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히피 무드의 메이크업
자유분방한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1970년대 스타일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스타일이 런웨이를 휩쓸었다. 새로운 스모키 메이크업부터 내추럴 헤어 스타일까지 낭만적인 히피 무드로 물든 런웨이 속으로.
2015년 봄/여름 시즌을 준비하며 디자이너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여행을 떠났던 게 아닐까? 경제불황과 반전시위 등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싹튼 자유분방한 히피 문화가 올 봄/여름 시즌 가장 강력한 트렌드로 떠오른 것! 록 페스티벌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자유로운 히피 걸들이 안나 수이와 에밀리오 푸치, 구찌, 타미 힐피거를 비롯한 수많은 쇼의 런웨이에 등장했다. 시폰 소재의 하늘거리는 에스닉 드레스부터 가슴이 깊이 파인 스웨이드 소재의 미니 드레스, 꽃을 수놓은 시스루 블라우스와 가죽 소재의 비키니, 프린지 룩 등 197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풍 의상이 대거 등장해 런웨이를 낭만적인 히피 무드로 물들였다. 사랑스러운 소녀 같기도 하고, 자유로운 여행자 같기도 한 이번 시즌의 히피 스타일은 한마디로 ‘히피 시크(Hippie Chic)’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자유분방한 의상에 걸맞게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 또한 한껏 자유로워졌지만 무심한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무드를 잃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에밀리오 푸치 쇼에서처럼 검정 아이라이너로 언더라인을 번진 듯이 연출하고 위아래 속눈썹에 마스카라를 여러 번 덧발라 뭉친 듯이 표현하는 전형적인 히피 메이크업을 보여준 쇼도 있었지만, 검정 컬러 대신 초콜릿 컬러와 카푸치노 컬러, 골드 컬러 등을 이용해 세련되고 우아한 히피 메이크업을 시도한 쇼들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나 수이와 구찌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팻 맥그라스는 안나 수이 쇼에서는 젖은 브러시에 골드 글리터를 묻혀 눈꺼풀 중앙과 언더라인 중앙, 눈 앞머리에 발라 요정처럼 사랑스러운 소녀들을 탄생시켰다. 구찌 쇼에서는 섬세한 펄이 섞인 초콜릿 컬러의 아이섀도와 톤 다운된 골드 아이섀도를 각각 눈꺼풀과 언더라인에 바르고 카푸치노 컬러의 마스카라를 발라 세련됨을 잃지 않는 ‘히피 시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드리스 반 노튼 쇼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피터 필립스는 아이 메이크업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입술 중앙에 금색 선을 세로로 그려 넣어 피어싱처럼 연출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낭만적인 한여름 밤, 숲 속에서 만난 요정 같기도 하고 여행자 같기도 하죠.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그 자체로 근사한 보헤미안처럼 말이에요.” 민낯처럼 창백한 얼굴에 입술에 ‘골드 피어싱’을 달고 무심한 표정으로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모습은 1970년대 패션 아이콘이자 프렌치 시크를 대표하는 여배우 제인 버킨을 떠오르게 했다. 마이클 코어스 쇼 런웨이에는 좀 더 글래머러스한 히피 걸들이 등장했다. 브론즈 컬러로 눈가와 양 볼을 따뜻한 석양빛으로 물들이고, 바람에 흩날린 듯한 흐트러진 땋은 머리를 연출한 것. “한여름 밤 오픈카를 타고 캘리포니아 해안도로를 달리는 소녀들을 상상해보세요.” 마이클 코어스 쇼의 헤어를 담당한 올랜도 피타의 말이다. 프래피 룩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을 선보인 타미 힐피거 역시 이번 시즌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는 회색 아이섀도로 눈꺼풀과 언더라인에 은은하게 음영을 주고 위아래 속눈썹 사이에 가늘게 아이라인을 그려 넣어 반항적이면서도 세련된 스모키 메이크업을 연출하고, 관자놀이와 가슴, 배, 손등에 별 모양의 타투를 그려 넣어 히피 무드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여기에 전형적인 히피 스타일인 흐트러진 웨이브 대신 찰랑거리는 스트레이트 헤어를 연출한 유진 슐레이먼의 센스 덕분에 더욱 빛이 났다.
히피 걸의 상징인 가운데 가르마와 풀어진 듯 자연스러운 웨이브 스타일은 안나 수이를 비롯해 에밀리오 푸치, 알베르타 페레티, 로베르토 카발리 등 수많은 쇼의 런웨이를 낭만적인 무드로 물들였다. 히피 걸의 헤어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헤어 아티스트 올랜도 피타의 조언을 참고하길. “디스코에 열광하던 1970년대의 소녀들은 구불구불한 물결 웨이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다섯 갈래로 땋고 잠들곤 했어요. 컬링 아이론을 이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죠. 모발 중간이 아닌 눈보다 아랫쪽부분부터 컬을 넣어야 소녀스러움을 더할 수 있어요. 자유분방하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으려면 머릿결을 윤기 있게 연출하는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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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조은선
- 포토그래퍼
- 심규보(Shim Kyu 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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