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 <2>
올가을에는 무엇을 입어야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남다른 패션 감각을 지닌 에디터와 모델, 바이어, 디자이너 등에게 가을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시즌 트렌드와 스타일 팁을 더한 가을을 위한 34개의 쇼핑 아이템.
17 정숙한 한 벌 차림
같은 색상이나 패턴으로 통일해서 입는 한벌 차림이 단정하고 정숙하게 돌아왔다. 정성스레 재단하고, 바느질한 테일러드 재킷과 스커트의 한 벌 차림이다. 특별한 패턴이나 눈에 띄는 컬러 없이 단지 소재와 디테일만으로 한 벌을 이루는 앙상블 아이템을 매치하는 것이 성숙하고 세련된 옷차림이다. 롱 부츠나 사이하이 부츠로 경쾌함을 더하면 답답하고 단조로운 스커트 슈트의 단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 김미주, <얼루어> 패션 디렉터
18 잠옷의 당당한 홀로서기
침실에서 거리로 탈출한 파마자 패션이 실용적으로 재해석됐다. 마크 제이콥스 쇼의 그물망 파자마 재킷과 드리스 반 노튼 쇼의 드레싱 가운 코트가 눈에 띈다. 꽃무늬 장식의 코트에 얇은 벨트를 둘러 파자마 느낌을 풍기는 스타일링이 흥미롭다. 이번 시즌 파마자 패션의 핵심은 바로 이거다. 탄탄한 재단을 바탕으로 한껏 멋을 낸 듯한 파자마 의상을 고르는 일. 여기에 구조적인 디자인의 슈즈와 클러치백을 든다면 진정한 스트리트 스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구영준, 포토그래퍼
19 만능 트렌치코트
트렌치코트 한 벌이면 가을이 두렵지 않다. 단, 조건이 있다. 케이프로, 원피스로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일 것. 상의를 분리해 따로 또 같이 입을 수 있는 필립 림의 트렌치코트는 가을 쇼핑 1순위 아이템이다. 낮에는 코트 상의를 탈착해 롱 베스트처럼 활용한다. 활동성을 고려해 낮은 굽의 옥스퍼드 슈즈를 신고 페도라로 경쾌한 포인트를 준다. 저녁에는 짧은 상의에 롱 스커트로 여성스러움을 더하고 토트백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얹을 수 있겠다. 스타일에 있어서 고정관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즐겁기 그지없다.
– 이수향, 홍보 대행사 ‘APR’ 실장
20 어른을 위한 테디 베어
카린 로이펠트는 밀라노 패션 위크 기간 내내 막스마라의 테디 베어 코트 한 벌로 일관했고, 그에 앞서 뉴욕의 타미 힐피거 런웨이에는 테디 베어의 대명사인 독일 슈타이프사의 실제 테디 베어 인형 소재로 만든 코트가 등장했다. 어른이 되어도 테디 베어는 여전히 여자들의 로망인가 보다. 올가을에는 테디 베어 아우터 하나면 남부러울 게 없을 거다. 무엇과 매치해도 상관없이 멋스러울 테니.
– 주가은, <엘르> 패션 에디터
21 숙녀이자 말괄량이
캐주얼한 룩을 좋아하는지라 요즘 같은 트렌드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사내아이 옷을 입은 듯 큰 사이즈의 스웨트 셔츠가 이렇게 사랑받은 적이 있던가! 그 중에서도 담비와 요사스러운 여인의 몸짓이 섞인 지방시의 스웨트 셔츠는 ‘시스루’ 효과를 더해 글램 무드까지 섭렵했다. 펜슬 스커트와 입으면 성숙하며 감각 있는 옷차림을, 비니와 매치하면 카라 델레바인처럼 유쾌한 옷차림도 문제없다.
– 김한슬, <더블유> 패션 에디터
22 투박한 신발
‘레이크넨’의 디자이너 윤홍미가 조언하는 슈즈 고르기
가을/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슈즈는? 톱니바퀴처럼 보이는 두툼한 밑창이 돋보인 스텔라 맥카트니와 카르뱅의 플랫폼 슈즈다. 투박한 플랫폼 슈즈를 연출하는 방법은? 볼륨감 있는 상의를 더하는 것은 아주 근사한 방법이다. 발목이 드러나는 크롭트 팬츠를 입어 얇은 종아리를 드러내면 다리가 길고 가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플랫폼 슈즈의 매력은? 스틸레토 힐처럼 날렵한 맛은 없지만 계단 한 칸을 성큼 올라간 듯 키가 커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편안한 플랫폼 슈즈는? 플랫폼이 지나치게 두꺼우면 피로가 급격히 가중된다. 고무나 실리콘처럼 가벼운 소재를 선택하고, 발이 가장 편하다는 2~3cm 높이의 앞코가 있는 디자인을 고르면 좋다.
23 젠틀우먼의 필수품
개인적으로 여자가 ‘젠틀’하다는 건 가장 세련되게 우아함을 표현하는 수식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제대로 갖춰 입은 남성복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란 녹록지 않다. 롱 베스트는 적당히 매니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는,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쉬운 해법이다. 앤드로지너스가 키워드인 이번 시즌에 롱 베스트야말로 최선의 아이템. 간결한 디자인의 롱 베스트를 선택하고 테일러드 팬츠를 입거나 원피스처럼 연출하면 훌륭하다.
– 홍현경, <바자> 패션 에디터
24 예의 바른 쇼퍼백
이번 시즌 컬렉션을 살펴보니 사각 클러치백만큼 눈에 띄는 건 예의 바르게 생긴 쇼퍼백이었다. 얇고 가벼운 소재가 아닌 묵직한 매력이 느껴지는 가죽 소재가 고급스럽다. 이번 가을 유행하는 브리티시 레트로 룩과 화이트 룩에 멋진 양념이 되어줄 것이다. 큼지막한 사이즈는 그동안 작은 클러치백의 불편을 감수하고 최소화했던 소지품도 넉넉하게 품어줄 것이 분명하다.
– 김태니,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마케팅 담당
25 오버해도 좋아요
지난해 한껏 활약했던 오버사이즈 코트가 더욱 과장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낙낙한 품과 늘어트린 어깨 선은 기본이요, 여기에 큼직한 칼라와 땅에 끌릴 듯한 길이가 더해져 극단적으로 보인다. 더욱 강력해진 오버사이즈 코트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려면 와이드 팬츠를, 덩치가 커 보이는 역효과를 내지 않으려면 날렵한 맛이 느껴지는 스키니 팬츠를 입는다. 뚱뚱해 보일까 허리를 벨트로 조이는 연출은 구식이다. 차라리 앞 여밈 단추를 풀어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드는 게 세련돼 보인다.
<b>- 전진오, 스타일리스트</b>
26 여자 또는 남자
‘쟈뎅 드 슈에뜨’의 디자이너 김재현이 말하는 매니시 스타일
가을/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룩은? 극도로 남성적인 아우터에 여성스러운 스커트와 액세서리로 중성적인 매력을 살린 드리스 반 노튼의 옷차림. 이를 위한 필수 아이템을 꼽는다면? 남성복과 견줄 만한 재단이 돋보이는 테일러드 재킷과 사랑스러운 소재와 디자인의 블라우스, 플리스츠커트 등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아이템의 만남은 사랑스러운 여자의 향기를 풍긴다. 세련된 연출 방법은? 남성적인 의상에는 하이힐이나 펜슬 스커트 같은 여성스러운 옷을 매치한다. 가죽 팬츠를 선택한다면 실크 소재 블라우스를 더해 여성미를 부각할 것. 하이힐이나 메리제인 슈즈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액세서리는? 페도라는 나이 든 중년 남자를 연상시키니 캐주얼한 비니를 착용한다. 반짝이는 커스텀 주얼리를 더하고 반듯한 사각 클러치백을 선택한다.
27 카무플라주의 변신
<진짜 사나이>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인지, 밀리터리 룩에 자연스레 시선이 향한다. 때 마침 올가을 밀리터리 룩이 유행의 최전방에 서 있어 반가운 마음이다. 그중에서도 마음을 사로잡은 건 모던하게 변신한 카무플라주 무늬다. 우아한 밀리터리 룩을 선보인 알렉산더 왕과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카무플라주를 재해석한 크리스토퍼 케인 쇼를 참고해 간결한 디자인의 미니스커트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니트 스웨터와 입으면 예쁠 것 같다.
– 황금남, 스타일리스트
29 진짜 아가씨
밑으로 갈수록 꽃처럼 펼쳐지는 풀 스커트는 천생 여자임을 드러낼 수 있는 낭만적인 아이템이다. 로샤스 쇼처럼 안락함을 주는 카디건을 매치하고 벨트로 허리를 조이면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속 고전 여배우 같은 고혹적인 옷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잔잔한 꽃무늬를 더한 실크 소재나 두툼한 울 소재나 상관없다. 무릎을 살포시 덮는 길이를 고르고 하이힐 펌프스나 메리제인 슈즈를 신으면 지극히 여성스럽고 우아한 ‘상여자’가 될 수 있다.
– 최경원, 스타일리스트
30 진격의 펑크 룩
‘스티브 J&요니 P’의 디자이너 요니가 조언하는 펑크 룩
가을/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펑크 룩은? 무거운 금속 장식 주얼리와 사이하이 부츠로 펑크 스타일을 선보인 샤넬과 PVC 소재와 금속 장식으로 ‘벙크(베르사체+펑크)’를 탄생시킨 베르사체 컬렉션. 펑크 룩을 세련되게 연출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은? 체크무늬 의상과 가죽 라이더 재킷, 스터드 장식의 워커, 망사 스타킹. 연출 방법은? 펑크 세계에 입문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가죽 재킷에 스터드 장식 액세서리를 더하면 그만이다. 진짜 펑크족처럼 과격한 스타일보다는 펑크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주고 나머지는 힘을 빼야 멋지다.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을 한다면 누드 톤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를 부스스하게 연출하면 완벽하다.
31 은밀하게 우아하게
프라다 컬렉션은 언제나 새로운 옷 입기 방식을 깨닫게 해준다. 발상의 전환을 즐기는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는 이번 시즌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도발적인 여자가 되라고 말하는 듯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니트 카디건과 미디 길이의 원피스가 이토록 관능적으로 보일 수 있다니! 카디건 단추를 두 개 정도 풀고 한쪽 어깨를 슬며시 드러내보면 어떨까? 부담 없이 은근한 노출을 즐길 수 있어 이브닝 룩으로도 손색없다.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적당하게 감추는 것 그리고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게 유혹의 힘임을 상기시키는 옷차림이다.
– 남지현, 스타일리스트
32 껑충 올라간 가죽 재킷
지난 시즌 19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패션 궤도에 진입했고, 스트리트 룩의 전유물이었던 크
롭트 실루엣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가위로 싹둑 자른 것 같은 짧은 실루엣의 인기는 올가을에도 유효하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즐길 수 있는 가죽 재킷을 사고 싶은데, 트렌드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짧은 길이로 구입할 예정이다. 화이트 셔츠와 롱 스커트를 입으면 오피스 룩으로도 제격일 듯하다.
– 설수영, 홍보 대행사 ‘비주컴’ 실장
33 똑똑한 점프슈트
점프슈트를 사겠다고 마음 먹은 건 지난 5월, 캐리 멀리건의 칸 영화제 포토콜 사진을 마주한 순간이었다. 알렉산더 왕의 젊은 감성이 더해진 발렌시아가의 검은색 점프슈트를 입은 그녀는 드레스로 치장한 여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독보적이었다. 직업의 특수상 가을부터 겨울까지 각종 행사와 파티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캐리 멀리건처럼 간결한 디자인의 검은색 점프슈트로 색다른 이브닝 룩을 연출해보련다. 가을에는 테일러드 재킷을, 겨울에는 모피 코트를 더하면 우아하게 연
출할 수 있겠다.
– 박윤경, 홍보 대행사 ‘엠퍼블릭’ 차장
34 서스펜더 팬츠의 역습
카렌 워커의 쇼를 보자마자 서스펜더 팬츠가 입고 싶었다.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니트 스웨터에 종아리까지 오는 롱 코트를 더한 탐나는 옷차림이 이어졌는데, 유치원생 같은 서스펜더 팬츠로 자연스럽게 멋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각 토트백을 들고 로퍼를 신으면 클래식한 여인의 향기를 풍길 수 있을 것이다.
– 조유정, ‘LG패션’ 홍보 담당자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시주희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박병진
- 기타
- 어시스턴트 / 박으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