허영만 화실에서 2년을 함께한 제자 윤태호가 그린 허영만의 작품 <벽>, <망치> 컷들이 공개되고 윤태호의 <이끼>, <미생>, <파인>이 전시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한편 경기도 미술관에서도 전시장 가득 만화를 내걸고 관객을 맞고 있다. 토끼 인형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남자아이를 골려주는 꼬마 숙녀 ‘모니카’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만화 캐릭터로 통한다. 만화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가 1963년 자신의 4살 난 딸을 모델로 만들어냈는데, 모니카가 주인공인 만화 <모니카와 친구들>은 누적판매 부수 10억 부에 달하며 애니메이션 시리즈, 게임, 소설 등으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큰 사랑을 받은 모니카가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여행>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을 찾은 것이다. ‘모나리자’, ‘비너스의 탄생’, ‘천지창조’ 등 명화와 조각 속 인물을 만화 캐릭터로 그린 마우리시우의 작품을 모은 전시는 그의 회고전이라 불리기에도 손색없다. 그는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프로덕션을 설립해 월트 디즈니를 누르고 브라질 만화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키웠고,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옐로 키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스타워즈>, <배트맨> 등을 패러디한 만화 작품을 비롯해 브라질 대중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국내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봄엔 만화책을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조소영
    Photography
    Courtesy of Hangaram Museum, G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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