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늘 각자의 음악적 취향을 소비한다. 그 취향과 계절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겨울에는 발라드가 유난하다. 발라드 가수들이야 숱하게 많지만 그중 ‘발라드’ 하면 생각나는 윤상, 김범수, 성시경, 버즈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앨범을 내놓았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모두가 기대한 그 ‘발라드’가 아니다.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는 칭호를 받는 27년 경력의 가수 윤상은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더한다. 은 윤상이 실로 오랜만에 발표한 앨범이다. 4곡의 연주곡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 보컬리스트와의 듀엣곡으로 구성됐다. 인피니트의 성규와 함께한 ‘RE : 나에게’, 팀과 작업한 ‘그 겨울로부터’, 그리고 앞서 공개된 ‘왈츠’는 윤상의 프로듀서 팀인 원피스의 다빈크와 호흡을 맞췄다. ‘이별의 그늘’에 익숙한 대중에게, 또 ‘날 위로하려거든’에 위로받은 오랜 팬들에게, 그리고 이제 윤상을 알아가는 이들에게 댄스 음악에 가까운 이번 앨범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
3년여 만에 돌아온 김범수의 8집 정규앨범 에도 발라드는 없다.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R&B와 힙합, 재즈, 록, 그리고 트로트도 읽혀지는 이번 새 앨범에는 지나, 긱스, 스윙스, 리디아백, 로꼬, 아이언, 산이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함께했다. 그가 15년 동안 한 일이 대중을 위해 부른 발라드였다면 이번만큼은 온전히 그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강수를 뒀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집밥’에는 김범수 어머니의 목소리가 삽입돼 있다. ‘소녀병’이 있는 어머니를 십분 배려해 예고 없이 부스에서 스피커폰으로 녹음해서 탄생한 곡이다. ‘집밥 얼마든지 해줄게’, ‘사랑한다 아들’과 같은 따스한 말은 진짜 엄마의 목소리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성시경은 올해 방송과 라디오에서 누구보다 바빴다. 마치 이제 앨범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달리 살아갈 방편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것에 앞서 스스로 뮤지션이기를 바랐다. 지난 12월 5일부터 3일간 전국투어 콘서트 <겨울>을 선보였고, 약 3시간 동안 그간의 이야기를 노래로 들려주었다. 9일에는 스페셜 리메이크 앨범 를 발표했다. 신예 권진아와 호흡을 맞춘 ‘잊지 말기로 해’를 시작으로, 그가 겨울이면 즐겨 들었던 캐럴을 다시 불렀다. 빅밴드 스윙스타일과 재즈 캐럴을 넘나드는 14년 차 발라드 가수의 캐럴 앨범이라니. 이건 분명 이전과 다른 성시경이다.
8년 전 팀 해체 후, 올해 재결합한 버즈 역시 본인들의 목소리를 찾았다. 오래 걸렸지만 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시작점과 같은 앨범’이라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앨범의 작사, 작곡이 개인의 이름이 아닌 버즈의 이름을 내세우며 그간의 시간을 한 번에 정리한다. 총 11곡이 수록된 4집 에서 ‘나무’는 대표적인 발라드 곡이지만, 그 외의 곡들에서는 록사운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밴드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동안 그들은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졌다. 이번 앨범이 그걸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