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다 이엘리야, 이세영, 김보미
풋풋하게 피어나는 여배우만큼 꽃과 잘 어울리는 존재가 있을까? 지금 우리가 주시해야 할 이유가 또렷한 세 명의 여배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피워내는 이야기는 각기 달랐지만 모두 아름답다는 건 같았다.
아직은 그녀를 몰라요, 이엘리야
<추노>의 곽정환 감독이 드라마 <빠스껫볼>의 여주인공으로 경험 없는 신인 여배우를 택했을 때, 그는 이엘리야의 ‘아날로그적인 외모’를 이유로 꼽았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주 앉은 그녀가 웃을 때면 스물넷, 딱 그 나이의 모습이 보였다. 이엘리야가 우리에게 보여줄 표정은 아직 많이 남았다. 새로운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앞둔 그녀의 다음 얼굴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데뷔작인 <빠스껫볼>에 주연으로 발탁된 건 파격에 가까운 캐스팅이었어요. 그 전에는 어디 숨어 있었나요?
원래는 노래와 춤에 관심이 많았어요. 뮤지컬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연기과를 들어가며 연기를 시작했는데 푹 빠지게 됐죠.
왜 연기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춤, 노래, 연기 모두 서로 비슷한 점이 있죠. 그런데 보편적으로 노래는 소리, 춤은 신체를 사용한다고 할 때 연기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감정, 손짓 등 복합적인 것들이 온전히 나를 통해 표현된다는 게 아주 매력적이더라고요. 이렇게 온몸과 마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삶을 좀 더 바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노래하는 사람이 특별히 목을 관리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 마음이라면 자칫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지 않을까요?
연기를 하려면 외모보다 정신적인 그릇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 여행을 하고 책을 읽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일들이 연기를 잘하는 것과 직결되니 오히려 운이 좋은 거죠.
입술의 점을 빼지 않은 걸 보고 요즘 보기 드문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점이 거의 보이지 않네요.
<빠스껫볼>을 촬영할 때는 친구들을 전혀 안 만났어요. 나중에 만났더니 다들 ‘점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컸냐’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유독 화면에 잘 보이나 봐요. 점이 캐릭터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조금 걱정되긴 해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일부러 점을 찍기도 하는데요.
다행이네요. 인물을 표현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굳이 뺄 생각은 없어요.
<빠스껫볼>은 주목받은 것에 비해서 시청률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데뷔작이었는데, 본인에게는 어떤 경험으로 남았나요?
우리가 하는 드라마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은 물론 있었죠. 하지만 결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시청률에 대해 아쉽지는 않아요. 배운 게 많을뿐더러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 시간이 귀하게 남아 있어요.
곧 방영될 <참 좋은 시절>에서는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교사, 김마리를 연기하죠?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해본 적이 있어요?
초등학교 때 지오디를 아주 좋아했어요. 앨범을 전부 사서 밤새워 들으면서 잠을 청했죠. 요즘은 제프 버넷에 푹 빠졌어요. 요즘은 어디를 가나 그의 노래가 나오지만 작년에 소리소문 없이 내한했을 때 표를 구하고 싶어서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몰라요. 오랜만에 느낀 ‘팬심’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요.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왕가네 식구들> 후속인데, <참 좋은 시절>로 삶이 꽤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나요?
그보다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요. <빠스껫볼> 때는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만큼 늘 차분하고 진중하려고 했거든요. 친구들을 만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그런데 김마리는 밝은 캐릭터잖아요. 제 나이와 맞는 모습을 연기하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전달하고 싶어요.
여배우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항상 따라다니죠. ‘고전적이다’라는 당신의 외모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 그런 면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확실히 제게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있긴 해요. 전 제가 보편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낙엽 밟는 거 좋아하고, 시를 읽는 사람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시를 읽는다고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걸 좋아해요. 멀리 가는 건 아니에요. 청춘열차를 타고 양수리, 가평, 춘천에 가고, 가을에는 낙엽도 밟고,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음악 듣고, 시집을 읽기도 해요.
요즘 20대 초반과는 확실히 다르네요. 친구들은 어때요?
대학교 선배, 초등학교 친구들 다 골고루 만나요. 친구들은 볼링도 치러 가고, 차 마시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하죠.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해보니까 재미있긴 한데 그래도 혼자 하는 여행이 더 좋아요.
유명해지면 혼자 여행 가는 건 못할 텐데요
그래도 해야죠. 그에 맞는 분장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새침하지 않아요, 이세영
<뽀뽀뽀>로 데뷔한 7살 때 이후, 이세영은 쭉 여배우다. 여선생님과 연적이 됐던 당돌한 초등학생을 연기한 <여선생 vs 여제자>는 예쁘고 새침한 그녀의 매력을 100퍼센트 발휘한 영화였다. 그리고 꼭 10년 뒤, 그녀는 영화 <피 끓는 청춘>을 선택했다. 그것도 서울에서 시골 학교로 온 전학생 역할로. 여자들은 새침한 여자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은 피자 상자 뚜껑을 열고 코를 킁킁거리고, 모든 질문에 긴 수다로 답하는 그녀는 새침과는 1만 광년쯤 떨어져 있었다.
촬영 내내 아주 노련해서 놀랐어요. .
계속 같은 표정으로 앉아만 있었는걸요! 끝난 줄도 몰랐어요.
스스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어릴 때부터 ‘너는 이렇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으니까요. 가만있을 때 제 인상이나, 새침한 느낌이 뭔지 알죠. 무표정한 인상이 못돼 보인다는 말 때문에 자꾸 웃으려 하다 보니 실제로도 웃음이 많아졌어요.
<피 끓는 청춘>의 소희는 남학생들에게는 이상형이지만 여자애들에겐 미움 받는 역할인데요. 이미지 때문에 그런 역을 자주 맡는 걸까요?
영화에서 여자애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게 소풍 간 날의 장면이죠. 해변에서 혼자 이젤을 놓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당신을 보고 ‘지랄하고 있네!’라고 하잖아요.
저는 그 부분에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같이 출연한 종석 오빠나 보영 언니 팬들이 ‘이세영이 너무 얄미웠다’고 단 댓글을 봤어요. 속으로 ‘이세영이 아니라 소희예요!’라고 외쳤죠.
그런 댓글을 보면 신경이 쓰이나요?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잠깐이예요. 오히려 재미있어요. 지적이나 평가를 받으면 아쉬웠던 부분이 다시 생각나고, ‘다음엔 잘해야지’ 해요.
당신을 만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여선생 vs 여제자>부터 <결혼의 여신>까지 가지각색의 작품을 이야기하더군요. 어린 나이지만 경력이 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 활동을 쉰 이유가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입시 때문이죠. 촬영 현장에 정말 다양한 어른들이 있잖아요. 그분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어요. 또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잘 넘어가려면 중간에 좀 쉬어야 한다는 속설도 있잖아요.
‘폭풍성장’ 같은 것 말이죠?
촬영을 하다 보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키가 안 클까 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이 다 공부를 하니까,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죠. 지는 걸 워낙 싫어해서요. 2년 쉰 동안 다행히 성적도 꽤 올랐어요.
친구들이 당신을 얄미워할 수도 있었겠는걸요.
아주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저는 연기만 해서 그렇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잖아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제가 쉬운 문제에도 대답을 못한다면, 그런 모습에 사람들이 실망할 수도 있고요.
어릴 때부터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다 보면 매사 조심스러워지잖아요. 트위터를 하는 게 의외였어요. 트위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분들도 많긴 해요. 그래서 저는 글 없이 사진 위주로 올려요. 제 감정을 시시콜콜 알릴 필요는 없지만 또 완전히 닫아두고 싶지는 않아요. 중간 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장편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어요. <피 끓는 청춘>을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소희라는 캐릭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소희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대본을 보던 저도 ‘이게 뭐야!’ 하고 소리를 질렀으니까요.
또래에서 워낙 주목받는 배우들과 함께라 신경 쓰이진 않았어요?
저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진 못했어요. 하지만 종석 오빠가 대세라는 건 알고 있죠. 보영 언니는 워낙 시나리오를 잘 보고요. ‘운이 좋네! 나도 좀 숟가락을 얹어볼까?’라는 생각이 살짝 있었겠죠?
묻어간다고 하기에 경력은 당신이 가장 긴걸요.
오랜 기간 연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시간에 큰 작품을 맡아서 할 때 확 성장하는 것 같아요. 보영 언니랑 종석 오빠는 큰 작품의 주연을 해낸 경험이 저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작년에 출연한 <사춘기 메들리>는 4부작이었고, <하늘재 살인사건>은 단막극이었어요. 잠깐 출연한 영화 <무서운 이야기2>도 옴니버스이다 보니 단막극 같은 느낌이 크고요.
<무서운 이야기2>는 민규동 감독님과 친해서 잠깐 출연한 건데 주연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갔어요. <사춘기 메들리>는 원작인 웹툰을 워낙 좋아했고요. 하지만 단막극은 할 때마다 ‘다신 안 해야지’라고 생각하긴 해요.
왜요?
너무 힘들어요! 70분짜리 드라마를 영화와 비슷한 퀄리티로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은 훨씬 적다 보니 고생스럽죠. 스태프 분들이 밥값 아껴가면서 하는 걸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같이하게 될 배우들이나 감독님들 취지를 듣다 보면 자꾸만 하게 돼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정말 배우 같네요. 작품을 고를 때 누구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나요?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 어울릴까?’ 하고 주변 사람에게 많이 물어봐요. 하지만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도 하고 싶으면 그냥 해요. 해야 돼요.
남자애들이 선망하는 여학생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정작 여중, 여고, 그리고 여대에 입학했어요. 후회는 없어요?
전혀요. 오히려 무척 편해요. 오늘처럼 촬영이 늦게 끝난 날도 다음 날 맨얼굴로 가도 되잖아요. 그래도 남학생과 함께 있을 때의 미묘한 긴장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해요.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남자가 앉으면 계속 주시해요. 간접 경험이라도 하려고요.
직접 말을 건넨 사람도 있나요?
실제로 그런 적이 꽤 있어요! 번호를 알려달라는 건 제가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니까 좋은데, 한편으로는 제가 누구인지 못 알아봤다는 이야기잖아요. 기분이 묘하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번호를 준 적이 있나요?
아직까지는 마음에 드는 분을 만난 적이 없네요. 아쉽게도요.
TV에 나오는 내가 좋아요, 김보미
‘천송이 코디’. <별에서 온 그대> 출연 이후 김보미를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말이다. 한 회에 한두 장면 나오는 역할이 이처럼 기억에 남기란 쉽지 않다. 사실 정확히 데뷔 6년 차를 맞이한 그녀가 우리 기억에 각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에는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써니>의 복희가 있었다. 지금의 ‘천송이 코디’가 그토록 기억에 남는다면, 그건 김보미가 차근차근 현재를 쌓아왔기 때문일 거다.
요즘 <별에서 온 그대>의 위력을 느끼고 있죠?
정말로요! 작은 역할인데도 기억에 많이 남나 봐요. 얼마 전에 설이었잖아요.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누군가 저를 알아보면 부모님이 좋아하셔서 뿌듯했어요.
드라마에서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본인 물건도 있다면서요?
평소에는 옷에 정말 신경 쓰지 않아요. 간단하게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정도죠. 하지만 극 중 직업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스타일리스트 언니와 함께 소품과 옷을 구하러 다니게 됐어요. 그나마 모자는 원래 좋아해서 진짜 제 모자를 몇 번 착용했죠. 의상과 말투 때문에 기억에 더 남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뿌듯해요.
요즘 일간지에서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까 전지현, 김수현 씨와 관련한 질문이 꼭 들어가던데… .
어떤 기사는 아예 제목이 ‘기자님, 저에겐 궁금한 것 없으세요?’로 나가기도 했어요.
완전히 드라마 대사네요!
맞아요. <별에서 온 그대> 초반부에 인터뷰를 하는 세미(유인나)가 천송이(전지현)에 관한 질문이 계속됐을 때 하는 대사 그대로죠. 왜 그게 제목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사 조회수는 높더라고요.
하하, 저는 물어보지 않을게요.
질문들 중에 그게 가장 대답하기 어려워요. 어쨌든 제가 아닌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도 왜곡될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써니>에서 연기한 복희가 기억에 남았어요.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어 하는 여고생이었는데 미래가 유독 슬프잖아요. 어머니의 사채 빚을 갚기 위해 술집에 팔리다니!
시나리오로는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저는 어른 복희(김선경)가 정확히 어떤지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촬영 순서는 어른이 된 복희 장면이 먼저였는데, 나중에 제가 미래의 복희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촬영할 때 스태프 분들이 너무 슬프다며 우시더라고요. 영화를 보고나서 이유를 알았죠.
당신은 그 무렵 어떤 꿈을 꿨나요?
어릴 때부터 주목받는 걸 좋아했어요. 무용을 전공한 것도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게 예뻐 보여서였거든요.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고 연기를 하게 된 것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무용과를 나왔죠? 무용과 연기 중에서 연기를 택한 셈이네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무용은 어려서부터 꾸준히 해왔으니까요. 데뷔하고 난 이후에도 발레와 연기 중에 뭘 할지 2년도 넘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뭐가 그렇게 고민되던가요?
첫 작품이 <바람의 화원>이었어요. 그런데 24시간 동안 대기했는데 한 장면도 찍지 못할 때도 있었거든요.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연기를 잘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죠? 작년만 해도 <구가의 서>, <주군의 태양>에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짧은 역할인데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데요.
못한다는 말, 예전에는 정말 많이 들었죠. 대사를 외우는 데 급급해서 표현도 안 되고, 카메라 위치도 몰랐으니까요.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요. 주변에서도 그냥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고, 저도 아직은 그렇게 하고 싶고요.
그럼 어느 순간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가요?
역시 <써니>의 덕이 커요. 작품이 잘됐기 때문에 얻은 게 많거든요. 무엇보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배웠어요. <써니> 이후에 <내 딸 꽃님이>에 출연했는데 그때 촬영감독님이 <바람의 화원 > 감독님이더라고요! 스태프들도 같아서 반갑고 신기했어요.
그렇게 현장에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참 든든할 것 같아요.
작품을 많이 한 편이 아닌데도 스태프들 얼굴을 다 기억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촬영할 때는 친하게 지내다가 2~3년 지나서 보면 기억이 안 나니까요.
소위 ‘감초’라고 불리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가장 힘든 건 무엇인가요?
긴 대기시간은 오히려 힘들지 않아요. 가장 힘든 건 조연이다 보니 호흡을 길게 가져가지 못하는 거죠. 요즘은 정말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큰일이에요. 자꾸 부족한 점만 생각나고요.
어떤 점이 그렇게 부족하게 느껴지나요?
안 해본 게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일 드라마 메이크업만 받다 보면 오늘 같은 메이크업도 낯설거든요. 이제 잡지도 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있을 때는 보통 뭘 하고 지내요?
원래 프라모델 조립을 했는데 요즘은 퍼즐을 많이 해요. 천 개의 조각을 맞추다 보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예전에는 밥도 안 먹을 정도로 미드에 푹 빠진 적도 있고요
이렇게 고민이 많으면서도 계속 연기를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대체 뭘까요?
글쎄요. 정말 뭘까요? 저는 여전히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이 좋아요. 그리고 촬영장에 있을 때 듣는 ‘액션!’ 소리도요. 멋있잖아요.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스타일 에디터 / 김미주
- 포토그래퍼
- 조세용
- 스탭
- 헤어 / 김귀애, 메이크업 / 송윤정
- 기타
- 플로리스트 / 하수민(그로브), 어시스턴트(장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