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콜린스의 향기로운 삶

릴리 콜린스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 취미로 찍는다는 흑백사진보다 더. 그녀의 동그랗고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니 뭐든 묻고 싶어졌다.

랑콤의 상징인 장미꽃을 한 다발 들고 있는 릴리 콜린스.

랑콤의 상징인 장미꽃을 한 다발 들고 있는 릴리 콜린스.

릴리 콜린스에게는 ‘오드리 헵번을 닮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숱이 풍성한 짙은 눈썹과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가녀린 몸매까지 과연 그렇다. 영국에서 나고 미국에서 자란 그녀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에서 콜린스 투오이 역을 맡아 배우로서의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백설공주(Mirror, Mirror)>에서는 물결처럼 부드럽게 굽이치는 검은 머리카락과 눈처럼 하얀 피부, 붉은 입술로 백설공주 그 자체였던 외모로 주목을 받는다. 2013년에는 카산드라 클레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영화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The Mortal Instruments: City of Bones)>에서 클레리 프레이를 연기했고, <러브, 로시(Love, Rosie)>라는 영화도 2014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릴리 콜린스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케이트 윈슬렛의 계보를 잇는 랑콤의 새로운 뮤즈가 되어 ‘뷰티 모델’로서도 얼굴을 널리 알리고 있다. 릴리 콜린스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중이다.

1 랑콤의 러브 인 루즈를 직접 발라보고 있는 릴리 콜린스. 2 릴리의 페이버릿 아이템. (왼쪽부터) 루즈 인 러브 소프트 코럴 4.2ml 3만9천원, 이프노즈 돌 아이 워터프루프 6.5ml 3만9천원,  베르니 인 러브 언더 코트 컬러 부스터 6ml 2만5천원대, 베르니 인 러브 로즈 새틴 6ml 2만5천원대,뗑 미라클 내츄럴 라이트 크리에이터 퍼펙팅 컨실러 펜 2.5ml 4만원, 뗑 미라클 프레스 파우더 11g 6만4천원. 모두 랑콤.

1 랑콤의 러브 인 루즈를 직접 발라보고 있는 릴리 콜린스. 2 릴리의 페이버릿 아이템. (왼쪽부터) 루즈 인 러브 소프트 코럴 4.2ml 3만9천원, 이프노즈 돌 아이 워터프루프 6.5ml 3만9천원, 베르니 인 러브 언더 코트 컬러 부스터 6ml 2만5천원대, 베르니 인 러브 로즈 새틴 6ml 2만5천원대,뗑 미라클 내츄럴 라이트 크리에이터 퍼펙팅 컨실러 펜 2.5ml 4만원, 뗑 미라클 프레스 파우더 11g 6만4천원. 모두 랑콤.

근황에 대해 말해주세요.
더블린에서 영화 <러브, 로시> 촬영을 막 마쳤어요. 그 영화에서 전 ‘로시’라는 여주인공 역을 맡았고요. 영화는 로시와 친구 알렉스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우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예요. 영화 때문에 문신도 새겼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구인 ‘The Nature of a Flower is to Bloom’과 장미 그림을요.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죠?
두 살 때 BBC 드라마에 처음 출연했어요. LA로 이사 온 뒤에 연극과 뮤지컬을 취미 삼아 계속하다가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고, 20살 때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죠.

영국과 미국에서 자란 건 어땠어요?
여섯 살 때 엄마를 따라 LA로 이사하긴 했지만 영국의 집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그 후에도 영국에 자주 갔어요. 지금도 LA에 살고 있지만 유럽이야말로 제 고향처럼 느껴져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러브, 로시>에서도 영국 억양으로 대사를 해야 했었죠. 오랜만에 하는 영국식 억양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고향에 돌아간 듯 편했어요.

영국에서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웨스트 서섹스에 위치한 시골집에서는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겨요. 호숫가에서 책을 읽고 차도 마시죠. 그곳에 있을 때에는 메이크업도 하지 않아요.

당신의 예술가적 기질은 아빠, 필 콜린스에게 물려받은 건가요?
음악가인 아빠는 물론이고 엄마 역시 건축을 비롯한 디자인 애호가이니 예술가 가족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전 어려서부터 연기자를 동경했어요. 어릴 때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주곤 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언젠가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요.

록 스타인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나요?
아주 어려서부터 팝 음악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케이티 페리나 리한나부터 플리트우드 맥, 로드 스튜어트, 피터 가브리엘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어요. 아빠는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조언자이죠. “넌 예술을 사랑하니까 너의 일을 즐기면서 하면 돼. 중요한 건 네가 재미있어 하느냐의 문제란다”고 말씀하시며 제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말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세요.

대학에선 저널리즘을 공부했죠? 연기가 아니라니 조금 의외인데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방송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다가 지금은 휴학한 상태예요. <틴 보그>, <코스모 걸>, 의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글 쓰기는 중단한 거예요?
일기를 쓰고 있고 작업 중인 영화 대본도 있어요. 워낙 바쁘게 일하다 보니 진척이 거의 없어 문제지만요.

시가렛 팬츠와 플랫 슈즈, 업스타일 헤어로 오드리 헵번 룩을 연출한 릴리 콜린스.

시가렛 팬츠와 플랫 슈즈, 업스타일 헤어로 오드리 헵번 룩을 연출한 릴리 콜린스.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독서를 많이 해요.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고, 베이킹이 취미라서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도 찾아 읽죠. 지금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를 읽기 시작했는데,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할 때마다 틈틈이 읽고 있어요. 자기 전에는 프랑수아 에리티에의 <달콤한 인생>을 읽고요.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저널리스트가 되었겠네요.
그랬을 수도 있지만 패션 디자이너가 됐을지도 몰라요. 할아버지가 패션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옷 입는 것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거든요. 사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기도 해요. 옷감의 색상을 고르고, 재단하고, 완성된 옷으로 광고 촬영을 하고…. 관련된 그 모든 과정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홍보할 때면 여행이 잦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걸요. 짐 쌀 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인데 오랜 여행을 앞두면 이틀 전부터 짐 싸기를 시작해요. ‘혹시나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가방이 점점 무거워지죠.

지금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 있나요?
핸드백 안에 휴대전화, 이어폰, 지갑, 립밤, 핸드 크림, 손 세정제, 차를 마실 때 넣는 스테비아(천연 감미료), 민트, 랑콤의 콤팩트 파우더와 컨실러 펜, 노트와 연필이 있죠. 필수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가요?

뷰티 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향수를 좋아해요. 똑같은 향수를 쓰기보다는 매번 새로운 걸 시도하는 편이죠. 핸드 크림도 엄청 많아요. 향수나 핸드 크림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에요.

당신을 생각하면 눈썹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어릴 때에는 진한 눈썹이 창피했어요. 한 번은 화장실에 들어가 두 시간 동안 눈썹만 다듬은 적도 있으니까요. 그러다가 십대가 되면서 제 눈썹을 좋아하게 됐고, 이젠 미용사 없이 혼자서도 관리할 줄 알아요.

줄리아 로버츠, 케이트 윈슬렛, 페넬로페 크루즈 등 랑콤의 뮤즈는 쟁쟁한 여배우들이죠. 이 계보를 잇는 뮤즈로 선정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물론이죠! 아름답고 우아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줄 아는 배우들이죠. 특히 영화 <백설공주>에 함께 출연한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브랜드의 얼굴이 된 것이 자랑스러워요. 그녀는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멋진 여배우인 데다가 훌륭한 엄마이기까지 하잖아요!

화장품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서요?
랑콤의 ‘프렌치 발레리나’ 콜렉션 캠페인을 찍을 때 베르니 인 러브 네일을 바르고 있었는데 문득 수석 무용수였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새틴과 발레리나 슈즈를 떠오르게 하는 색깔인 데다 할머니는 항상 손톱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늘 같은 색을 칠하던 분이셨거든요.

화이트 셔츠로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한 릴리.

화이트 셔츠로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출한 릴리.

평소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간단하게 하는 편이에요. 붉은 기가 있는 곳은 뗑 미라클 컨실러 펜으로 커버하고 전체적으로 투명한 콤팩트 파우더를 발라요. 젤로 눈썹을 정리하고 이프노즈 마스카라로 눈을 크게 강조하고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오드리 헵번처럼요! 입술은 원래 붉어서 루즈 인 러브 콜렉션의 립스틱 중 누드색의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요.

레드 카펫에서의 스타일은 어떤가요?
매번 다른 콘셉트를 시도해보려고 해요. 행사를 앞두고 담당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집에서 어떤 룩을 연출할지 의논한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말이죠! 평소에는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끝내기 때문에 레드 카펫에 서기 전, 공들여 메이크업을 하고 색다르게 변신한 제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의상에 따라 메이크업에 변화를 주긴 해도 셀프 태닝제는 절대 사용하지 않아요. 대신 피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주력하죠. 마스카라는 늘 풍성하게 바르고, 때때로 눈꺼풀의 안쪽 가장자리에 흰색 라이너를 이용해 눈을 돋보이게 해요.

당신만의 뷰티 팁 하나만 공개해주세요.
아침에 일어나면 산뜻한 기분을 내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해요. 그 후엔 헬스장에서 운동과 샤워를 하고 모이스처라이저를 듬뿍 바르죠. 또 영화 <백설공주>를 찍을 때 제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햇빛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는데, 전 그녀의 충고대로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고 있어요.

당신에게 따라다니는 ‘제2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오드리 헵번처럼 전설적인 여배우와 비교된다는 건 영광이에요.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에 <화니 페이스(Funny Face)>와 <사브리나(Sabrina)>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녀는 눈과 미소로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여배우로서 그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죠. 연기를 떠나 그녀가 봉사와 자선활동에 헌신한 점도 존경스러워요. 저도 그렇고 그 어느 누구도 제2의 오드리 헵번이 될 수는 없어요!

함께 일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어요?
팀 버튼 감독의 팬이에요.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조 라이트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요. 젊은 감독과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쉴 때에는 무얼 하나요?
베이킹을 좋아해서 빵이나 과자를 구워요.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벼룩시장에 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주로 흑백사진을 찍곤 해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사람, 건축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저의 아름다운 피사체가 돼요.

죄책감이 들어도 ‘이것만은 끊을 수 없다’라는 것, 있어요?
핸드백과 구두요. 진한 씁쓸한 다크 초콜릿과 리코리스에도 어쩔 줄 몰라 하죠.

스스로 자신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열린 마음, 활달함, 사랑스러움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 강민지
    포토그래퍼
    이주혁
    기타
    사진 출처 / Alexi Lubomirski for Lan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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