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의 아토피

아토피는 유아나 아이들만 겪는 병이 아니다. 한창 예쁘게 꾸미고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찾아오는 성인 아토피는 피부뿐 아니라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원인도, 치료법도 애매모호한 아토피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에 대하여.

뷔스티에는 라펠라(La Perla).

뷔스티에는 라펠라(La Perla).

지난 몇 년간 성인 아토피 환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유아 아토피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높아진 반면 성인 아토피에 대한 관심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편이다. 에디터 역시 방송을 통해 아토피로 인해 얼굴에 진물이 나고 퉁퉁 부은 아기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 적은 많았지만 성인이 되어 아토피를 앓는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헤아려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몇 년간 사촌 여동생 두 명이 심한 아토피에 시달리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성인 아토피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출산 후 처음 아토피를 앓기 시작한 한 사촌 여동생은 증상이 악화되면서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파이고, 숱도 많고 가지런하던 예쁜 눈썹이 빠지면서 이전의 고왔던 얼굴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방과 후 교사를 하던 사촌 여동생은 철없는 학생들이 던진 농담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점점 위축돼갔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를 앓던 또 다른 사촌 여동생 역시 취업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증상이 급격히 나빠졌다. 항공사 승무원을 준비하는 사촌 여동생은 가장 예쁘게 보여야 하는 면접 날도 남들처럼 곱게 화장을 할 수 없었다. 이처럼 성인 아토피 환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음식이나 생활습관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없어 치료를 하는 데도 고충이 많다. 

성인 아토피는 크게 어려서부터 아토피를 앓다가 성인이 되어 악화된 경우와 어려서는 증상이 없다가 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로 나뉘는데 증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아토피의 초기 증상은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주로 양 볼부터 시작되며 부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붉은 반점과 약간의 가려움증으로 시작한 아토피는 점차 부종과 진물, 염증에 의한 수포, 발진 등의 단계로 악화된다. 아토피 환자들의 큰 고통인 가려움증은 건조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토피 피부는 피부장벽이 크게 손상된 상태이므로 수분손실이 많아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지고 이로 인해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게 된다. 문제는 아토피의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토피(Atopy)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애매모호한’이라는 뜻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해한 환경과 음식, 유전적 소인, 피부장벽의 이상, 스트레스, 면역력의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아토피를 치료하려면 주변 환경과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익히며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장벽을 개선하려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성인 아토피 환자를 위한 조언
1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킨다 아토피와 관련해서 꾸준히 제기되는 것이 바로 새집증후군이다. 실내 인테리어 공사에 쓰이는 건축 자재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독성이 아토피를 야기한다는 것. 건물 구조물에 쓰이는 시멘트의 독성 성분 역시 아토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특히 시멘트 구조물은 흙이나 목재로 만든 것과 달리 습도 조절이 쉽지 않아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요즘은 친환경자재가 많이 나와 있지만 유해물질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집 안에 쌓여 있는 독성물질을 외부로 배출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하는 것이다. 또한 겨울철 난방으로 인한 덥고 건조한 실내 환경은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실내 온도는 긴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젖은 수건이나 옷을 걸어 실내가 건조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2 피부에 자극이 적은 화장품을 선택한다 아토피 피부는 피부가 얇아져 있을 뿐 아니라 피부장벽이 훼손돼 외부 자극으로부터 취약하므로 세안제나 보습제를 선택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세안제의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계면활성제는 pH 9 이상의 강한 알칼리성을 띱니다. 정상적인 피부는 약산성을 띠기 때문에 알칼리성 비누는 피부에 큰 자극이 될 수 있어요. 때문에 계면활성제가 적게 들었거나 들어 있지 않은 약산성 세안제를 선택해야 해요. 적당한 양의 보습제를 꾸준히 바르면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 가려움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피부과 김광호 교수의 설명이다. 베이스를 비롯한 메이크업 제품은 피부에 자극이 되는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데다 지우려면 세정력이 강한 세안제를 사용해야 하므로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꼭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면 베이스 정도만 가볍게 하고, 색조화장은 자제한다. 

3 올바른 식습관을 갖는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아토피 역시 식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피해야 할 음식은 다음과 같다. 먹이사슬의 위쪽에 자리해 중금속이나 유해물질 함량이 높은 육류와 가열한 기름에 튀긴 음식,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인스턴트 식품, 과도하게 매운 음식과 술이 대표적이다. 밀가루 음식처럼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개인별로 다르므로 매끼 먹은 음식과 몸의 반응을 수첩에 적어서 수시로 체크하면 음식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열을 발생시키는 행동은 피한다 땀은 수분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활을 하는 데, 아토피 피부는 두터운 각질로 인해 땀구멍이 막혀 있어 땀이 잘 나지만큼 체온이 갑자기 높아지면 열과 노폐물로 인해 아토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때문에 땀이 흠뻑 날 만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거나 과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가볍게 산책하거나 걷는 운동은 아토피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5 스트레스를 제때에 해소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아토피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아토피 환자 중에는 내성적이고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프리허그한의원 서초본점의 서산 한의사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성인이 되어 아토피가 갑자기 발병해 병원을 찾은 환자들과 상담을 해보면 최근 몇 주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분들이 많아요.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토피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 화를 삭이는 소위 ‘좋은 사람’ 중에 아토피 환자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죠. 아토피를 치료하는 도중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아토피 치료기간이 길어지면 지인뿐 아니라 가족과도 멀어져 감정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에 대한 의지도 약해질 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아토피를 앓는 가족이 있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보세요.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토피 개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산 한의사의 조언이다. 

6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숙면은 건강뿐 아니라 아토피 증상 개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지만 아토피 환자의 경우 가려움 때문에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그렇더라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중증 아토피 환자들 중 새벽에 잠들고 점심 때쯤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불규칙한 생활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아토피 증상이 심해질 뿐 아니라 아토피 치료 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2시 전에는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기른다. 

7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다 성인 아토피 환자는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치료를 미루다 얼굴까지 아토피가 번지거나 상태가 심각해졌을 때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 초기에 치료할수록 치료기간도 짧아지고 피부의 변성이 덜해 회복도 빠르다. 아토피는 완치가 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토피에 좋다는 여러 가지 치료법을 두루 접하게 된다. 확인되지 않은 치료법은 아토피 증상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치료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토피 치료에 많이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과용시 부작용이 매우 크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정한 양을, 적정한 기간 동안만 사용해야 한다. 

8 아토피는 만성질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아토피 치료를 열심히 받고 식이조절을 철저히 하다가도 증상이 호전되면 치료를 소홀히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성인 아토피 환자는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된 식습관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토피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아토피 증상이 호전됐다 하더라도 올바른 생활습관은 계속해서 유지해나가야 한다. 아토피 환자를 가까이에 둔 사람들 역시 아토피가 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아토피 환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곁에서 힘껏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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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에디터 / 조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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