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랑 – 양재천을 따라서
도산공원과 한남동, 가로수길과 양재천, 상수동과 북촌까지 시차 없는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마음먹고 여행한다면, 그 어떤 도시보다 매력 있는 바로 그 동네로.
양재천을 따라서
양재동에서 도곡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양재천 길은 한때 카페 거리로 유명세를 치렀다. 너도나도 들러서 커피와 와인을 마시고 사진을 찍어대던 예전의 명성을 누리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그 이유가 산책일 수도, 와인 한 잔일 수도, 파스타 한 접시일 수도 있겠다. 하루가 무섭게 새로운 식당이 들어서는 핫한 거리와는 달리,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오랜 건물과 식당이 더 자주 눈에 띄는 양재천은 분명 이곳만의 은근한 색깔을 드러낸다. 그건 양재천의 카페 거리가 진화하는 나름의 방식일 수도 있다. 이번 주말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양채천을 산책하다가 배가 고플 때쯤 눈에 들어오는 카페에 들어서보는 게 어떨까. 햇살이 뜨거운 낮이든, 알싸한 밤공기가 맴도는 밤이든 꽃 향기를 맡으며 테라스에 앉아 와인 한잔하는 기분은 결코 예사롭지 않을 거다.
1. 이노메싸 스트링, 무토, 노만 코펜하겐 등 국내 대부분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제품은 이노메싸를 거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유럽 디자인의 메카인 이노메싸의 매장이 양재천에 위치하고 있다. 워낙 많은 물건이 진열되어 있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매력적이고 기특한 북유럽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가구와 인테리어, 문구 제품에 이르기까지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릴 정도다. 북유럽 디자이너와 제품에 정통한 스태프가 어떠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더욱 든든하다. 매장에 들르기 전 홈페이지(innometsa.com)를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90-8 B1 문의 02-3463-7752
2. 브루스리 목조 건물의 외관부터 꽃과 나비가 그려진 앤티크 조명과 가구까지 중국의 오랜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심지어 셰프와 홀서빙 스태프까지 중국말을 주고받아 지금 여기가 중국인가 싶다. 대표 메뉴는 단연 딤섬이다. 속이 단단하고 탱글탱글한 쇼마이, 새우를 기본으로 샥스핀이 들어간 츠죠, 부추가 들어간 쥬차이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국물이 생각날 때는 우육면을 추천한다. 사태와 사골을 넣고 12시간 이상 끓여서 만드는 육수에 직접 반죽한 면을 넣어 깊고 칼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현지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재료는 중국에서 공수한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87-5 문의 02-576-8845
3. 콜라겐 팩토리 소라색 외관에 노란색 간판으로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언뜻, 캐주얼한 카페나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연상시키지만 사실은 족발과 편육을 메인으로 선보이는 식당이다. 족발을 기본 메뉴로 월남 쌀국수와 토마토 쇠고기면, 태국식 비빔국수 등을 맛볼 수 있다. 투박해 보일 정도로 두툼한 족발은 상추와 깻잎, 당근 등 싱싱한 야채와 함께 제공된다.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과 고소한 식감을 자랑하는 족발은 냄새가 나지 않고 비리지 않아 족발을 먹지 않는 이들에게도 권유할 만하다. 족발을 먹은 후에는 쌀국수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곳을 이용하는 바람직한 코스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94-9 문의 02-579-8883
4. 엠꼼마카롱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피에르 에르메 파리에서 경력을 쌓은 김소연 파티셰가 운영하는 마카롱 카페 엠꼼마카롱을 소개한다.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100% 아몬드 가루로 만든 마카롱은 물론 컵케이크와 수제 쿠키, 생초콜릿도 만날 수 있다. 음료는 계절 과일을 꿀에 절여 선보이는 홈메이드 생과일 티가 인기인데 커피와 홍차 등 어떤 음료를 주문해도 마카롱 하나를 서비스로 맛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곳곳에 걸린 그림들과 곳곳에 꽂혀 있는 책과 잡지들, 넓은 테이블 등 개인 작업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오랜 시간 머물러도 부담이 없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53 문의 070-8870-8485
5. 달콩 양재천에서 캐주얼한 분위기의 카페를 찾는다면 달콩으로 가면 된다. 동화 속 갤러리처럼 귀여운 이곳은 여자 손님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벽면을 채운 일러스트와 빈티지한 소품들, 책과 만화가 가득 꽂혀 있는 수납장 등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카페의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벽에 걸린 그림은 동화책 삽화를 그리는 카페 주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발로나 초콜릿을 직접 녹여 만든 핫초코가 인기 메뉴고 커피 마니아들의 방문이 잦은 만큼 남다른 커피 맛을 자랑한다. 조금 강한 편이라 연한 커피를 즐긴다면 샷의 양을 조절해서 주문하는 게 좋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98-7 문의 02-522-6733
6. 아꼬떼 멋 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인테리어와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정원 때문인지 프랑스의 작은 가정집에 들른 듯한 느낌마저 든다. 깐깐한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파인 다이닝 아꼬떼는 요리와 와인, 여행을 사랑하는 황선희 대표가 프렌치 요리의 문턱을 낮추고자 오픈한 공간이다. 매일 아침 시장에 들르는 셰프가 그날의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를 들고 오면 그 재료가 곧 오늘의 메인 요리가 된다. 그날그날 달라지는 코스 요리는 알짠 짜임새와, 먹음직스러운 담음새, 기막힌 맛으로 이어지며 감동을 전한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니 방문 전 예약은 필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422-6 B1 문의 02-577-1044
7. 드 퀴진 5평 규모의 작은 공간에 안쪽으로 자리해 찾기가 쉽지 않다. 두 개의 테이블만이 놓인 이 작은 디저트 카페는 브라우니와 마카롱, 초콜릿 등의 디저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파티셰가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들고 베이킹 쿠키 수업까지 진행하는 곳으로 이방인보다는 양재동 주민들의 방문이 잦다. 홍대에서 ‘더 빠리’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다가 양재천으로 옮긴 지 1년 정도 되어가는데, 동네의 한가로운 분위기 덕에 여유를 부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양재 꽃시장에서 한아름 안고 왔다는 다양한 종류의 꽃 덕분에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82-13 문의 578-0775
8. 뀌쏭82 정식당에서 경력을 쌓은 김영원 셰프가 오픈한 프렌치 비스트로다. ‘요리 재료가 적절하게 익는 알맞은 온도’를 뜻하는 ‘뀌쏭(Cuisson)’과, ‘파리’를 떠오르게 하는 ‘82’를 붙여 식당 이름을 만들었다. 셰프가 직접 요리에 대해 설명해주는 덕에 더욱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오픈 키친이라 요리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요리의 특성을 살려 깊은 향을 느낄 수 있게 한 포크 밸리와 캐러멜라이즈한 어니언 카르보나라가 인기 메뉴이며 이베리코 하몽, 제주산 광어 등 아낌없는 재료로 맛을 더한 요리는 계절마다 그 맛과 모양을 달리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2동 453-16 문의 02-529-3582
9. 미우야 보통의 식당에서 밀가루 80%, 메밀 20% 정도의 비율로 메밀면을 만든다면 미우야는 정확히 그 반대의 비율을 고집한다. 때문에 투박하게 뚝뚝 끊어지긴 하지만 강한 메밀향을 느끼며 쫄깃한 면을 맛볼 수 있다. 8시 반까지는 식사 메뉴, 이후부터는 불갈비 스테이크 샐러드, 참치 타타키 샐러드, 메밀로 만든 피자 등 안주 메뉴를 맛볼 수 있다. 6월부터는 새로운 메뉴로 세팅할 예정인데 그중에서도 아래는 감자채를, 위에는 훈제 오리 고기와 무채를 올린 냉소바와 메밀과 계란말이, 새우, 아보카도를 싸서 만 소바 스시가 강력한 인기 메뉴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1동 116-5 문의 02-577-6348
10. 하늘소 양재천 카페 거리에서 유일하게 우리말 간판을 달고 있다. 오픈 이래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지하에는 좀 더 널찍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저녁 시간대에 와인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개방된다. 기흥에 있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을 사용하며 스테이크 요리에는 원플러스에서 투플러스 등급의 고기만 제공한다. 스테이크 요리를 비롯해 키조개 관자 파스타, 국내산 꽃게가 통째로 들어간 로제 파스타, 블루치즈 안심 파스타 등도 셰프가 추천하는 메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97-6 문의 02-57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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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 이훈주