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걸의 아지트 <1>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지금 읽는 책, 그리고 자주 가는 곳이 네가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괴테가 말했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한남동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ATM. 자리가 날 때까지 서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이자영 | 패션 홍보대행사 나비컴 팀장
ATM ATM은 돈 먹는 기계가 아니라 ‘Against The Machine’의 약자다. 기계에 반대한다는 그 뜻이, 선동적인 문구에 갇히지 않고 공간 구석구석 자유롭게 내려앉아 있다. 재활용 소재와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해 만든 가구와 의자가 있고, 패브릭 대신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쇼핑백이나 포장지가 테이블을 장식한다. 버스 정류소 같은 길가 자리에 앉아서 페일 맥주를 마시면 어쩐지 휴가의 마지막 날 같은 기분이 든다.
좋아하는 이유 사람, 바람 그리고 음악. 오픈형 바라서 바람이 아주 잘 통한다. 좋은 사람들과 바람을 느끼고, 이곳만의 좋은 노래를 들으며 술을 마시면 여행지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근 그 어떤 곳보다 와인 가격이 저렴하다.
특별한 요소 주인의 감각이 돋보이는 소품 셀렉션. 화장실에는 아이졸라의 샤워커튼, 안주를 서빙하는 접시는 셀레티와 토일렛페이퍼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좋아하는 메뉴 얼큰한 북어라면은 속풀이에 최고!
가장 좋은 시간 밤 10시. 시원한 밤공기가 잘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한 차례 손님이 빠지고 난 뒤 방문해야 자리가 날 정도로 요즘 최고의 핫플레이스다.
또 다른 아지트 경리단길과 남산. 반려견인 사모예드 칸과 남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가장 매력적인 물건 리빙 용품에 푹 빠져 있다. 최근에는 아이졸라의 빈티지 폴딩 체어, 셀레티와 토일렛페이퍼의 콜라보레이션 리빙 용품을 샀다. 마치 컬렉팅하듯 모으는 중이다.
8월, 가장 기대되는 일 작년에 다녀온 발리에 다시 갈 예정이다. 하루 종일 서핑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올 계획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47 문의 02-749-5601

유 니드 마이 요거트의 요거트는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우상희 | 포토그래퍼
니드 마이 요거트 언젠가 갔던 그리스에서는 아침 식사마다 요거트가 나왔다. 오이, 셀러리를 얹으면 민트 이파리 하나 없이도 코끝까지 시원했고, 꿀 한 스푼을 뿌리면 바로 요거트와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그릭 요거트’라는 이름을 붙인 건 다 가짜였다. 유 니드 마이 요거트(You Need My Yogurt)에서 비로소 진짜 그릭 요거트를 만났다. 적당히 끈적하고 부드러운 질감! 설탕 대신 유기농 사탕수수를 넣어 은근한 단맛도 있다. 그리스는 요원하지만, 토핑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기본 요거트처럼, 깨끗함을 살린 실내에서 요거트 한 스푼을 떠먹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좋아하는 이유 최근 작업실을 연남동으로 옮겼다. 멀지 않은 곳에 유 니드 마이 요거트가 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정직하게 만든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서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 요거트에 1번 토핑인 오이 토르티야칩 올리브오일, 소금 등을 곁들여 먹는 메뉴는 최고!
특별한 요소 보면 요거트를 담는 그릇이 조금씩 다 다르다. 주인이 직접 하나하나 고른 것. 공간은 크지 않지만 통유리로 된 창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있다.
가장 좋은 시간 이 가게가 자리한 몰이 문을 닫는 시점인데, 사람도 없고 한산해서 여유 있게 나만의 아지트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요거트 가게는 대부분 일찍 닫는데 이곳은 밤 11시까지 여유 있게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아지트 연남동 멕시칸 음식점 ‘베무쵸 칸티나’. 요즘 가장 매력적인 물건 턴테이블도 없으면서 LP를 모으고 있다. 벌써 100장!
8월, 가장 기대되는 일 새로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요즘은 그곳을 꾸미고 다듬는 일에 정신이 없다. 이 공간 자체가 지금 내게 가장 얼루어링한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90 메세나폴리스 2층 문의 02-3144-4970

이형준 셰프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델리숍. 간단한 식사부터 식료품까지 판매한다. 오늘의 샌드위치와 샐러드면 하루가 든든하다.

정미환 | 프리랜스 에디터
에피세리 꼴라주 안타깝게도 음식을 탐하는 사람들의 예민한 입맛을 충족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형준 셰프의 라카테고리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가 한남동에 새롭게 문을 연 델리 에피세리 꼴라주(Epicerie Collage)는 라카테고리보다 더 좋다. 어쩌면 그 이유는 셰프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채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은 통에 아무렇게 담은 샐러드와 주문하면 만들어 주는 요리들, 와인과 맥주, 음료, 감자칩까지 판매한다. 입맛 없는 요즘엔 오이를 넣은 연어를 먹고, 식사를 거른 누군가를 생각하며 오늘의 샌드위치를 포장할 수도 있다. 동네 반찬가게처럼 오며 가며 들르면 좋겠다.
좋아하는 이유 후무스, 과카몰리 등 딥 종류를 워낙 좋아하는데, 이곳의 딥 메뉴들은 어엿한 애피타이저로 생각될 정도로 훌륭하다. 조용한 한남동 뒷골목에 있고, 채광이 좋아 일요일 낮에 앉아 있으면 그야말로 휴일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네 시간 동안 유유자적 오후를 보낸 기억이 감미롭다. 소비뇽 블랑 반 병을 주문한 후 천천히 갖가지 메뉴를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수다와 음식, 와인으로 포만감 가득했던 시간.
특별한 요소 자그마한 뒤뜰에 야외 테이블이 딱 하나 있다. 처음 갔을 때 그곳에 앉았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에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가을이 돌아오면 한남동에서 가장 로맨틱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듯. 세이버리 요거트도 특별하다.
가장 좋은 시간 일요일 정오.
또 다른 아지트 연남동의 이자카야 옥타. 일주일에 두 번씩 가서 하이볼을 엄청 마신다. 그리고 서교동에 새로 문을 연 박찬일 셰프의 술집 로칸다 몽로는 일주일에 두 번씩 갈 것 같다.
요즘 가장 매력적인 물건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발견한 유리사과 북엔드.
8월, 가장 기대되는 일 8월에도 늘 똑같은 밤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에피세리 꼴라주에서, 옥타에서, 혹은 몽로에서, 더위에 지친 마음은 라거 맥주로 달래가며.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490 31-3 문의 02-2099-1028

아침부터 저녁이 되기 전까지만 운영하는 진정한 브런치 카페, 카페 소피. 단정한 수란을 얹은 맨해튼 스타일의 에그 베네딕트가 인기 메뉴다.

김비주 | 더센티드 대표
카페 소피 길가로 향한 청량한 블루 스트라이프 차양. 한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소피(Cafe Sofie)는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 주문을 받고, 6시면 문을 닫는 브런치 카페다. 저녁 6시 이후에는 가스트로 펍인 코르크앤탭스가 문을 연다. 낮과 밤, 두 얼굴을 가진 곳이지만 우선 저녁 6시까지는 카페 소피에서 제대로 된 에그 베네딕트를 비롯한 브런치를 즐겨보길. 마리아주 프레르의 웨딩 임페리얼로 만든 밀크 티와 레몬스쿼시 등 커피가 아니어도 곁들일 것이 많다.
좋아하는 이유 일이 바쁠 땐 아침부터 미팅을 잡을 때가 많은데, 카페 소피는 아침 7시 30분부터 오픈하기에 여유롭게 아침 식사 약속을 잡을 수 있다.
특별한 요소 카페 소피의 작은 입구로 들어서면 통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치즈를 좋아하는 내게 카페 소피의 첼시 샐러드는 최고의 메뉴. 상큼한 과일과 블루치즈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건 기본, 이따금 씹히는 호두의 고소함과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훈제 치킨은 다이어트를 신경 쓰는 이들에게 정말 안성맞춤인 메뉴다.
나만 아는 것 팬케이크와 우유의 조합을 즐기는 이들은 우유가 없는 카페 소피의 메뉴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우유를 찾는 이들에겐 무료로 제공한다.
가장 좋은 시간 아침 운동을 마친 외국인들이 혼자 신문을 보며 식사를 즐기는 평일 아침.
또 다른 아지트 조용한 분위기 때문에 파크하얏트의 코너스톤과 더 라운지를 자주 찾는다.
요즘 가장 매력적인 사람 우리 할머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 요가를 하고, 사과, 토마토, 블루베리, 바나나 등의 온갖 과일과 견과류, 들깨가루와 청국장가루 등을 듬뿍 얹은 후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부어 아침 식사를 하는 등 진정한 이너뷰티를 실천하신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기 좋은 디자이너 의류를 입는 할머니는 30대의 나보다 더 ‘에지’ 있다.
8월, 가장 기대되는 일 내 생일. 아직도 기다려지는 걸 보면 아직 어린가 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8-13 문의 02-3785-0112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정성원, 이성훈, Cho Byoung 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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